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입니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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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입니까 ㅣ 사계절 1318 문고 62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10년 4월
평점 :
불교학에선 '환생'이라는 말이 있다. 동물도 다음 생애엔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고, 인간이 내세에 하찮은 짓을 한다면 다음 생애엔 동물 혹은 곤충이 될 수 있다는 말.
불교를 믿으시던 엄마가 살아계실때, 나의 행동이 그르다고 생각되시어 하시던 말씀안에 이 이야기가 있었다. 그말은 즉,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장 크나큰 행복이고 행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씀이 이러했다. " 짐승은 봐라, 저리 주인을 따라 다니지만 주인인 인간이 짐승을 보살피지 않는다면 불행하지? 두발로 못 걷고, 옷도 못입고, 여지저기 볼일 보고, 말 못하니 고충을 누가 알아줄 수가 있나......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장 큰 복이라 생각하고 행동거지를 똑바로 하거라," 라는 말씀이다. 맞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큰 축복이다.
<나는 개입니까>지은이 청신강님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이미 <열혈 수탉 분투기>로 알려진 작가이다. 그러나 나는 중국소설은 처음접하는 것이라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그런데 자꾸만 일본소설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일본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짐승이기 때문이다. 일본소설은 특히나 동물을 사람에 비유하거나 사람처럼 소설을 쓴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개입니까>에게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는 것.
오랜만에 만난 풍자소설 <나는 개입니까>는 지하로에 사는 개. 가족 중 막내 개의 이야기다. 엄마 아빠, 큰형 작은형, 누나 그리고 막내. 할아버지가 임종하시기 전 '창구'라는 곳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남기셨을때 막내는 '창구'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하고, '연분홍지렁이'를 만나게 되면서 '창구'가 바로 지하로에서 지상의 인간세상으로 연결되는 멘홀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창구'를 지나면 인간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인간세상의 이야기를 연분홍지렁이에게 전해 들으면서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막내. 어느날 작은형이 어금니만 남겨놓고 사라지게 된다. 연분홍지렁이가 연분홍외투를 남기고 죽게되면서 막내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다. 연분홍 외투를 받은 막내는 예지력을 갖게 되고, 뒤이어 창구를 통해 인간세상에 가게 된다.
예지력덕분에 위기를 넘기는 막내는 '엄마의 집'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가족을 꾸리며 살게 된다. 인간은 이름이 필요하다. 인간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 인간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새로 꾸린 가족구성원들간의 규칙은 지켜야 한다. 이 많은 것이 무엇때문에 필요한 것인지...막내는 이해하지 못한다. '큰 또즈'라는 이름으로 지내다가 '류웨'라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고 큰 또즈는 '홍메이 아젠'이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류웨덕분에 인간세상에서 사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지만 반면 류웨 덕분에 자신의 원래 가족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는 가슴아픈 이야기다.
그렇게 말하는 또즈의 눈에 순수한 동경의 빛이 스쳐 갔다. 그 아이의 진심어린 눈빛이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그 눈빛에는 나 자신이 인간 세계로 온 것을 영원히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무엇이 있었다. (141p.)
내 몸에서 뽑아낸 혈액이 주사기를 통해 우다오 선생님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우다오 선생님이 생애 마지막 말을 뱉었다.
"산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야." (277p.)
또즈의 순수한 눈빛은 언제까지 유지될까? 순간 궁금했다. 나는 두아이의 엄마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순수함 그 자체라고 말해도 좋을듯하다. 하지만 그 순수함이 언제부터 젖어들까? 젖지 않는 순수함이 남아있기는 한걸까?
책을 읽는 내내 눈치없는 눈물을 자꾸만 흘렀다. <나는 개입니까>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은 탓이다. 더러운 지하 배수로보다도 더 더러운 세상이 바로 맨홀 위의 인간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 인간보다도 더 인간다운 개, 홍메이 아젠이다. 정말 바보스럽게도 솔직한 아젠이 한편으론 답답했지만 아젠이 틀렸다고 말하는 내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거짓, 욕심, 욕망, 허영심, 가식 등 수많은 수식어를 붙여도 발뺌할 수 없는 우리는 이책의 개에게서 '순수'를 배워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