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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7년 1월
평점 :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엥, 왠 고추장???
성은 고씨,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의 직책은 추장(흔한말로 대표)
그래서, 이 책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추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고병권님이 책으로 말하는 세상이다.
고미숙님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로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간접적으로 만났고, 그 뒤로 열하일기, 공부의 달인 등을 봤으니 요즘 이 수유+너머식 '사고'와 '바라보기'에 꽂혀있는건 틀림없다...
또 하나가 바로 '고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자랐으니, 내가 학교다니면서 배웠던 공자왈 맹자왈은 정말 공자왈 맹자왈인줄 알았다.
우리 학교 교육이 얼마나 자기멋대로, 자기 편한대로 필요한 것만 주입시키고, 무엇보다 '사실'도 왜곡해왔다는 사실을 살면서 점점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에 대해 '왜'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부터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나는 학교교육으로 '세뇌'당해왔던 걸까 싶은 의문이 생긴다.
한 예로 '에피쿠로스' 하면 내 머릿속에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건 '쾌락추구'라는 이 네 단어 뿐이다.
그것도 도덕시간에 배웠는지, 윤리시간에 배웠는지 자세히 기억도 안나지만, 에피쿠로스=쾌락 이라는 등식이 자동적으로 내 머릿속에는 있다.
근데 '쾌락'이라는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전해주는 이미지가 있듯이, 그래서 그 당시에만 해도, '무슨 철학자라는 사람이 '쾌락'을 추구해, 이 사람은 좀 이상한(?) 사람이군....'이라 치부하면서, 그냥 시험문제로 나올 것을 대비해 '에피쿠로스' = '쾌락'이라는 단편적인 지식만 집어넣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이 에피쿠로스라는 유명한 철학자가 추구하는 '쾌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을 왜 학교에서는 가르켜주지 않았을까? 왜 그 누구도 에피쿠로스의 '쾌락'이 우리가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의미의 '쾌락'인지에 대해 부연설명해주지 않았을까?
바로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에서 고추장님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던 본질적 의미, 맥락적 의미인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인생의 목적을 '쾌락이라고 말하는데, 그 다음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가 '쾌락'이 목적이다'라고 할 때, ..... 내가 말하는 쾌락은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혼란으로부터의 자유이다. "
바로 행복을 위해서는 신께 기도하는 대신, 행복한 삶을 위해 철학을 해야 하고, 또 행복해지려거든 자기 삶을 통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은 혼자서 달성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므로 "너는 무엇을 먹고 마실까보다 누구와 먹고 마씰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유명한 정원은 제자들만이 아니라 어린아이와 노예, 매춘부가 함께 철학하는 곳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어린아이에게 더 기다리라고, 노인에게 이미 지나갔다고, 노예나 매춘부에게 포기하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지금 그 자리에서 함께 행복해야 한다! 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추구하는 '쾌락'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행복한 삶을 위해 철학을 했고,. 그의 철학은 어린아이, 노인, 노예, 매춘부가 함께 하는 철학이었다...
바로 고추장님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식, 어떤 사물, 사건, 사람, 그리고 수많은 단어와 말들에 대한 입장, 관점, 그리고 태도...
바로 이런것들에 대해 '왜?' 라고 질문해보는 거,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또 다른 면은 없는지... 우리는 그것을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나는 누구의 입장, 누구의 시선으로 보는지를 알아차리고,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분단이 우리 뼈속 깊숙히 새겨놓은 '모아니면 도' 식의 이분법은 우리 사고 자체를 참 많이 경직시켜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왜?'라고 한번 질문해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했던 참 많은 것들이 보이고 또 들리게 된다.
고추장은 세상에는 네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세계를 변혁, 창조하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를 해석하는 책, 그 다음이 세계를 반영하는 책이고, 마지막이 세계를 낭비하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은 세계를 반영하며, 해석하지만, 궁극적으로 바라는건 세계를 변혁, 창조하고픈 열망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세계를 변혁, 창조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램이 최소한 나로 인해서는 실현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