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살다가 보면 '말그대로'와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길을 가다 만나게 된 플랜카드 ' 사장이 미쳤다. 모든 제품 90%할인' 이라는 문구말이다. 사람은 만원이고, 물건들은 말미잘같은 사람들의 손에 나뒹굴려져 있는 모습!! 그럼 나는 바로 뛰어든다. 얼마나 싸길래 저 난리일까 싶어서 말이다.

 

빈손으로 나온 경험을 친구들과 종종 이야기한다. 들어가보면 절반정도는 값이 싸다. 하지만 절반 정도는 제값 혹은 제값이상이라는 것이다. 싼 물건으로 현혹하고 발 들여놓은 사람들에게 마법가루를 뿌려서 사게끔 하는 악덕업자들. 이렇듯 우리가 쓰는 문자는 없어선 안될 인간의 도구이지만, 가끔 그 도구에 제 발등 찍을 일도 많다.





 

오랜만에 우리의 곁을 찾아온 카툰작가. 박광수님의 뿔난생각'<악마의 백과사전>은 사전형식의 엮음을 통해 그만의 톡특한 생각을 선보인다. 'ㄱ'부터 'ㅎ'까지......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단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이하여 공감되게 하고, 그만의 재치있는 카툰과 에피소드들은 읽는 독자들을 한마디로 '기가 막히게 '한다.

 

 





 

새끼손가락. 한자어로, 영어로 (다국적면모를 보여주는 한중영사전이다)

 





 

세끼손가락은 명사이다.

명사로서의 뜻풀이를 명시해 두었다.

 





 

광수씨만의 새로운 사전적의미.

: 약속의 다짐. 아직은 드러낼 수없는 비밀스러운 연인

오래 담근 간장이나 된장의 맛보기 등에 사용하는 인체기관

특이하게도 코딱지와 친하다.

 

카툰 작가 박광수씨만의 독특한 발상이다. 그리고 어느것하나 틀린 답은 없다는 것.

 





 

반갑기 그지없는 광수씨의 카툰. 짧지만 진한 뜻을 담고 있는 그의 카툰이 실려있다.

 

동창회 : 시간이 사람을 얼마나 변하게 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인간 품질 전시회.

리더십 :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반드시 지녀야 할 미덕에 대해, 이론가들이 책에 저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잡소리

사랑: 병이 시작된 환경으로부터 반드시 격리시켜야만 고칠 수 있는 일시적인 정신병.

아부 : 나약한 자가 필요할 때마다 윗사람에게 사용하는 최고의 처세술.(중략)

우정 : 사막의 신기루처럼 분명히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

: 글자를 깨알같이 수놓은 수면제

  그 밖에도 베개, 라면냄비 받침대, 화가 날 때 돌멩이나 야구공대신, 처음 만난 여인에게는 유식함을

  나타내는 악세서리로, 아무튼 종이로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용도가 다양한 물건이다.

  하지만 역시 참삶의 길을 묻는 자에게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의 본래 목적으로 사용할 때 제일 좋은 것.

 

그가 정의한 단어들에 대해 읽어본다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신식의 사전적 의미임을 공감할 것이다.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줘도 시원찮을 텐데 부정적인 것까지 정의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세상에 내던져진 돌멩이쯤 되려나?

 

 작가는 찌든때 들어있는 옷감을 정확한 시선으로 스캔하듯 세상을 훑어내리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비관적으로 정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다만 우리네 찌들린 세상의 어두운 음영을 양지로 끌어내서 없앨수 있지 않을까란 반어적인 취지를 머금고 있는 것 같다. 정답같은 그의 정의들을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에 입이 꽉 다물어졌지만 절대적으로 공감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박광수. 그리고 기다려졌던 카툰 작가 박광수. 박광수스러운, 박광수다운, 박광수만의, 박광수에 의한, 박광수적인, 박광수의 !!! 세상에 대한 또다른 정의는 그의 글을 읽는 많은 독자들로 인해 수정되기를 바라면서......언젠가 <박광수의 뿔난생각 - 악마의 백과사전>이 갱신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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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두 발로 걷는 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5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셰릴 오르시니 그림 / 책속물고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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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칭찬 받는 것 만큼 기쁜일은 없었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엄마에게 칭찬 받으며 그녀의 따스한 눈빛이 내 몸을 훑어줄때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나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충만감을 느끼곤 했다. 엄마가 주는 칭찬의 댓가는 나를 더욱 더 '착한아이'로 만들어주는 달고 값진 열매와도 같았다. 만약 부모님에게 야단이라도 맞는다면, 나는 '나쁜아이'라서 야단을 맞는것이 아니라 '착한아이'의 실수로 생각하고, 그것을 몰라주는 부모님이 그저 야속했던 어린시절이다. 

 책속물고기 출판 곰곰어린이 시리즈 5번째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는 심성이 착한 아이 루시가 네덜란드에서 온 고모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겪는 발랄한 성장 이야기다. 어떤 아이도 '나쁜아이'는 아니라는 전제를 보여주며,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에게서 그것을 끌어내어 주는 힘을 보여줌으로써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등을 두들겨주는 격려메세지를 전하는 동화다. 

 루시는 자신이 '착한아이'라는 것을 알지만, 주변의 사람들 즉,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에게 '나쁜아이'로 여겨지는것이 속상하다. 특히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잘난척쟁이 하신타와 마찰이 일어나면서 더더욱 그녀는 '착한아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어느날, 네덜란드에서 사는 고모할머니께서 방문하게 되고, 크리스마스 전 나쁜짓을 하게 되면 '검둥이 피트'가 루시를 자루에 넣어 스페인으로 끌고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루시는 '착한아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에서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고모할머니와 루시가족이 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앉았을때, 루시가 각자의 접시에 계란을 하나씩 배분한다. 그러나 루시의 남동생은 달걀 알러지가 있기에 제외했더니 고모할머니는 루시에게 욕심을 부린다고 핀잔을 준다. 루시는 남동생이 달걀을 먹지 못한다고 말했으나 고모할머니는 그것이 루시의 핑계라며 치부해 버리고 믿어주지 않는다. 이렇듯 어른은 순순한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아이를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봐선 안되는 부분을 찝어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고모할머니는 루시에게 '검둥이 피트'의 이야기로 겁을 주었으며, 순수한 아이들은 그것을 그대로 믿으면서 급기야 루시는 계곡물에 빠져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까지 처하게 된다. 어른들의 거짓말에 아이들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어른부터 읽어봐야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혹은 아이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통찰력있게 아이를 바라봐주어야 한다.   

루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편으론 아이들은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착한 심성을 어떻게 끌어내느냐는 것을 함께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착한 아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부터가 좋은 출발인 듯 싶다. 그리고 착한 아이가 되고자 스스로 노력하는 루시의 모습이 예뻐보인다. 긍정적인 모습을 찾아가는 루시의 태도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인상깊은 내용이 하나 있어 덧붙여본다. 루시는 동생을 위해 상한달걀과 싱싱한 달걀 구분법을 보여준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그대로 물에 띄운 달걀로 구분해내는 장면이 있는데, 가라앉는 달걀은 싱싱한 달걀이며 떠오르는 달걀은 상한 달걀이라는 것. 그것은 좋은것과 나쁜것으로 함축되면서 루시는 좋은것과 나쁜것을 고르는 장면에서 커다란 욕조에 갖가지 물건을 담궈 떠오르는 것과 가라앉는 것으로 분류해 좋은것과 나쁜것을 가려내는 장면이 우수웠다. 그 결과, 그녀는 스스로가 좋은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계곡물에 자신을 담그는 장면이 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웃음이 지어지는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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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두 발로 걷는 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두 발로 걷는 개 꿈공작소 3
이서연 지음, 김민정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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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름다운 사람들 출판의 꿈공작소 시리즈 3번째 <두발로 걷는 개>

우리나라의 옛 이야기 <흥부와 놀부>를 기억나게 한다.

흥부와 놀부에서 주요 핵심은 바로 욕심. 지나친 욕심이 부른 결말을 두고 권선징악을 배웠다.

 

어렸을때 부터 부모님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지나친 욕심은 화(禍)가 되어 나에게 되돌아온다고...

그러나 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 넘치는 욕심을 꼭꼭 누르는 것이 나의 첫번째 배움이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일이 내 욕심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아버려서 더불어 일찍 철이 든 나다.

그 덕분에 부모님에겐 늘...... 당차면서 확실한 성격을 가졌지만 반면 착한 딸이였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흥부와 놀부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지나친 욕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재미있게

풀어내는 이야기의 스토리도 웃음을 자아낸다. 익살스러운듯 보이는 표지속의 강아지.  

두발로 걸으며 구덩이에 씨를 뿌리는 점박이 강아지가 많은 아이에게 교훈을 가져다 줄 것이다.

더 나아가 자연이 주는 것에 대한 우리 인간의 태도는 어떠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첫 장 가득 매운 두발로 서있는 개와 엎드려 자는 개의 모습.

아이에게 보여주니 반응이 열정적이다!

호기심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이다. 많은 강아지 수를 헤어리다가 다음장을 넘기는 아이들.




흥부와 놀부를 보는 기분이 든다. 욕심쟁이 형과 가난하지만 정직한 동생.

 




신나게 씨를 뿌리고 흙을 덮는 개. 그림이 간결하면서도 표현이 좋다.

 




비단장수와 내기를 건 동생. 결국 비단장수는 동생에게 내기에서 진 댓가로 비단을 준다.





 

이 소식을 들은 형이 개를 끌고가서 일을 시킨 뒤 밥도 주지 않고,    동생과 같은 상황으로 비단장수들과내기를 걸지만, 개는 두발로 걷지 않고 네발도 걷다가 잠이 들었다.

두발로 걷는 개가 스스로 나타나 동생을 도왔고, 그런 개가 고마워 동생은 자신이 먹을 밥을 모조리 개에게 내어 주었다. 그리고 비단장수와의 내기에서도 거짓없는 사실임을 증명하게 되면서 비단을 얻게 되었다.

반면, 욕심많은 형은 두발로 걷는 개를 이용해 돈을 벌 목적이였다. 개는 역시나 밭을 갈아놓은 곳에 씨를 뿌리고 흙을 덮는 일을 동생에게 했던 첫처럼 똑 같이 했으나, 그는 그의 고마움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혼자서 밥을 먹고 말았다. 결국 개는 두발로 걷지 않았고, 비단장수와 내기한 형은 황소 두마리를 내기에서 진 댓가로 비단장수들에게 빼앗기게 된다.  화가난 형은 개를 죽이게 되고,

죽은 개에게 미안한 동생은 잘 묻어주게 되는데... 무덤에 튀어들어간 동생의 눈물.
얼마 지나지 않아 개 무덤에서 달고 맛있는 배가 주렁주렁 열리는 배나무가 자라게 된다.

또 심술이 난 형은 배나무로 돈벌이를 하는 동생을 찾아가 무덤까지 빼앗아 게게 되고, 자신의 집에 가져다놓은 개 무덤에서 역시 배나무가 자라나게 되지만, 신나게 흔들어 떨어뜨린 배에 맞아 죽고 마는데....떨어진 배는 돌배였던 것이다.

 

 

 

욕심만 지나쳤던 형은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욕심이 부르는 댓가를 그림이야기로 잘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주변에 흔하면서도 친숙한 개를 주제로 한 것도 친근함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친숙한 인간의 반려동물 개. 그리고 어떠한 댓가도 없이 씨를 뿌려주는 개.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조건없는 선물을 반영하는 설정인 것 같다.

 

그렇지만 욕심많은 형은 개를 죽이고야 말았다. 처음엔 이렇게 격할 수 있나...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지나친 욕심이 물불 안 가리는 인간의 나쁜 면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였나 싶기도 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도 거위 배를 갈라보지 않던가. 이렇듯 인간의 욕심은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죽은 개를 정성스럽게 묻어주면서 진심으로 미안한 눈물을 흘리는 동생. 그 진심에 응답이라도 하듯 싹을 틔우는 개의 무덤에선 달콤한 배가 열린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개는 동생에게 한없이 주었다.

그러나 개를 죽인 형은 죽였다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조차 모르는지 끊임없는 욕심으로 무덤까지 빼앗아간다. 결국 돌로 된 배가 주렁주렁 열려서 그 돌배에 머리를 맞아 죽게 된다.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서 태어나 자연에게서 많은 것을 얻으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자연이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은 가져다쓰고 또 가져다쓰고 자꾸만 퍼내어 간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내어주는 황금알을 받아 쓰고, 거위에게 밥을 주지 않는 못된 농부들처럼... 결국엔 거위는 굶어죽겠지 혹은 지나친 욕심으로 거위배를 갈라보는 바보같은 농부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우리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깨닫는 것이 시급한 요즘이다.

 

<두 발로 걷는 개>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작게는 인간의 욕심, 크게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 등을 보여주게 된다. 이 짧은 그림책 하나에 크나큰 메세지가 들어있어서 좀 놀라웠지만, 한편으론 요즘 심심치 않게 고민되는 지구살리기에 발맞춰 나아가는 그림책이란 생각도 든다. 이렇게 주기만하는 자연에게 자꾸만 달라고 조르다가는 언젠가 맞아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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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장 - 일상다반사, 소소함의 미학, 시장 엿보기
기분좋은 QX 엮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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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나서 남편과 마트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참 좋았다. 살것도 없으면서 마트카에 가방을 싣어놓고 걸어다니면 한두시간이 후다닥 날아가고, 괜시리 사고 싶은 것도 많아져 이것저것 사오기 일쑤였다. 

 내가 사는 지역이 동해안이라서 회는 종종 사 먹을 수 있는데, 마트안의 회는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아, 친정쪽에 있는 전통시장에 들리게 되었다.

 

엄마 돌아가시고 가보지 않았던 동네 전통시장. 시장안에 들어서자마자 낯익은 가게주인들도 보인다. '빨간다라이'안에 나물이며 과일이며 빼곡히 얹어놓고 내가 지나가는 걸음걸음마다 말소리를 심어주는 시장사람들. " 새댁! 이거 사가지고 가~ 어이?" 라고 한다.

횟집에 들러 3만원정도의 회를 푸짐하게 사서 돌아서는데 뒤통수에다 하시는 횟집 아주머니 말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 엄마, 참 좋은 분이셨는데... 힘내서 잘 살아~"라고. 전통시장에서 얼굴 익히고 살았던 엄마 덕분에 나의 등장은 시끌거렸지만 평판 좋던 엄마 덕분에 딴은...... 회도 덤으로 얻어가고, 순대 한움큼 얻어먹고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돌아가는 길에서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전통시장 안에선 나의 사랑하는 엄마가 아직도 살아 있었던 것이다.

 

 





제주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경기도 서울의 전통시장을 소개하면서 지역적인 특색도 보여주고,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낸 <한국의 시장>은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진다. 장면장면 '맞다 맞다'하면서 이런사람 꼭! 있다 라는 말이 연발 나오는 책이다. 우리 지역 혹은 근처 큰 전통시장만 가 본 턱에, 다른 지역 시장을 구경하는 기분이 꽤 괜찮다.

 





강원도에 여행했던 기억으로, 정말 꼭 가보고 싶었던 강원도 전통시장. 그안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글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느 전통시장의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인다. 하지만 수북하게 쌓인 게 모습은 진귀하긴 하다. 위에서 언급한 일명 ' 빨간 다라이'는 여전히 등장하고, 돈을 넣어두는 앞치마는 크게 다를바 없다. 우리의 전통시장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조금씩 흐름은 비슷해 보인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큰 전통시장이 있으며 전국적으로 '과메기'와 '문어' '고래고기'가 유명한지라 타지인들의 방문이 많다. 그러나, 지인들은 늘 나에게 전화해서 물어본다. 거기 갈려면 얼마나 걸려? 혹은 어디로 가면 더 빨라? 등등......

가는 방법과, 통행료까지 기록되어 있어 여행을 목적으로 그 지역에 들린다면 전통시장을 기회삼아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트의 진열은 일목요연하고 획일적이지만, 전통시장은 제각각이다. 가끔 독특한 진열로 시선이 머물때도 있다. 전통시장에 갈 때마다 내 발길이 멈춰서는 진열이 있긴 하다. 바로 전통과자가게. 전통과자가 화려하고 맛도 있지만 인심좋은 주인이 길가던 나의 팔을 붙잡고 무작정 입안에 과자 하나 넣어준다. " 그냥 마구 먹고 가!"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인심도 인심도 이런 인심이 어디 있나. 전통시장안은 이런 사람들로 인해 따사롭고, 정스럽다고 하는가보다. 결국 그냥 먹고 가나? 아니다. 한아름 사서 가는데다 검은 비닐봉지안에 또 한움큼 넣어준다. 과자는 마구마구 퍼담는 모래와도 같았다.

 

전통시장인들은 마트이야기만 하면 푸념하기도 한다. " 우린 먹고 살기 힘들어. " 라면서.... 마트보다 비싼 일도 있지만 질적으로 월등하기도 하다. 게다가 마트보다 대부분 저렴한데다, 인심은 또 어떠한가. 오고가는 대화도 포근하다. 그리고 친정 가까운 전통시장안엔 돌아가신지 2년이 넘은 엄마의 숨결도 살아있다. 엄마를 기억해주는 시장인들이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장바구니에 무언가를 마구마구 넣어준다. 그런 인심 덕분에 눈물이 정신없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가슴 한켠이 얼음을 조각내어 녹여가듯 따뜻해지는 것이다.

 

전통시장 사람들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대화해보지 않아도 그들의 행동에 보이는 것이 바로 삶에 대한 강한 힘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그 힘을 닮고 싶고, 또 얻어오고 싶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지갑 달랑 하나 들고 전통시장에 들린다. 순대도 사먹고, 시장통사람들과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한껏 나이든 아주머니들 처럼 실없는 농담도 툭툭 던지면서 말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 만큼은 살아있음이 몸소 느껴지고, 힘이 솟는 것 같다. 검은 봉지 손에 손에 들고 집으로 타박타박 걸어가는 길이 정겹기도 하기에 나는 또 전통시장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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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입니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나는 개입니까 사계절 1318 문고 62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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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에선 '환생'이라는 말이 있다. 동물도 다음 생애엔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고, 인간이 내세에 하찮은 짓을 한다면 다음 생애엔 동물 혹은 곤충이 될 수 있다는 말.  

불교를 믿으시던 엄마가 살아계실때, 나의 행동이 그르다고 생각되시어 하시던 말씀안에 이 이야기가 있었다. 그말은 즉,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장 크나큰 행복이고 행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씀이 이러했다. " 짐승은 봐라, 저리 주인을 따라 다니지만 주인인 인간이 짐승을 보살피지 않는다면 불행하지? 두발로 못 걷고, 옷도 못입고, 여지저기 볼일 보고, 말 못하니 고충을  누가 알아줄 수가 있나......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장 큰 복이라 생각하고 행동거지를 똑바로 하거라," 라는 말씀이다. 맞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큰 축복이다.  

 <나는 개입니까>지은이 청신강님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이미 <열혈 수탉 분투기>로 알려진 작가이다. 그러나 나는 중국소설은 처음접하는 것이라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그런데 자꾸만 일본소설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일본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짐승이기 때문이다. 일본소설은 특히나 동물을 사람에 비유하거나 사람처럼 소설을 쓴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개입니까>에게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는 것. 

오랜만에 만난 풍자소설 <나는 개입니까>는 지하로에 사는 개. 가족 중 막내 개의 이야기다. 엄마 아빠, 큰형 작은형, 누나 그리고 막내. 할아버지가 임종하시기 전 '창구'라는 곳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남기셨을때 막내는 '창구'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하고, '연분홍지렁이'를 만나게 되면서 '창구'가 바로 지하로에서 지상의 인간세상으로 연결되는 멘홀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창구'를 지나면 인간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인간세상의 이야기를 연분홍지렁이에게 전해 들으면서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막내. 어느날 작은형이 어금니만 남겨놓고 사라지게 된다. 연분홍지렁이가 연분홍외투를 남기고 죽게되면서 막내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다. 연분홍 외투를 받은 막내는 예지력을 갖게 되고, 뒤이어 창구를 통해 인간세상에 가게 된다.  

예지력덕분에 위기를 넘기는 막내는 '엄마의 집'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가족을 꾸리며 살게 된다. 인간은 이름이 필요하다. 인간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 인간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새로 꾸린 가족구성원들간의 규칙은 지켜야 한다. 이 많은 것이 무엇때문에 필요한 것인지...막내는 이해하지 못한다. '큰 또즈'라는 이름으로 지내다가  '류웨'라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고 큰 또즈는 '홍메이 아젠'이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류웨덕분에 인간세상에서 사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지만 반면 류웨 덕분에 자신의 원래 가족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는 가슴아픈 이야기다. 

그렇게 말하는 또즈의 눈에 순수한 동경의 빛이 스쳐 갔다. 그 아이의 진심어린 눈빛이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그 눈빛에는 나 자신이 인간 세계로 온 것을 영원히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무엇이 있었다. (141p.) 

 내 몸에서 뽑아낸 혈액이 주사기를 통해 우다오 선생님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우다오 선생님이 생애 마지막 말을 뱉었다. 

"산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야." (277p.) 

또즈의 순수한 눈빛은 언제까지 유지될까? 순간 궁금했다. 나는 두아이의 엄마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순수함 그 자체라고 말해도 좋을듯하다. 하지만 그 순수함이 언제부터 젖어들까? 젖지 않는 순수함이 남아있기는 한걸까?  

 책을 읽는 내내 눈치없는 눈물을 자꾸만 흘렀다. <나는 개입니까>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은 탓이다. 더러운 지하 배수로보다도 더 더러운 세상이 바로 맨홀 위의 인간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 인간보다도 더 인간다운 개, 홍메이 아젠이다.  정말 바보스럽게도 솔직한 아젠이 한편으론 답답했지만 아젠이 틀렸다고 말하는 내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거짓, 욕심, 욕망, 허영심, 가식 등 수많은 수식어를 붙여도 발뺌할 수 없는 우리는 이책의 개에게서 '순수'를 배워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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