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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달님을 따 주세요
에릭 칼 글.그림, 오정환 옮김 / 더큰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 달님을 따 주세요 ㅣ 글 · 그림 에릭 칼 ㅣ 더큰 출판사
" 아빠가 달 따줄까? 별 따줄까? " 라는 말 들어보셨죠?
아빠는 우리를 옥상 평상에 데려다놓고서 편편하게 누운 언니와 나 남동생 사이에 떡 하니 누우셨죠. 그리곤 말씀 하셨습니다. 아빠 이름으로 사 놓은 별들이 다섯개라고요. 그리곤 가르쳐주셨습니다. " 북두칠성 보이지? 북두칠성 옆에 크게 반짝이는 별을 봐봐. 아빤 저 별을 우리 큰딸 별이라 정했단다." 이 말로 시작해서 아빤 동화같은 이야기를 함께 해 주셨습니다. 어린 마음에 쏟아지듯 나를 내려다보는 별들과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따뜻하고 신비로움을 느꼈어요. 그리고 아빠가 지정해준 나의 별을 잊지 않으려고 어린 큰 눈망울 안에 가득 가득 담아 내려오곤 했답니다.
요즘은 하늘을 보면 조금은 실망스러워요. 북두칠성은 보이지도 않고, 그 옆에 있는 나의 별도 안 보이고요. 그러다가 어제 잠시 다녀온 여행지에서 별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이 캄캄해서인지 별이 더욱 잘 보이더라고요. 게다가 어젠 초승달이 아주 밝고 깨끗하게 보이더군요. 어렸을때 아빠가 해주신 하늘의 달과 별 이야기가 물씬 생각나던 밤이였습니다.
아빠와 함께 바라보는 달. 아빠에게 달을 좀 따 달라고 부탁하는 우리가 있었듯이, 우리의 아이들도 달이 갖고 싶지 않을까요? 지구옆을 항상 지켜준다는 지구의 거울이라고 말씀해 주셨던 아빠 말처럼 감히 따서 내려오면 안된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정말 한번쯤은 아빠더러 달좀 따 달라고 말해보고 싶었답니다.
여기 동화작가 에릭 칼은 그런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해요. 책을 만들면서 그는 이 책을 그의 딸에게 바친다는 작은 마음을 전하기도 했답니다. 정말 아이에 대한 아빠의 진한 사랑이 묻어나는 책인거 같아요.
첫 페이지를 열면 이렇게 별이 한 가득~
초승달에서 보름달 달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아! 표지에도 있지만 여기도 에릭 칼 님의 사인이 숨어 있었네요^^
어느날 밤,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모니카는 창문에서 달님을 가깝게 마주하게 되고,
달님과 놀고 싶었어요.
팔을 뻗어 달님을 손으로 잡으려고 해도 닿지 않았죠. " 아빠, 달님을 따 주세요!"
그래서 아빤 아주 긴 사다리를 가져오게 되어요.
( 책을 모두 펼치니까 긴 사다리가 되었어요. 와우~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고 하고 싶네요.)
(책의 페이지에 덮힌 흰 페이지를 위로 넘겨 주시면? )
( 사다리를 달님에게 닿도록 놓았군요^^)
긴 사다리를 높은 산 꼭대기에 세우신 아빠.
그리곤 사다리를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가셨습니다.
(저 큰 달님을 아빤 어떻게 가지고 내려갈까요? 정말 궁금한 찬라였어요^^)
아빤 달님에게 말을 걸었죠.
딸 모니카가 놀고 싶어하지만, 가지고 내려가기엔 달이 너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달은 이렇게 말을 하지요.
" 나는 매일 조금씩 작아져요.알맞은 크기가 되었을 때 나를 데려가 주세요." 라고요.
(정말 큰 달을 표현한 접이식 페이지는 저를 깜짝 놀라게 했답니다.
아이들도 이 페이지를 보자마자 소리를 마구 질러요.)
( 책을 집중하며 보다보니 정말 달이 내 눈앞에 있는 기분이 들어요.)
정말로 달님이 차츰 작아지고 또 작아졌습니다.
(달님이 작아지고 또 작아졌다는 표현도 글자를 조금 줄여서 표현한 것이 일품이네요^^)
달님이 알맞은 크기가 되었을 때, 아빠는 달님을 들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 자, 달님이다, 모니카. 널 위해 가져 왔단다."
( 이 문장에서 아빠는 딸을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헌신적인 모습이 들어나는 거 같아요.)
갖고 놀던 달님이 점차 작아져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그리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밤,
모니카는 하늘에서 가드다란 은빛 달님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그 가느다란 달님은 매일 밤 조금씩 커지고 커지고 커져서...
커 졌 습 니 다.
(작아졌다가 사라진 달. 그리고 다시 커지는 달. 달의 변화를 동화적으로 잘 표현한 부분이네요^^)
어렸을때 달이 모습을 바꾸는 것 자체가 걱정스러웠어요. 어느날은 달이 사라지기도 하고요. 옛 사람들도 달이 사라진 것을 기이하게 여겼다고 하잖아요. 어린 마음에 둥근 달이 점차 작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을 했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달의 변화를 동화스럽게 들려줄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딸에 대한 아빠의 마음이 보이고요. 아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어렸을 적 고정관념이 딴은, 정말로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 그것이 사실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멋진 그림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아낸 에릭 칼 님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오랜만에 만난 심도있는 동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