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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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3-07-13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음이 삶을 껴안은채 라는 표현이 마음에 남네요

루피닷 2023-07-14 19:25   좋아요 0 | URL
시는 어떤시각으로 보는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거 같아요 죽음은 특히 모르는것이라 더 그런거 같아요 좋은 하루 되세요~!건강잘 챙기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