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에서 소녀가 결국에는 얼어 죽잖아요. 근데 그 전에 성냥불이 확 타오르는 순간 어떤 행복한 환상을 봐요. 그게 소녀의 마지막 축제인 거예요. 우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결국엔 아파서 병들어 죽겠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줄까 결정하는 것은 제 몫이잖아요. 그걸 비극적인 설정이나 슬픔으로만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예요. 저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제힘으로 제 운명을 주도하고 싶어요. 프로메테우스처럼 저도 신과 대결하고 싶은 거죠. ‘누가 이기나 보자‘
그런 마음으로 제가 돌보는 대상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다짐하고 일합니다. - P26

잘 산 사람이 잘 죽는다는 겁니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잘 죽지,
흐지부지 사는 사람은 흐지부지하게 죽습니다. - P68

사실 저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바뀌었어요.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정성껏 일하게 됐고,
이 일을 하면서 인간이 된 셈입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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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묻습니다. - P178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
꼬여 있던 문제들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 P179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몸집이 크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조용한 곳에 앉아 가장 오래
‘혼자를 견딜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 P182

그는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생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P183

모두에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다른 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죠.
나는 빠르게 평가하지 않고
이해할 때까지 생각을 거듭합니다. - P193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하더라도 시간이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바쁘다는 말도 마찬가지예요. 대부분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려는 마음이 부족해서 실패하고 맙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시간은 하려는 마음을 만들 수 없지만, 하려는 마음은 시간을 만들 수 있어요. 쓸데없이 소모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 그게 시간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충만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시간도 충분하지만, 마음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게 바로 좋은 태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면 모든 것이 내게 좋은 방향으로 흐릅니다. - P200

사람의 마음은 정말 다 달라서 관계는 언제나 참 힘든 문제입니다. 주변을 보면 기본적인 예절이나 매너라서 지키는 게 당연하지만, 늘 자꾸만 추가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상황에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야 알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다툼이나 불화는 설명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이해할 수준이 되어 있지 않아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아까운 시간을 쓸데없이 소모하지도 마세요.
기본적인 예절과 매너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과 만나야 대화도 통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모든 친구와 다 잘 지낼 수는 없죠. 누군가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지금의 친한 사이가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관계의 법칙에서 언제나 통하는 이 사실을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얕은 자는 언제나 시끄럽지만, 깊은 자는 조용합니다." - P228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죠.
그것 역시 내게 주어진 자유입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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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성

하늘이 만든 것에는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굽이쳐 흐르는 강의 곡선이 그렇고 솟구쳐 오른 산봉우리의 능선이 그렇다. 수천 번 수만 번 쳐다봐도 하늘의 구름 모양은 제각기 다르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 세상에는 많은 돌이 있지만 하나같이 그 형태와 빛깔은 다르다.
똑같은 돌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는 돌 하나하나는 모두가 완성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연은 큰 돌이든 작은 돌이든, 돌 하나하나에 독자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82

뽕나무

거친 뽕잎이 부드러운 비단이 되기 위해서는 누에에게 먹혀야 한다. 거친 인생의 육체가 고운 영혼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죽음에게 먹혀야 한다.

뽕나무의 입장에서 본다면 누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그러나 그 누에 때문에 뽕나무는 더 귀중하고,
생명의 보호를 받는 나무가 되었다. - P101

시간

우리는 두 번 다시 똑같은 강물 속에 서 있을 수 없다. 물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도 그런 것이다. 우리는 같은 현실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 P104

꽃

꽃은 평화가 아니다
저항이다
빛깔을 갖는다는 것,
눈 덮인 땅에서 빛깔을 갖는다는 것
그건 평화가 아니라 투쟁이다 - P109

꽃은 인간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꽃은 침묵의 언어를 가지고 사랑을, 평화를, 인정을 그리고 꿈을 가르쳐준다. 아무렇게나 벼랑에 흩어져 핀 진달래는 소박한 전원의 사랑을 말한다. 3, 4월의 벚꽃은 감정을 들뜨게 하고 5, 6월의 달리아와 해바라기는 눈부신 열정과 강렬한 생을 맛보게 한다. 그윽한 국화, 싸늘한 수선화, 쓸쓸한 달맞이꽃,
청수한 제라늄, 뜨거운 샐비어, 그 모든 꽃들은 우리에게 위안과 희망과 기도와 사색의 자세를 알려준다.

꽃은 허식이 아니다. 부지런한 뿌리의 노동 속에서 가꾸어진 땀의 결정이다. 딱딱한 돌과 음흉한 땅벌레들을 피해 맑은 수분을 퍼 올리고 거친 흙더미에서 양분을 획득한 슬기의 깃발이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기 표현을 위해서 밝은 색채와 유현한 향취를 갖는다.
그랬을 때만이 정말 꽃은 꽃답게 필 수가 있다.
열매는 자기 표현에 대한 하나의 보상일 따름이다. - P110

이파리

나무 이파리들은 수천수만 개의 잎이 있어도 각도가 다 다르다. 그래야 햇볕을 쬘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향으로 나면 전부 그늘이 될 것인데 다른 방향으로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똑같이 햇볕을 받을 수가 있다. 놀라운 세계다.
인간들도 나무 이파리처럼 서로 방해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는 그러한 배열을 알 수만 있다면 분쟁이 생길 일이 없다. - P113

이름

우리는 자기의 직장 내 비리를 고발하는 사람을 밀고자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 (호루라기 부는 사람)‘라고 한다. 이름 하나로 부도덕한 밀고자가 다른 곳에서는 반칙한 선수에게 경고의 호루라기를 부는 당당한 심판자가 된다.
정치적인 시선과 그 행위는 언제나 이름 짓기.
이름 부르기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한쪽에서 의식화라고 부르는 것을 반대편에서는 세뇌화라고 한다. 다양한 의견은 중구난방,
자유경쟁은 약육강식이 되고, 사소한 일상적 언어 표현에서도 신중한 사람은 우유부단한 사람,
신념은 고집불통, 열정은 광기로 각기 평가의 수식어가 달라진다. - P131

인재

말 중에 천리마가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게 천리마인 줄 모르고 수레를 끌게 하는 거야.
단숨에 천리를 달리는 게 짐짝을 끌라고 하면 소만도 못하잖아. 백락이라는 사람은 말야,
이거 딱 보면 명마라는 걸 알아봐. 그래서 이렇게 말이 있는데 백락이라는 사람이 딱 일 초만 멈춰 서서 봐도 말의 값이 몇십 배가 뛰는 거야.
천리마가 중요해? 백락이 중요해? 백락은 천리마는 아니지만 천리마를 알아보는 사람.
그러니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천리마는 아니야.
뭐가 돼야 해? 백락이 되어야 하는 거야. 자기는 천리마가 아니더라도 인재를 알아볼 수 있는,
그게 인재보다도 나은 거야.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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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하지만 이런 진화적 계산법에 왜개인이 신경을 써야 하는가?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호모 사피엔스DNA 복사본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삶의 질을 포기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거래에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농업혁명은 덫이었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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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모든 것은 다 철이 있는 거야. 철이 드는 때도 있고, 또 지날 때도 있지.
똑같은 시간이라도 모두 길이가 달라. 아니, 시간의 길이는 똑같은데 마음속에서 시간을 길게 느끼기도 하고 짧게 느끼기도 하지. 그 시간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로 ‘철‘이라는 말로 표현했던 거야. 그러니까 ‘철이 든다‘는 것은 바로 시간을 느끼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 - P12

어머니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자식들은 어머니의 귀중한 노동을 통해 성장합니다. 가슴으로만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죠. 어머니가 걸은 발자국이 바로 사랑의 흔적이고,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죠. 자식들은 머리와 가슴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알아요.
그러나 그 실체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죠. 하지만 어머니의 발을 직접 만져보면, 즉 터치하면 어머니의 노동과 사랑은 눈에 보이는, 만져지는 실체로 다가옵니다. 진짜를 만나게 되는 거예요.

아버지

지금 힘없이 떨리는 저 손이 바로 내가 처음 발을 딛고 일어설 때 잡아주셨던 그 손이었습니다.
땅바닥에 넘어져 무릎을 깼을 때 울던 나를 일으켜 세우시던 그 손.
코 흘릴 때 훔쳐주시고 눈물 흘릴 때 닦아주셨던 손.
이제는 매를 들어 때리셔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가랑잎처럼 야위신 손.
꼭 잡아드리세요. 언젠가 나를 잡아주셨던 아버지의 그 손을. - P24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물을 할 때에는 부자가 함께 웃지만 아들이 아버지에게 선물을 할 때는 부자가 함께 운다‘는 명언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 주는 선물은 자연 현상이지만 아들이 아버지에게 드리는 선물은 문화 현상입니다. 인간만이 할 줄 아는 행동이기에 감동이 따르는 것이지요. 그러한 마음과 영성이 하늘로 향하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종교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반대로 아버지를 공경할 줄 모르는 불효는 바로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킨 오늘날 문명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P26

비평

우리나라에서 비평이라는 의미는 부정적인 사고로 나쁜 것을 찾아내는 것으로 생각하죠.
원래 학문에 있어서는 찬미하다, 신선하다 이렇게 우리 지식을 칭찬하기 위해서 있었던 개념인데 이게 잘못 들어와서 비판하고 부정적인 사고를 해야 비평적이고 칼날 같다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
우리나라의 지식은 전부 부정적인 사고입니다.
대학 나온 사람들은 전부 그렇습니다.
오죽하면 고분고분한 며느리가 들어오니까 재는 대학 다닌 애 같지 않다고 하는 겁니다.
안 배운 애들은 고분고분하고 긍정적인데 배운 사람들은 대들고 부정적이라는 거죠. - P37

세미오시스semiosis

‘노웨어nowhere= 어디에도 없다‘인데
‘나우 히어now here=지금 여기에‘ 이렇게 글자 하나만 고치면 바뀌는 거예요. 그렇게 언어나 문자라고 하는 것은 창조의 가장 쉬운 부분이에요. 사실 현실 속에서는 남이 님이 되려면 얼마나 힘들어요.
님이 남이 되려면 얼마나 눈물을 흘려야 해요.
그런데 글자로는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님이 되잖아요.
이걸 세미오시스라고 합니다.
창조 중에서 돈 안 들고 제일 쉬운 방법이 언어 조작입니다.
이걸 독재자들이 다 썼어요.
언어 조작에 의해서 이념을 조작하는 거예요.
가령 ‘저 사람들이 세뇌됐어‘ 하면 ‘아, 무서워‘ 하지만,
‘재가 의식화 됐어‘ 그러면 박수 치는 거예요.
안 그래요? 한국의 젊은이들이 한참 운동할 때 의식화됐다고 했잖아요. 그걸 다른 말로 하면 세뇌시킨 거예요.
똑같은 거예요. 말 하나를 네거티브negative를 붙이느냐,
포지티브 positive를 붙이느냐에 따라 (...) 바뀌는 거예요. - P39

긍정어

한국인들은 기쁠 때도 슬플 때와 마찬가지로
‘죽음‘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슬퍼 죽겠다"는 말과 함께 "좋아 죽겠다"라는 말도 씁니다.
때로 죽음은 부정이 아니라 극상의 긍정어가 되기도 합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거나 감동적인 광경을 볼 때 한국인의 감탄사는 "죽여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말에서는 무엇을 강조하거나 최상급의 상태로 말할 때에 ‘죽는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 P43

문자

한자를 처음 만들었다는 전설의 인물, 창힐의 눈은 네 개나 되었다고 합니다. 눈은 빛입니다.
빛은 어둠을 정복합니다. 창일이 한자를 모두 완성하자, 어둠 속으로부터 귀신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문자가 만들어짐으로써 어둠을 지배하는 귀신은 설 자리를 잃고 맙니다.
(...)
어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잠이고 망각이고 사라지는 모습들입니다. 문자는 보는 것이고 말은 듣는 것입니다. 말은 귀신의 우는 소리처럼 어둠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말을 문자로 옮긴다는 것은 혼돈의 어둠에서 질서의 빛 세계로 향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붕괴되어가는 소리의 연약함에 모양과 견고함을 주는 것, 시간에 대항하는 용기와 그 장소를 주는 것, 물건을 가리키는 손이 아니라 물건 그 자체의 흔적을 밝히는 빛, 그것이 바로 네 개의 눈에서 생겨난 아이콘 문자들입니다. - P46

길

소금장수의 길에서 실크로드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길은 상인들이 개척해간 것이다. 불교와 기독교가 발생하고 그것이 널리 전파된 것도 실은 상인들이 갈고닦아 놓은 - P53

그 길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룸비니 Lumbini에서 갠지스Ganges 중류지역까지 석가가 걸어간 500킬로미터의 길이요 예수가 나사렛Nazareth에서 예루살렘까지횡단한 150킬로미터의 길이다. 불도佛道와 기독교의 그 길은 속세의 상도를 타고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 P54

사랑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눈이라는 말이 없다.
하지만 낙타란 말에는 부위에 따라 제각기 다른 말들이 많다(세분화되어 수십 가지가 있다).
에스키모(이누이트족)인들에게는 눈에 관한 단어가 수십, 수백 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낙타란 말은 없다.
남과 북, 지리적 상황에 따라서 말은 정반대의 현상을 보인다.
그러나 사랑은 남과 북이 없고 여름과 겨울이 따로 없다.
자연과 문화의 차이가 언어에 의해서 뚜렷한 경계선을 만든다. - P57

언어

언어의 속도에 반응해서 뒤쫓아가는 사람,
창조적 상상력으로 만들어가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여러분은 언어를 소비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뒤쫓아가는 사람이 되지도 말고,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언어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자기 인생과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바로 글쓰기이고 말하기의 핵심입니다.
뒤쫓아가지 말라는 것. - P60

그냥

우리는 "그냥"이라는 말을 참 잘 씁니다. "너 왜 왔니?" 물어도
"그냥", "너 왜 가니?" 해도 "그냥"이라고 대답합니다. (...)얼마 전 외국인들을 모아놓고 한국 문화의 특징을 말해보라니까, ‘적당히‘ ‘어바웃about‘ ‘대략‘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을 보았는데, 바로 그것이 ‘그냥‘의 논리입니다.
우연성이나 노이즈noise야말로 우리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서양은 기승결로 원인이 반드시 결과를 낳지만, 동양은 기승전결로 한 번의 터닝이 있은 다음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 P66

인

뇌에 이상이 오면 전신이 마비됩니다. 그걸 불인,
아니 불자에 어질 인, 인하지 않다, 라고 해요. (...)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육체가 다른 육체를 느낄 수 있는 교감신경이 없다는 걸 의미하지요. (...)
헤어지는 인사말 ‘잘 있어‘라는 말, ‘잘가‘라고 하는 그
‘잘‘이라는 말. 영어로 웰 다잉well-dying, 웰 에이징well-aging 등우리가 흔히 잘 쓰는 ‘웰‘이라는 말, 그게 바로 잘 있어,
잘가 할 때의 ‘잘‘입니다. 그게 바로 어질 인이죠.
이게 있으면 잘 있고 잘 가게 되는 겁니다.
떠나도 그와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고, 잘 있으면 떠나간 사람을 마치 곁에 있는 사람처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잘 있어, 잘 가입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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