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필요없다 -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 이매진 컨텍스트 15
전희경 지음 / 이매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여성신문에서  이 책에 대한 기사를 읽은 후 바로 책을 주문하고 나니 우연치고는 너무 기막히게도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보도됐다...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 '오빠는 필요없다'

왜 제목을 '오빠는 필요없다'라고 했을까? 굳이 필요없다고 까지 말할건 없지 않을까... 

'여성운동의 대중성 회복' 이라는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사실, 일반 남성 모두를 지칭해 '적, 또는 가해자'로 규정짓기 보다는 남성들 또한 가부장제사회의 또다른 피해자이며, 이들을 우군으로 얻지 않고서는 여성운동의 성공은 어려운게 아닐까... 라며 초반부터 여러가지 상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애초의 마음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 때문이다...

 1. 왜 장기수는 '선생님'이고 위안부는 '할머니'로 부르느냐?

2. 여자후배가 남자 선배를 '형'이라고 부르는 운동권 특유의 문화에서 '형'이라는 의미가 '학형'의 준말이라 설명하지만, 여성은 남자 선배를 '형'이라 불렀지만 남성은 여자 선배를 '누나'라고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나? '호칭'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3. 사무실에 손님이 찾아오면 누가 손님에게 "커피 한잔 드실래요"라고 묻는가?

4. 사무실 컵을 닦는 것은 누구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집기가 있는 곳을 누가 모르는가?

5. 화염병, 사수대, 가두시위, 전투경찰과 싸우는 모습 등의 소위 군사화된 시위문화는 과연 누구, 어느 집단의 정서가 반영된 문화인가? 

6. 강철같은 의지, 강철대오, 전사, 총탄, 총칼, 깃발, 노동자 군대... 등 수 많은 민중가요 투쟁가에 나오는 이같은 언어들은 누구를 표상화한 이미지인가?

7. 잦은 외박과 mt, 사발식, 2차 3차 까지 가는  늦은밤까지 계속되는 뒷풀이 술자리 문화는 누구에게 '가족'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나?

8. 노동운동 탄압에서 가족대책위의 구성원은  '누구'인가?

9. 공적영역만을 정치적인 장으로 보고, 가족, 연애, 결혼은 사적영역으로 분류하고 바라보는 것은 누구의 시선인가?

10. 왜 '가족' '육아'는 여성활동가들에게만 그토록 끈질긴 고민거리가 됐을까?

11. '동지'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진보'를 위해 용서와 침묵을 강요받을 때, 여성 활동가들에게 '성폭력'은 어떤 '의미' 인가?

12 '민족해방' '노동해방'을 전체운동 차원에서 '보편적'이라 정의하고, '여성해방'을 부문운동으로, '특수성'으로 정의 내리고, 바라보는 것은 누구인가?????

 사실, 질문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니, 이러한 가부장적 성차별 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은 거의 대부분 '과도한 감정'을 지적받는다.

그러나 자본가의 부당한 억압에 맞서 투쟁하는 남성(여성) 노동자들의 분노에 대해 "너무 민감하다"거나 "흥분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회적 약자가 억압이나 차별에 직면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오히려 부당한 상황에서 '감정적'이 되지 않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닌가? 그것은 '합리'나 '이성' 이 아니라 약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는 무능력일 뿐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활동가들은 '여성문제'라 일컬어 지는 것들에 대해 얘기할 때는 한껏 조심스러워야 한다.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억누르며, 아주 이성적으로, 그것도 아주 세련되게, 예술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절대로 그들이 제기하는 얘기가 들리지 않고, 오히려 반감만 사게될 거라고  여기게 된다.

 또한 많은 여성(활동가)들이 남성들과의 대화에서 무언가 답답함을 느끼고, 근본적으로 소통이 안된다고 여기는 것과 동시에 그것은 자신의 언어가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며, 본인 스스로도 잘 '정리되지 않기 때문'  이거나 '내가 조리있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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