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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인터넷 서점을 돌아보다가 요즘 베스트셀러 1위라는 이 책을 보고 주문을 했다.

그뒤로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정신없이 책의 3분의 1가량을 읽었을 때, 영화 개봉 첫날 아침에 좋아하는 언니와 이 영화를 봤다...

 

무슨 책이건 영화로 개봉되면 책의 느낌을 반감시키는 것 같아 솔직히 반갑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물론 이 영화도 책의 느낌이 반감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사실 영화를 다보고나서는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었다.

멍하기도 하고, 도대체 이 느낌, 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를만큼 기분이 참 오묘했다.

함께 영화를 본 언니는  '되게 야한 영화인줄 알았는데, 참 아름답게 그렸다'라는 느낌을 전했는데

솔직히 나는 아름답다는 느낌보다는 어쨌건 머리도, 가슴도 복잡하고 무언가 불편한 기운이 내 온몸을 뒤덮는 것 같았다.

 

이 책(영화)은 1950년대 독일의 어느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책에서는 간염으로 나오지만, 영화에는 성홍열에 걸린

15세의 주인공 미하엘 베르크가 하교길에 구토를 하게되고, 우연이 그것을 본 한 서른 여섯의 여인 '한나'가 그에게 도움을 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미하엘은 얼마뒤 한나를 다시 찾아가게 되고, 그날 부터 둘은 열다섯과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 차이는 무시한채 연인이 된다.

첫 만남에서부터 관계를 갖게 되는 둘의 모습은 책에서는 참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또 한창 성욕이 왕성한 나이인 열다섯의 주인공이 서른여섯의 성숙한 여인과의 성관계의

의미를 굳이 물을 필요도 없이 둘은 마치 운명처럼 서로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또다른 주인공 '한나'가 마치 어린 소년을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듯한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미하엘은 그 뒤로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나의 집으로 달려가고, 둘은 곧바로 사랑을 나누게 된다.

 

어느날 우연히 미하엘의 책을 보게된 한나는 미하엘에게 '책을 읽어줄것'을 요구하게 되고, 그때부터 둘의 사랑방식은 변화하는데

미하엘이 한나의 집에 오면 우선은 한나를 위한 미하엘의 '책읽기' 가 시작되고, 그뒤로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



둘이 마치 폭풍우와도 같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면서, 어느날은 미하엘의 방학을 맞아 둘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미하엘은 아끼던 엽서를 팔지만 미하엘에게 한나를 위한 것이라면 엽서따위는 이미 중요치 않다.

그렇게 마련한 경비를 가지고 한나와 함께 한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에서 둘은 연인이라기 보다는 주변에서 볼때는 '모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뒤로 한나는 다니던 전차회사에서 그녀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사무직'으로의 승진제안을 받지만 그녀는 그 순간

미하엘에게 단 한마디도 남기지 않은채 혼자 떠나게 된다...

 

그 뒤로 미하엘은 마치 미친사람처럼 그녀를 찾아 헤메지만, 어느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마치 아무일 없듯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그러다 둘은 미하엘의 나이 스물 두살 때 나치 전범 재판을 위한 법정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미하엘은 법학도의 신분으로, 또 한나는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을 지낸 '피고'의 신분으로...

 

이 책의 2부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왜 그녀는 아무말없이 미하엘을 떠났다가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으로 피고의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는지,

미하엘을 떠난 6년간의 삶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갔는지, 왜 그녀는 '피고'로 서있을 수 밖에 없는지, 왜 그녀는 미하엘을 떠났는지가

영화에서는 아주 짧게 설명되어 진다...



한나는 문맹이다.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인 것이다.

그런 그녀는 미하엘에게 자신이 문맹임을 숨긴채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또 전차 승무원에서 사무직으로 이직을 하게 될 경우

그녀의 문맹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미하엘을 떠나게 된 것...

 

나치 수용소 '감시원'으로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모든 죄를 그녀가 뒤집어 쓸 수 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오로지 자신이 '문맹'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작성하지도 않은, 아니 작성할 수 도 없는 보고서를 그녀가 작성했다고 거짓진술을 하며

20년 형을 선고 받는다...

 

그녀가 문맹임을 너무나 늦게 알아차린 미하엘. 하지만 그는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그녀와 똑같이 숨기며,

그녀가 수감생활을 시작한지 8년째 되던 해부터 그녀에게 편지나 책을 보내는 대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녀에게 카세트 테이프에 그녀에게 책을 녹음해서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사면을 받는 하루를 남겨두고 둘은 재회하게 되나, 바로 그날 새벽 한나는 목을 메고 자살을 한다...

 

열다섯과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에 만난 두 사람.

한나가 그를 떠난 후 미하엘의 삶은 단 한순간도 한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어느누구도 마음속에 품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한나를 그리워하거나, 한나에 대한 사랑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그를 버리고 떠난 그녀에 대한 원망과, 자신이 그녀를 떠나게 했다는 죄책감이 한데 어우려저 그는 평생을 혼돈과 혼란속에서 보낸다.

 

한나는 어떠한가?

자신이 문맹이라는 약점을 숨기기 위해 사랑하는 미하엘을 떠나지만,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은 책에서는

사실 한나는 '미하엘'을 영원히 떠나지 못한다.

평생 미하엘을 가슴에 품고 살며, 또 평생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만, 미하엘이 10년간 보내준 테잎을 통해

그녀는 글을 배우게 되고, 마침내 글자를 쓰게 된다.

 

'문맹'이라는 그녀의 약점이 그렇게 사랑하는 연인을 떠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전차 승무원이라는 직업보다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이라는 직업을

택할 정도로, 자유로운 밖에서의 삶보다는 20년  감옥에서의 수감생활을 택할 정도로 그녀를 좌우하는 것일까?

 

나의 답답함과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인간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한나가 느꼈을 수치심과, 미하엘의 분노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다섯과 서른 여섯의 나이에 시작된 둘의 사랑이  미하엘에게는 평생을 분노, 죄의식,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나에게는 평생을 가슴에 담아둘 수 밖에 없는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

그런 것을 과연 사랑이라 할 수 있는지...

 

이런 복잡한 심경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이 영화가 가볍지 않은 것은 바로

인간의 상처와 수치심, 분노,  그리고 그속에서의 책임과 사랑, 연민 바로 이런 것들이  내 안에도 존재하기 때문이고,

내가 미하일이었더라면, 또는 내가 한나였더라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내 안에도 어떠한 '해답'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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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 2009-03-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건 아닌데요..한나는 20년형을 받지 않고 무기징역을 받았지요. (어제 영화를 본터라..) 근데 20년을 복역하고 가석방 되어서 나가는 설정이었어요.

영화 보고 저도 기분이 오묘했어요.^^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박지원. 호는 연암

그의 사상은 실학. 실학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 이용후생,  대표저서  열하일기...

이정도가 중학교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아마도 국사시간에 연암 박지원에  대해 배운 전부인 것 같다.

여기에 좀더 자세히 덧붙인다면 실학이 어떤 것인지, 박지원 하면 꼭 따라다니는 박제가 등등...

 

얼마전 위 책의 저자인 고미숙작가가 쓴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를 흥분의 도가니속에서 읽고나서

바로 다음날 고미숙이 쓴 책을 질러버리면서 산 책...

물론 '사랑과 연애의 달인..'에 나온 고전 이야기들을 읽으며, 갑자기 '고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책 제목만 보고도 진짜 웃음이 나왔다. 웃음과 역설에 유쾌까지... 오호~ 땡기는걸...

 

마지막 조선후기의 양 수평선에 있었던 두 천재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에 대한 보론과

저자의 중국기행 에필로그, 거기다 친절하게 '열하일기'의 원목차, 열하 여정도, 등자인물 캐리커처, 주요용어 해설까지...

참 친절하게도 덧붙여 놓는 바람에 책은 450여 페이지에 달한다...

 

처음엔 책 두께에 놀라고,

그 다음엔 연암의 범상치 않은 말과 행보, 특히 도저히 상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의 자유로운 사고에 놀라게 된다.

 

미루어짐작컨데 연암은 아마도 에니어그램 7유형에 속할 듯 하다.

 

'수십 보 떨어진 담장 밖에까지 들릴 정도로 크고 우렁찬 목소리' '말술을 마시고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으며 일단 논쟁이 붙으면 사흘 밤낮을 쉬지 않았다는 다혈질적 기질' 등등... 한마디로 넘치는 활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인물인 점도 감안한다면, 아마도 8번 날개를 쓰는 7번 유형이 아닐까 싶다.... 유머에 살고, 호기심에 열광하고 '자유롭다'에 쓰러지는 전형적인 7번유형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여진다...



그는 고독함조차도 밝고 경쾌하게 변화시킨다.

 

'사흘간이나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긴 봄날 우두커니 앉아 혼자 쌍륙놀이(일종의 보드게임)를 하고 있사외다. 오른손은 갑이 되고 왼손은 을이 되어 '다섯이야!'  '여섯이야!' 하고 소리치는 중에도 나와 너가 있어 이기고 짐에 마음을 쓰게 되니 문득 상대편이 적으로 느껴지외다.....'

 

 

위의 글에서 보여주는 철학적 의미는 일단 둘째 치고라도, 허걱~ 이게 정녕 우리가 익히 듣고, 외웠던

실학의 대가 연암 박지원의 모습이란 말인가???

 

연암 박지원은 1737년 영조13년 명문거족 반남 박씨가의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는데 집안이 대대로 청렴함을 자랑했기 때문에 명망에 걸맞는 부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언제든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는 계보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선후기 때도 주류 가문의 촉망받는 천재가 밟아야 할 코스란게 눈에 훤할터,

연암 또한 처음에는 '입신양명'의 길을 그대로 밟아 나가나,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는데 바로 우을증이 몸을 덮친 것이다.

 

현대사회 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도 우을증이 있었다는게 참 사람사는건 예나지금이나 매한가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오늘날 보통 우을증을 치료하는 것과 달리, 연암은 아주 독특한, 그만의 방법으로 우을증을 치료하는데, 바로 연암이 선택한 치료방법이란 바로 이런거다.

 

 

'지난 계유. 갑술년 사이에 내 나이는 열에 일고여덟 살이었다. 병에 오랫동안 시달리어 음악, 서화 혹은 칼, 거문고, 골동 등 모든 잡물을 제법 좋아했을 뿐더러 더욱이 지나는 손님을 모아놓고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옛이야기로써 마음을 여러 모로 위안시켰으나, 그 깊숙이 스며든 울적한 증세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저잣거리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채집하여 글로 옮기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를 치료의 방편으로 삼은 것도 경이로울 뿐더러, 글의 소재들이 주로 시정의 풍문, 그것도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야담들이라건 정말 희한하기 짝이없다. 성인들의 말씀이나 현자의 지혜를 찾아다니는게 아니라 시정에 떠도는 '개그'를 통해 마음을 수양하다니, 이런 발상이 대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연암은 질병이  찾아 올때는 바로 '다른 삶을 살라'는,  '문턱을 넘으라는' 몸의 신호요, 메시지임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그리고 70여 평생을 권력의 바깥에서,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의 생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며, 수많은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고여있지않고 끊임없이 이질적인 것들과 접속하는 삶을 산다.

 

벗을 부르는 타고난 능력으로 '벗이란 제2의 나다'라고 하는  우정론을 펼치며, 신분과 나이조차도 뛰어넘는 유연함 아니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지닌 연암.

 

머무름과 떠남에 집착과 주저함이 없고, 자신마져도 '타자화'시켜서 바라보며, 차이의 정치, 사이의 정치를 할 줄 알았던 인물... 그의 자유로운 사고와 자유로운 언행, 자유로운 행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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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51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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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시간을 거슬러 간다면 나는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물론 그보다 더  힘들고 어려울 때는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더 잘살고 싶다..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내 삶이 그렇게 마냥 되돌리고 싶을 만큼 후회되는 것은 아니기에 (늘 이렇게 제 잘난 맛에 산다. 그래도 그게 자기비하보다는 낫지 않냐... 는 식으로...)

단지, 어렸을 적 언제쯤으로 되돌아간다면 하는 쯤에서 정리하곤 한다...

 

그때는 참 순수하고, 세상에 두려울 것도 눈치볼 것도 없었는데.. 하는 느낌이랄까..

 

우리 모두는 저마다 가슴속에 '추억'을 담고 살아간다.

그것이 가끔은 나에게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고, 가슴 깊은 곳에 품고 있는 그리움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상처일 수도, 고통이나 회한일 수도 있다. 그럴때는 '추억'이라기 보다는 그냥 과거의 고통, 내지는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그 '추억'속에는  그 당시 사람들과 맺었던 관계의 깊이, 소통의 정도에 따라

그것을 기억하는 것도 다를것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와 함께 관계를 맺고 소통 하고, 존재했던 수많은 이들이

아직까지도 내 삶에 어떠한 형태로건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나또한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것을 깨닫고 살아간다면, 우리 삶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사람이 너무도 소중하고 애틋하고 그 어느누구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는 존재이리라...

 

이런 의미에서 신영복 선생님의 '청구회 추억'은 단순히 추억을 넘어서, 관계와 존재에 대해서,

또 가르치고 배우는 삶에 대해서,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을 채워가는 무수한 만남과 그것이 지니는 진정성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고, 성찰하게끔 한다.

 

 

우연한 기회에 절대 우연히 사귀지 않은 소년들과의 만남과 그들과 맺은 관계가

사형을 선고받고 삶의 가장 막다른 지점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관계로 승화시켜내는 신영복선생님의

자유로움과 인간에 대한 존중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그리고 나는 어떠한 무게와 깊이로 만남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그 속에서 나는 어떠한 입장의 동일함을 갖고 있는가?

어떠한 진정성을 담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차피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이기도 합니다"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이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어떠한 삶의 깊이에서 나온 것인지 새삼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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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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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후배와 얘기를 하다가,  늘 힘들다고 얘기하고, 늘 어렵다고, 죽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과

도대체 어떻게 관계를 맺는게 좋을지에 관한 얘기를 나눈적이 있다.

 

처음에는  하소연과 넋두리 또는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상대에게 '공감' 하며,  위로도 하고,

맞장구를 쳐가며 얘기를 잘 들어주다가도, 일방적으로 말하기자와 듣는자의 역할이 고정되다보면

듣는자는 어느새 한계에 도달하게 되고 어느순간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럴때는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게 좋을지, 그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온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에 무언가 '조언' 또는 설득을 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고...

그러다보면 결국, '관계'의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건 '내'가 그 사람에게 무엇을 줘야 하나 혼자 고민하며,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

상대방은 어느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다시 예전의 페이스로 돌아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땐 심히 배신감(?) 조차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의 '생존본능'이란 참 무섭고,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자기 문제는  자기가 가장 잘알고 있으며, 해답 또한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무언가 조언과 충고를 해주거나, 자기보다 훌륭한 누군가, 또는 위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와 용기를 찾아가기 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 잘 나가는 사람들, 위인들은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눅들게 하고,

 '나는 그들처럼 잘 난 것도 없는데...' 하며 오히려 의지를 꺽어버리고, 오히려 '잘난 그들'과 비교 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을 더욱 폄하시키거나, 비하시키게 된다는 거다.

 

반면에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나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저 사람도 해냈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의지를 북돋아 주며, 절망속에서 '희망'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이 힘들고, 지쳐, 더이상은 아무것도 하기 싫고, 또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아니 세상 모든일과 사람들이 나에게 태클을 걸고, 정말 인생의 바닥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

정신과 의사이면서, 심리학자인 빅터프랭클이 '죽음'밖에는 단지 기대할 것이 없는 저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는지, 아니 오히려 그를 수감하고 있는 나치들보다 마침내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밝혀놓는 이 책은 우리모두의 삶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희망'의 그것으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하다.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 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즉, 나치의 수용소에 조차도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그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어떤 사람이라도, 심지어는 그렇게 척박한 환경에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때의 '선택'의 기준은 바로,  '삶의 이유' '삶의 의미' 인 것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을 고통스럽게 하고, 절망으로 빠뜨리는 것은 실은 어떤 사람이나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또 그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그 선택은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싶은지,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내가 꾸는 꿈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삶이 괴롭고 힘들다면,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내 삶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

내 삶의 '이유'를 찾는것,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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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의식적인 표현하기의 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하면서 산 책이다.

특히 작가가 '천만번 괜찮아'의 박미라씨인걸 알고는 더욱 끌렸던 책..

 

하지만 어쨌건 '글쓰기'의 어떤 노하우를 알기 위해서라면 완전 잘 못 짚은격이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정도 가서야 글쓰기란 결국 사람과의 소통이고, 누군가에게 말하듯 편하게 쓰라는 말이 나온다.

헉~~ 사실 책한권 읽고 글좀 잘 써보겠다는 내 생각이 오히려 더 얄팍했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박미라의 '천만번 괜찮아'를 읽을 때 보다 오히려 더 울림이 있고, 내면을 많이 돌아보게 해준다.

특히 글쓰기가 치유의 과정이고, 성찰의 과정임을 , 그래서 결국 글쓰기라는 행위는 '나'와의 소통이며, 관계에서의 소통임을 알게 해준다... 물론 여전히 어렵고 힘든과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또 하나의 깨달음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1.

고난과 시련의 생존자들은 타인의 인생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내가 혹독한 인생길에서 엄살도 부리지 않고 승리했으므로 너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엄격함과 혹독함이, 고난과 시련만이 효율적인 방식은 아니다. 그보다는 칭찬과 격려가 더 힘이 될 때가 있다.

이미 깊은 상처를 입은 곳에 불같은 혹독함을 들이댈 필요는 없다.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느꼈던 수치심이나 굴욕감, 부노 등이 엄격한 상대를 통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회초리를 들어 그들을 뛰게 할 것이 아니라, 박수를 쳐주고, 그들이 자신의 의지로 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뛰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뛰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고생하며 뛰던 사람이 자기 속도를 찾아 걷기 시작하면서 행복해진 예도 얼마든지 있다....

 

 

2,

가장 훌륭한 칭찬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격려하는 것이다.

지금 그 자리에 머무르지 말고 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는 말은 참으로 애정 어린 충고임에는 틀림없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너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말도 된다. 당신이 사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참으로 민감해서 그런 상대의 심정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누구나 지금  이 못브으로 살고 있는 데는 나름의 절실한 이유가 있다. 남들에게는 게으름이나 무기력함이나 비겁함으로 보일 수 도 있지만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도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를 인정하고, 그런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지 알아주는 것이 먼저다....



 3.

누군가의 글을 읽는 것은 그를 비판하거나 분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서가 첫 번째 목적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결국 나 자신의 문제와 연결된다. 타인의 고통과 문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나 틀에 박힌 사고방식,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대의 한계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줘야 하고, 지나친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된다.

어찌보면  타인을 공감하기 위한 노력은 나 자신을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만드는 훈련이기도 하다. 그러니 공감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은 상대의 고통스러운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의 틀을 깨느라고 힘든 것이다. 만약 자신으로부터 해방되고 싶거든, 영혼까지 자유로운 삶을 원하거든 타인의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해보라. 그러면서도 쉼 없이 공감하고 있는 이 순간이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순간임을 자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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