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과정도 그러했다. 긴 인생, 커리어에서도 되도록 큰 목표를 가지고 그걸 향해 꾸준하고 묵묵하게 걸어가는 삶이었다. 큰 목표를 세우고 나면 매일매일 시간을 잘게 쪼개어서 하루를 48시간처럼 살게 된다.
그런데 그 유럽인 청년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정상에 올라야 하는 목표마저 버리라고 말했다. 그들의 말대로 하니놀랍게도 여행길의 즐거움이 되살아났다. 가쁜 숨을 다스리기도 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물 한 모금, 바람 한 점의 낭만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두 번째 등반에서는 제대로 누릴 수 없었던 히말라야의 공기를, 나는 정말 마음껏 들이마시며 진정한 힘에 다가갔다. 이날 이후 여행에 관한 몇가지 원칙이 더 생겼다. 철저하게 문명으로부터 분리될 것,
장기 트레킹을 할 것. 그리고 하나 더. 바로, 천천히 여행할것!
크고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목표를 잊어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이란 신화같은 것. 오늘 계획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산을 내 - P171

려가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산은 여전히 거기 있다. 비록이번에 완등을 포기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산의존재를 잊지만 않으면 인생은 다시금 기회를 보여줄 것이라고. 천천히, 뚜벅뚜벅, 묵묵하게, 그리고 길게. - P172

"그는 오히려 알파고 대국을 즐기는 것 같았다. 첫 대국이끝나고 기자간담회에서 "충격적이긴 하지만 굉장히 즐거웠다. 앞으로의 바둑도 기대가 되기 때문에 전혀 후회되지않는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그 담대한 모습에 가슴이먹먹해졌다. 그런 기백을 담고 싶었다. 아마도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적하며 패배가 예상되는 순간에도 오직 ‘다음‘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 판에서 졌다고 좌절하지 않고다음판에서의 일격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진다고 세상 두쪽 안 난다. 인생은 삼세판이나 다섯대국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죽지 않는 한 우리 인생에는 다음 판이 있다. 지금 망할 것 같아도 다시 도전하고,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는 것.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우리가 인생에맞서 갖춰야하는 삶의 태도는 결국 같은 것이리라. 망할 것같아도 오늘 다시 도전! - P180

팬데믹 동안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익숙한사람들과 익숙한 관계로부터 ‘거리두기‘를 하면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 밖에서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지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나를 둘러싼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도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여행과 쉼은 우리의 익숙한 삶을 좀 떨어져서 바라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조망 효과(overvieweffect)‘라고도 부른다. 마치 우주 비행사가 텅 빈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강한 인류애를 느끼듯이, 내가 지나온 시간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보듬다 보면 남김없이 소진되었다고 느꼈던 마음에 조금씩 기운이 차오를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도 말이다. - P188

루틴은 30년 직장생활에서 내가 대책 없는 낙관론자로살도록 마음의 코어 근육을 키워준 주인공이었다. 늘 변화하기만 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무섭다. 발을 대고 있는 뿌리없이 떠다니기만 하다가 급한 조류를 만나면 휩쓸려 사라지고 말 것만 같다. 변화도 중요하지만, 꾸준함이 있어야 자기 기반을 가지고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나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루틴의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그 치열하고 변화무쌍한 직업 환경에서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충실한 일상과 그로부터 얻은소소한 성취의 즐거움들 덕분에 일을 할 때에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늘 활기찬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 P192

긍정적인 에너지와 여유를 갖게 된 사람의 ‘오라(aura)‘
는 특별하다. 한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기운이나 고유한 분위기를 뜻하는 오라는 어느 한순간 꾸며낼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 사람을 대하는 열린 태도나 일에 대한 열정,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나 건강한신체처럼 좋은 습관이 쌓여 만들어진 ‘분위기‘야말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된다. - P195

베란다 화분에 있는 꽃나무들은 늘 해를 향해 자라난다.
화분의 방향을 돌려놓으면 이내 다시 해를 향해 굽어 자라난다. 생물체들이 본능적으로 빛을 좋아하고 어둠을 멀리하는 경향을 ‘헬리오트로픽 효과(heliotropic effect)‘라고 한다. 즉, 그들은 자신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쪽으로 이동하고그들의 웰빙을 앗아가는 것들로부터 멀어진다는 의미다. 개인과 조직, 나아가 우리 사회나 문화 전반에서도 이 헬리오트로픽 효과가 작용한다. 본인들에게 가장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에너지를 향해 나아가려는 경향성이 생기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자기가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때 그들은 나를 향하게 되어 있다. 한결같은 햇빛처럼, 우리가 삶에서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긍정적인 에너지의 원천이 되고사람들의 구심점이 되어보면 어떨까? 나는 얼마나 성실하게 긍정의 에너지를 지켜나가고 있는지 하루를 돌아보자. - P197

여자로, 엄마로, 그리고 리더로 산다는 건도무지 혼자서는 다할 수 없는 일.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손잡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우리는 계속, 끝까지, 꾸준히 나아갈 수 있다.
연대야말로 내 세계를 키우는가장 본질적인 힘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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