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하인리히 하이네)

그대가 보내준 편지를
나는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겠습니다.
그대는 쓰셨습니다.
나는 이제 그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라고
그러나 그 편지는 너무나 길었습니다.

열두 쪽이 넘을 정도로
정성스럽고 깨끗하게 쓴 글씨!
누가 이렇게 세심하게 쓰겠는지요?
진정, 그대가 싫증이 나셨다면 말입니다.

시인의 목소리로

어니언스의 ‘편지‘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당시 많은 연인에게애창되었고, 그들의 편지에 인용되기도 했다.
감미로운 선율, 부드러운 남성 듀엣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듣는 이들을 편지 속으로 빨아들이는 착각을 일으켰다.
나는 우체국을 자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우체국 직원들이 한식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우체국을 자주 이용하는 것은 주로 책과 택배를 보내기 위해서다. 나는 지인들로부터 책을 받으면 반드시편지를 써서 내 책과함께 답례로 보내준다. 편지는 항상 하얀 종이위에 파커 만년필로 쓴다.
그러면 책을 받은 이에게 연락이 온다. 만년필로 편지를 쓴 게 새삼스럽다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체국에서 들은 얘긴데 요즘 순수하게 편지를 보내는 고객은 별로없다고 한다. 택배를 보내는 이들이 몇 배는 더 많다고 했다.
가끔씩 편지 쓰기를 해보라. 체온이 묻어 있는 편지는 더욱 감동을 준다.
하이네의 시 ‘편지‘를 보니 예전에 사랑을 주고받는 최고의 매개체였던 편지가 생각난다. 사랑하는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냈던편지, 펜팔이 하나의 유행처럼 여겨졌던 그 시절은 사람 냄새가 나서참 좋았다. 그 시절을 가끔 재현해보는 그대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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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1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년필로 쓴 손편지 받으면 보낸 이의 마음이 느껴지겠네요. 루피닷님 편지를 받으신분 하루종일 행복할듯합니다.

루피닷 2022-11-11 10:08   좋아요 1 | URL
손편지쓴지 한참 된거 같아요 ㅎㅎ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써봐야겠네요^^
바람돌이님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