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독한 아그네스 사랑

(김정한)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서네요
쉬지 않고...... 늘 가던 길을………… 이제는 몸도 따라나서네요

하지만
돌아오는 마음은 여전히 뙤약볕의 사막이네요
나 혼자서 뱉었다가 삼키고 또 삼키다가 뱉었던 말,
<당신, 사랑해>란 단어가 갈기갈기 찢겨
허공을 향해 외로운 춤을 추네요
끝없는 먼 길을 쉼 없이 달려갔지만
당신이라는 사람, 또 나를 울리네요
<잊으라>는 당신의 외마디,
그래요, 머리는 잊으라 하는데 가슴은 잊을 수 없다 하는데,
어쩌지요

내 안에서 잉잉거리며 울부짖는 또 다른 나를 바라보네요
새벽 해오름이 가까워질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붉은 마음 나 홀로 감추다가 삭이다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네요.
속눈썹에 매달린 피울음의 눈물 한 방울,
내 손등에 떨어지네요 어쩌지요 나,

그저, 당신이라는 사람,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
오로지 당신 그림자에 안겨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네요
이 지독한 아그네스 사랑, 나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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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2024-06-01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안의 울부짖는 ‘나‘를 바라보는 또다른 ‘내‘가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 보여요. ㅠ 그런데도 무심히 보고만 있네요. 시의 화자는 왜 그러는 걸까요? 저는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나‘보다 무심한 ‘나‘를 더 이해할 수 없어요.

루피닷 2024-06-03 17:47   좋아요 1 | URL
제가 생각하기엔 처음부터 무디지는 않았겠지만 보통 감정을 표출하기 보다는 눌러담는 경우가 많아서 무심해지는게 안닌가 생각합니다..감정을 온전히 다 표출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하거든요..

마루☆ 2024-06-03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랬군요. 시에 절절한 마음을 잘 표현하셔서 의외네요.~^^ 저는 시의 ‘나‘는 루피닷님 아니신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