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독한 아그네스 사랑
(김정한)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서네요
쉬지 않고...... 늘 가던 길을………… 이제는 몸도 따라나서네요
하지만
돌아오는 마음은 여전히 뙤약볕의 사막이네요
나 혼자서 뱉었다가 삼키고 또 삼키다가 뱉었던 말,
<당신, 사랑해>란 단어가 갈기갈기 찢겨
허공을 향해 외로운 춤을 추네요
끝없는 먼 길을 쉼 없이 달려갔지만
당신이라는 사람, 또 나를 울리네요
<잊으라>는 당신의 외마디,
그래요, 머리는 잊으라 하는데 가슴은 잊을 수 없다 하는데,
어쩌지요
내 안에서 잉잉거리며 울부짖는 또 다른 나를 바라보네요
새벽 해오름이 가까워질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붉은 마음 나 홀로 감추다가 삭이다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네요.
속눈썹에 매달린 피울음의 눈물 한 방울,
내 손등에 떨어지네요 어쩌지요 나,
그저, 당신이라는 사람,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
오로지 당신 그림자에 안겨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네요
이 지독한 아그네스 사랑, 나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