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몇 가지 항목에 점수를 매기고그 종합 점수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진정으로 함께일하고 싶은 사람을 채용하기 어렵다. 우선은 전체적인 인상이나느낌처럼 수치화할 수 없는 평가를 중요시해야 한다. 그런 다음그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영감이 옳은지 틀린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검증해야 한다.
인사고과도 마찬가지다. 실적에 점수를 매겨서 평가한다고 해도 그것이 본인이 올린 성과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인간의 노동은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열심히 했다‘ 혹은 ‘이 사람은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라는 감각적인 판단 역시 경시해서는 안 된다.
이런 방식으로는 평가하는 사람의 주관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게 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 P103
또한 최고경영자는 물론 삼성 직원들 모두가 맹렬하게 일했다.
세계 제일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도 기적적인 성장을 이루었던 당시에는 그랬지만, 평일과 주말을 구분하지 않고 일하는 자세에서는 삼성인에게 패배했다는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일본의 기술을 흡수하려는 욕심 또한 대단했다. 삼성에서 파견된 엔지니어들은 모두 맹렬했다. 우리에게 바짝 다가서서는 무엇이든 자세히 질문하며 대단한 열정을 보였는데, 적당히 하고 좀 떨어져 있으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들은 가만 내버려두면 욕실이나 침실까지 따라올 것이라는 농담도 종종 했다.
그런 적극적인 자세는 어쩌면 단순히 일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빨리 기술을 연마해서 수탁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어지면 비용이절감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꼭 그런 의도는아니었겠지만 그들의 일하는 자세를 보면 섬뜩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 P106
엄격한 판단을 하는 사람일수록 신뢰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은데, 그러한 엄격한 잣대를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는 얼마나 실패를 경험했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성공 체험만 거듭한 사람은 자신이 개입하면 무슨 일이든 잘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안일한 판단 기준에 사로잡혀 있는 경향이 있다. 운동선수가 패배한 시합에서 더욱 많은 것을 배우듯이 비즈니스도 실패를 통해서 판단력이단련된다. - 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