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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손하's 소소한 도쿄 - ソナ‘s 細-しい東京
윤손하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눈꽃>이라는 드마라때문에 배우 윤손하를 좋아했다. 학창시절이였던 지라 그녀가 일본으로 떠난것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몇년이 지난 후 2000년 ’ 소나 ’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고, 그녀는 원조 한류스타가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유독 얼굴의 옆선이 아름다웠던 그녀는 닮고 싶은 미인이다. 선한 눈매와 심지어 귀여워보이는 눈썹까지 어느하나 안 이쁜 데가 없다. 볼록한 이마에 쓸러올린 머리가 예뻐서 한참을 따라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비쥬얼적으로 전혀 닮지 않았지만 말이다.
일본에 여행을 가보고 싶은 생각에 내년 남편과 약속을 했다. 못다한 신혼여행(신혼여행 갔다가 바로 되돌아오는 가정사가 있었다.)을 일본여행으로 채워보자는 뜻을 합쳤는데, 사실 일본은 물가가 무척이나 비싸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산다는 건 왠만한 부자가 아니고서야 자린고비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으로 지내왔다. 일본을 소개하는 서적을 단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지라, 내가 동경하는 윤손하가 말하는 도쿄는 뭐랄까...... 의외로 따뜻한 기분이 든다.
처음엔 일본이라는 곳이 만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어의 장벽부터 시작해서 한일감정이 남아있는 그곳. 그러나 그녀는 10년동안 살면서 한국에서처럼 따뜻한 이웃들을 만나고, 우리네의 일상과 크게 다를바 없으면서 일본이라는 곳을 100%즐기고 있었다. 시우의 엄마로,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의 배우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해내는 슈퍼우먼. 한사람의 일상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대단하다기 보단 즐겁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도쿄라는 복잡한 곳에서의 소소함. 소박하면서도 오렌지빛이 감도는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이 책은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메운다. 네추럴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나처럼 그녀도 네추럴의 마니아. 직접 인테리어한 집에서 일본 친구들을 초대해 고추장떡을 만들어먹는 사소하면서도 즐거운 일상들이 마치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고 지극히 일상적이고 행복해 보인다.
고등학교때 친구가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받은 첫번째 편지가 기억난다.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편지지.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아서 힘들다는 내용이 가득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아마도 경상도 여자라서 더욱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직설적인 성격탓에 말이다. 일본인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여긴다는 말을 친구에게서 들었다. 윤손하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본사람들과 마음 나누기가 어디 쉬웠으랴. 그런 곳에서 수많은 친구를 보유(?)한 그녀는 자신을 먼저 드러내는 진솔함으로 친구에게 다가갔다.
일본에서 인간관계를 넓히는 가장 쉬운 법은 지인을 통해 소개되는 경우란다. 한사람과의 친분을 유지하고 그 사람을 통해 다른 친구를 마나고 그렇게 해서 지금의 어마어마한 친구를 만들게 된 것이다. 누구를 통해 알게된 사람의 전화번호를 얻고 싶다면 그 사람을 만나게 해준 지인에게 나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게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가? " 누구누구 전화번호 좀 줘봐." 라던가? 술자리에서 " 전화번호 좀 찍어!" 이렇게 나가는데 말이다. 윤손하가 말하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는 꽤나 직설적이다. 한바퀴 돌려 이야기하는 것이 서로간에 트러블이 없겠지만 사실 그건 답답하다. 그러나 한국인인데 그 티가 어디로 숨겠는가. 일본 생활 초기, 티가 팍팍나는 통에 당황스러운 일도 많았으리라.
친구의 가방안에서 잡지책을 그냥 꺼내들었단다. 일본친구는 정말로 당황하는 낯빛이였다고 한다. 매니저를 통해 들은 사실. 일본인들 가방안에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허락을 구하는 것이 예의라는 말이다. 사실 한국에선 아무렇지 않다는 게 맞는다고는 하지 않겠다. 허락을 구하는 것이 순서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난 친한 친구의 옷도 옷장에서 마구 꺼내서 걸쳐보니 정말 차이난다. 차이나.
일본 친구가 윤손하의 집에 방문했을때
친구 - 물 좀 먹어도 될까?
손하 - 냉장고 안에 있어.
친구 - 냉장고 문 열어도 될까?
손하 - 응
친구 - 연다?
이런 대화가 오고간단다. 세상에.... 처음 만난 사람 혹은 약간의 친분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하물며 친군데..친구!
손하. 일본 친구의 집에 방문했을 때
손하 - 물 어딨어? (바로 물어본다)
친구 - 응, 잠깐 기다려. 내가 줄께
손하 - 괜찮아, 괜찮아.(냉장고 문을 활짝)
친구집이라면 물 달라는 것이 꼭 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윤손하는 스스로 챙겨먹는 것이 배려라는 생각으로 그리 행동했다고 하는데, 실은 일본인들에겐 아주 실례되는 행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남편 친구 내외가 우리 집에 놀러왔는데 불쑥 냉장고, 심지어 냉동고문까지 활짝 열어보고 장농도 열어본다. 안방에 문을 닫아놓았는데 굳이 열어본다. 게다가 가만히 앉아서 물심부름까지 시킨다. " 언니! 물한잔만~" 이란다. 언제 봤다고 언니라고 부르는지..... 이럴땐 참으로 기분나쁘다. 냉장고는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곳 아니던가. 하물며 안방은 어떻고..... 그런데 물도 그렇다. " 물 어디에 있어요? 마셔도 되나요? " 라고 말한마디 하면 어디 덧나나? 그렇다고 갖다 마셔라고 할 나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예의적인 부분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조금은 지나쳐보이는 일본인들의 문화는 그들을 만들어 준 그들만의 문화이기에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 생각엔 윤손하님도 동의한다^^
지역감정을 가진 몇몇 어른들을 보면 조금은 답답하다. 언제쩍 감정이냐 싶고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도 싶다. 그런데 나 역시 ’일본’하면 뭔가 느낌이 다르다. 특히나 스포츠로 우리나라와 한국이 경기할때는 올나잇이라도 상관없다. 불타는 그 열정을 내 인생에 쏟아 부었다면 내가 지금 뭐라도 되었을 것이다. 그건 어찌보면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이다.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피로 물려받았는지......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은 밝은 편이다. 다만 내안의 무언가가 찌뿌둥할뿐이다.
윤손하가 말하는 평범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쿄이야기. 일본 가이드북이 아닌 그녀 개인적인 이야기를 녹여놓은 이 책은, ’윤손하, 일본여자 다 되었네.’라는 비판이 조금은 걱정스럽다는 그녀의 말과는 달리 변함없는 윤손하와 그녀가 말하는 아름다운 도쿄이야기로 따뜻해지는 책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작은 쿠키상자를 들고 다니면서 그녀가 말하는 산책로를 걸음걸음 옮겨보고 싶다. 인정없을 것 같다는 메마른 일본이라는 상념은 버리자. 내가 좋아하는 ’덤’이 있는 인정많은 작은 가게들과 걸어도 걸어도 즐거운 산책로, 나무향기 나는 공방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많은 그곳. 도쿄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
그다지 두드러지거나 특별한 재주랄 것을 가지고 있지 않던 나도 이렇게 삶의 즐거움과 활력을 하나하나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감히 여러분에게, 이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싶다.
’ 당신은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나요?’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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