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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 어느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취미 수집 생활
김은경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소확행', '워라밸'이 사회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취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먹고살기에 바빴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갑자기 주어진 자유시간은 막막하기만 하다. 나에게 딱 맞는 취미를 찾기 위해 각종 원데이클래스를 들어보지만 재미도 한때일 뿐 추억은 희미해지고 남은 것은 '예쁜 쓰레기'뿐이다.
<오늘도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습니다>는 바느질, 뜨개질, 펠트에서 가죽 공예, 피규어 제작, 레터프레스까지 각종 취미를 섭렵한 '취미 수집가'의 취미 탐구 에세이다. 제품, 브랜딩 디자이너로 10여 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현재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8개의 큰 취미와 그 취미로 만들어낸 24개의 물건에 얽힌 에피소드를 가벼운 글로 풀어낸다.
또한 독자들이 실제로 따라해볼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재료와 방법을 설명한다. 이 취미 저 취미 잠시 발을 담가보았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오늘도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제목을 마주한 순간
누가 뭐라는것도 아닌데 왠지 찔리는 건?!.... ^^;
이 책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취미로 만들어낸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책으로
기성품처럼 매끈하진 않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아기자기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와 함께 사연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역시
아주 오래전 홈패션을 배우며 냉장고 덮개를 만든것을 시작으로
꽤 많은 인테리어소품들을 열심히 제작하던 기억도 나고
한지공예를 배워 시계와 티슈케이스도 만들어봤고
비즈공예로 악세사리를 만들기도 하고
3D 프린터를 배워 캔들 홀더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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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집콕일상이 지루해 뜨개질을 시작했는데
드디어 어제 첫작품(?) 숄더백을 완성했다.
자세히 보면 구멍크기도 제각각이고 매듭도 엉성하지만
완성했다는데 의의를 갖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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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무채색 의상이 많아 회색계열의 색으로 가방을 떠놓고보니
봄분위기와 안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선물 받은 예쁜 키링을 끈에 끼웠더니
화사한 봄 분위기가 느껴지며 예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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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미니화분커버를 떠봤는데 화분을 넣기엔 좀 작네...
대보름에 사놓고 아직도 남아 있는 호두를 넣었더니 딱이다.
이번엔 저자처럼 망쳐도 된다는 마음으로 텀블러가방을 떠볼 생각이다. ^^;
가끔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는 물건들...
하지만 그 물건엔 내시간과 추억이 담겨져 있어 버리지도 못하고
지금껏 나와 함께하고 있는 듯 하다.
빵굽는 냄새가 좋아 시작했던 베이킹도 그동안 쉬고 있었는데
이번에 주방정리하며 잔뜩 나온 베이킹도구들을 보니
오랜만에 버터향 가득한 호두파운드케익을 구워보고 싶어졌다.
이러니 쉬어도 쉬는게 아닌.... ㅋ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마음 가는 대로 이것저것 배우다 보면 그중에 답이 있을 줄 알았다. 답이 없는 물음인 것도 모르고 벌 수 있을 때 번 돈과 들일 수 있을 때 들일 시간을 몽땅 쏟아부어 버렸다. 한 우물만 팠다면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행운아가 됐을지도 모르는데. 흥미가 떨어지면 계속할 끈기도 사라져버려 미련 없이 그만두길 반복하다 보니 어느 것도 초급 이상의 수준에 오르지 못한 채 모든 삽질은 취미로 남았다. 그런 씁쓸한 상념에 빠지면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이만큼 했으면 됐지 뭐. 그냥 되는대로 살자! p8
결국 늘 그렇듯 오늘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빵을 샀다. 비닐봉지를 받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계산을 마친 빵은 가방에 마구 집어넣어 버린다. 그렇게 가방 안에서 다른 내용물과 뒤섞여 어딘가 뭉개지고 부스러진다. 모양이 망가진 빵을 가방 구석에서 주섬주섬 꺼내다 보면 십여 년 전 짧은 여행 중 잠깐 들렀던 파리의 어느 가게가 떠오른다. 비닐이 아닌 종이 한 장에 돌돌 말아주던 그곳의 바게트, 그게 그렇게 부러워진다. 가방 속에서 납작하게 눌려버린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빵을 위한 전용 가방 하나를 만들기로 했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 꽁꽁 숨겨져 있을 코딱지만 한 파리지앵의 낭만을 담을. p30
마감이 하루 더 가까이 온 다음 날, 여전히 걱정만 가득하고 진도는 그대로다. 전날 떴던 텀블러 가방을 다시 하나 떴다. 이번에도 두어 번 풀었다 뜨기는 했지만 어제보다 나아 보였다. 옳거니, 올여름 들고 다닐 가방은 너로 정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아직 끄진 못했지만 왠지 잘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뜨개의 효과인지도). 뭔가를 만들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항상 망쳐도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심조심, 살살, 걱정하면서, 주저하기보다는 마구, 되는대로, 중간에 되돌아오기도 하고, 그러다 잘 안되면 잠깐 쉬기도 하면서.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번 혹은 다다음번에는 첫 번째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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