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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
조안 앤더슨 지음, 박은희 옮김 / 따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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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안방극장을 강타 했던 '엄마가 뿔났다'라는 드라마는, 그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만 보고 무관심하게 스쳐지나 갔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보기 시작했는데 이내 드라마에 푹빠지게 되었고, 어느새 주말이 기다려졌다.

그러면서도 '왜 제목을 이렇게 밖에 못다는거야'라는 불만아닌 불만을 품었던게 기억난다.

 

주인공 '엄마'인 김혜자님의 연기도 일품이었고, 그 자식들의 모습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요즘 한창 '엄마를 부탁해'가 베스트 셀러 인 것을 보면 어느  시대건 '엄마'를 소재로 한 것은 일단은 뜨는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로 '엄마가 뿔났다'의  작가도 한번쯤은 바로 이 조안 앤더슨의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를 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게 바로 이책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 이다.

흔히 여자 나이 오십은 그 어느 누구하나 '여자'로 봐주지 않는 나이이다.

물론 대한민국 아줌마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이라고들 하지만, 조안 앤더슨의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는  이 책이 자서전이라는 의미에서 바로 제목에서부터  그녀의 결연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흔히들 폐경기를 맞이하고, 이제 더이상 그 어느누구도 '여성'으로 봐주지 않는 오십이라는 나이에  아줌마도, 엄마도 아닌 온전한 '여자' '여성'으로 자신을 칭한 조안 앤더슨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흔히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들 하는데 바로 조안 앤더슨의 경우가 딱 '여자'로 길러지고, 길들여지며, 만들어지는 경우다.

그녀의 오빠처럼  수재도 아니고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그녀는 그저 좋은 남자 잘 만나서 시집 잘가는게 '팔자'라는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진리에 따라 말하자면 신부수업을 받는 대학에 들어가고 그 뒤에도 교과서 처럼 오로지 남편 내조 잘하고, 두 아들 뒷바라지에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바친다.

최소한 그녀 자신이  전근가는 남편을 뒤따라 가기를 포기하고, 어린시절 머물던 시골 오두막으로 남편과 떨어져 혼자떠나기 전까지  그녀는 스스로를  


"나는 분명히 스스로 만든 나의 역할에 의해 갈수록 억압당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당연히 나 자신의 행복은 남편을 기분좋게 해주는데 있었다.

나의 욕구는 그가 원하면 들어주지 않아도 되는 요구처럼 취급되었다. " 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한다.

"자기가 있는 곳을 모른다면 자기가 누군지도 알 수 없다"



그렇게 그녀는 잃어버린 그녀 '자신'을 찾아서 떠난다.


물론 시시각각 찾아드는 외로움과 적막감, 두려움, 그리고 몹쓸 죄책감까지 그녀 주위를 서성거리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누군가를 위한 조연의 삶이 아닌, 순간순간 자신의 느낌과 감정, 욕구, 움직임을 느끼며,  그것에 자신을 '내맡기는' 주인공의 삶을 찾아간다.

 

모든것을 누리던 편안함과 안락함을 벗어 던지고, 난생처음 생선가게에서  점원으로 일을 하기도 하고,  보일러를 수리하기 위해 조개잡이에 나서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녀는 그속에서 자유를 누리며. 온전한 자기자신을 찾는다.

 

그렇게 편안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찾아 나섰기에 어떻게 보면 그녀의 '변화'는 준비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말하듯 "변화는 예정된 삶을 거부할 때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며, 진정한 소울메이트이며 멘토인 '조안 에릭슨'과의 만남은  정말 준비된 선물처럼 찾아온다. 

 

"모든 것은 당신 자신으로 살아야 해요. 모든 것이 당신에게 왔다가 물러서도록 내버려둬요.

결국 인생은 움직임과 느낌의 문제에요.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 말아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용감해야 합니다"

라는 조안 에릭슨의 울림은  결국  그녀의 길 나서기를  '길 찾기' 아니, '길 발견하기'로서의  정점으로 데려간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며 문득문득 내가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또 한 사람의 아내라는 사실이 낯설어질 때, 익숙한 무언가를 놓아버리는게 두렵고 불편해 질때,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위해 '편함' 보다는  '불편함'을 선택해야 할 때

그리고 '진정한 나'보다는 '그림자' '거짓자아'를 마치 '나'인양 우기고 싶거나, 그모습이 바로 '나'라고 스스로도 착각하며 살 때 

조안 앤더슨의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를 떠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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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룩셈부르크 - 불꽃 같은 삶을 산 여성 혁명가 여성 인물 이야기 7
반나 체르체나 지음, 에마누엘라 오르치아리 그림, 오희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로자 룩셈부르

 

크 평전을 찾다가 가장 평점이 높길래 선택한 아이세움 출판사, 반나 체르체나 글의 '로자룩셈부르크'.

 

일단 책을 주문해서 받고 나서는 큰 글자에 놀라고, 책을 읽으면서는 초, 중등학생을 위한 '위인전'같은 냄새에 놀라면서

그래도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여성도 '위인전'에 등장하는군... 이라는 생각에 되도록이면 그녀의 삶에만 집중해서 책을 보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인터넷 서점만을 너무 맹신해온 내게, 같은 종류의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저자에 의해 출간된 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고를 수 없는 인터넷 판매의 한계를 처음으로 느끼게 됐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삶에 대해 너무 파편적으로만 쓰여져 있는 이 책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러시아의 식민지였던 1871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로자.

식민지 나라에서, 그것도 유태인으로, 또 여성으로 태어난 로자

그도 모자라 어릴적 앓은 엉덩이뼈 결핵으로 평생을 한쪽 다리를 절면서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로자.

 

하지만 그녀는 식민지의 백성으로, 또 유태인, 장애 여성이라는 4중의 굴레를 벗고 48세라는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총살을 당하기 까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녀같은 혁명가, 불꽃같은 혁명가의 삶을 산다.

 

자유로우면서도 원칙적이고, 혁명에 대한 불굴의 신념과 투혼을 불사르면서도 소녀같은 로자 룩셈부르크.

그녀에게는 어떻게 이 극과 극 같은 이미지가 공존할 수 있으며, 그 사이를 넘나들면서도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지 책을 읽는 내내 불가사의였다.

 

지금도 여전히 진보운동안에서의 가부장성은 크게 존재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00년도 훨씬 넘는 그 당시에

여성에게 투표권도, 참정권도 없던 시대에 로자가 여성으로서 혁명가의 삶을 산다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은 장애 여성 로자는 그런 로자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 주의 지도자에게 요샛말로 맞짱을 뜰 정도로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쳤으며, 무엇보다 정의로웠고 그녀의 가슴은 혁명에 대한 의지로 불탔다.

 

그런 그녀였기에 15세의 나이에 프롤레타리아 당에 가입하고, 감시와 체포를 피해 스위스로 망명을 하면서 본격적인 혁명가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4번의 투옥과 감옥에서도 꽃을 피우고 화단을 가꾸는 로자. 감옥문을 나서면서 '행복한 침대'에 누워서 모든것을 다 잊고 오로지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바로 그 다음날로 혁명의 거리로, 동지들에게로 뛰어가 혁명가로서의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로자.

 

그런 와중에도 오갈데 없는 고양이를 키우고, 경찰이 집안에 들이닥치는 순간에도 자신의 어린고양이 '미미'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로자...

 

이런 그녀의 모습은 혁명가로서의 그녀와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존재에 대한 존중이 몸속깊이 베어있는 인간으로서의 로자의 두 모습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불꽃같은 혁명가로서의 삶을 더욱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 가기까지 한다...

 

그런 그녀이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억압과 편견, 예속과 구속에 저항에 투쟁하는 것이야 말로

그녀가 선택한 가장 고귀한 삶이며, 이는  차이에 대한 인정, 존중, 다름에 대한 이해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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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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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인가 4월쯤 한겨레신문 목요일판 한겨레 esc에 공지영님이 '아주가벼운 깃털'이라는 에세이를 연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지곤 했다.

처음 '아주가벼운 깃털'을 읽으면서는 '한번도 빼먹지 말고 봐야지...'라고 생각했으나, 매번 잘 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아, 내년쯤이면 책으로 엮어져 나오겠구나...' 라고 생각하던 것이 드디어! 출간이 됐다.

당연히 앞뒤 볼 것 없이 주문을 했다...


그간 읽어온  공지영님의 책들은 다소 무거운 느낌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즐거운 나의 집'에서부터 ..) 어떤 중압감보다는 오히려 무겁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느껴졌다.

노희경님이 말하듯 보통 '깊이가 있다'에 반대개념이 '가볍다'라고 생각하는데 분명, '깊다'의 반대개념은 '얕다'이고, '무겁다'의 반대개념이 '가볍다'인데, 보통 책을 접할 때는 '깊이가 없다'를 '가볍다'와 동일시하는 것 같다.


이런 점을 따져볼 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지영님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무겁다'의 반대개념으로 '가볍다'.

거기다가 유쾌하기 까지 하다.

나도 언제부터인가 '왜 이렇게 삶을 자꾸 진지하고, 무겁게 대하지, 왜 어느것 하나 그냥 넘겨지지가 않지?' 라는 고민을 하면서 올해는 더 많이 즐겁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유쾌하자!를  마음속깊이 새길정도였으니, 이럴 때 만난 '아주 가벼운 깃털'은 확실히 유쾌함을 준다.


게다가 수많은 몸통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 중압감, 어떤 '대의'만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려들 하지만 사실 '대의' '몸통'은 수많은 깃털과 작고 가볍고, 사소한 일상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가히 성찰적이기까지 하다.

우리 일상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가볍고, 사소한 깃털'들을 우리가 다른 시선, 다른 의미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  아니, '대의' 와 '사소한 것'을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않고, 실은 그 모든것이 '통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 삶의 경계는 사라지고, 좀더 자유롭고 유쾌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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