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면, 아이의 심리가 보인다 - 그림으로 읽는 내 아이 심리
실비 쉐르메-캐로이 지음, 김성봉 옮김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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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간호학을 전공하고, 면허를 취득하고 나서 다양한 과에 근무를 했다. 그 중에서 정신병동의 근무기간은 정말 잊을 수 없다. 두려움에 근무하는 시간이 조마조마하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늘 간호사복을 빨아입어야 했다. 정신병동의 식구들은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이 대단했으며 담배 재떨이의 재를 나에게 뿌리기도 하고 머리채를 잡고 놓아주지 않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미술시간. 학교다닐때 심리학 교수님과 함께 했던 수업 덕분에 그림으로 알아보는 심리학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던 터라 그 시간 또한 흥미로웠다. 때마침 집을 그려보라는 과제. 양극성 장애 환자들과 해리성장애 그리고 알콜중독자들 모두 각자 그린 집의 그림이 달랐다. 어떤 사람은 집에 지붕이 없고, 어떤 사람은 스케치북의 왼쪽 끝선에 맞춰 집을 반만 그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창문과 대문이 없는 집. 심지어 집을 그려놓고 비도 내린다. 한 양극성 장애 환자의 그림에서는 집을 그려놓고 해를 그린 반쪽과 비를 내리게 하는 반쪽의 그림을 그렸다. 정신병자라서 그렇구나가 아니라 그들의 질병은 내면의 문제이므로 그림으로 보여지는 내면의 문제들을 우리 의료인들은 파악할 수 있었다.

 

 최근 유·아동 방송관련 프로그램 중 아이의 그림을 통해서 아이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있다. 지금 방송시간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몇번 본 적이 있었다. 그날은 우리 가족 그림 그리기 였는데, 자신을 가운데 그려넣는 그림이 일반적이라면 어떤 아이는 오른쪽 모퉁이, 아빠는 크고 엄마는 작고 혹은 아빠 혹은 엄마 중 그림에 등장시키지 않고 어린 동생을 바닥에 엎드려 놓게 한다거나 멀리 떨어뜨려 놓는 그림들을 보았다. 그림을 통해 아이의 내면의 소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다시한번 놀라웠다.

 

 <그림을 보면, 아이의 심리가 보인다>의 저자 실비 쉐르메 캐로이는 '필적학과 상징주의'로 박사학위를 받고 필적학을 그림과 접목시켜 성인과 아동의 심리를 분석했다고 한다. 전국 필적학자연합회 심사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도 활동중인 터라 그가 말하는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아이의 그림을 분석하는 방법부터 부모와 사람 그리고 나무의 이미지를 통해 아이의 심리 상태를 알아보는 것 그리고 다양한 상징물을 통한 아이의 심리를 파악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이 그림은 5개월동안 한 아이의 그림으로 변화과정을 설명하는 중 실린 그림이다. 그림의 상 / 하/ 좌 / 우는 그 공간의 활용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상 - 정신세계

하 - 물질세계

좌 - 과거 / 엄마 / 내향성

우 - 미래 / 아버지 / 외향성

 

이 상징적인 의미를 잘 알고서 아이 그림을 본다면 이해가 더욱 편할 것이다. 5개월간 관찰한 아이의 첫번째 그림은 종이의 왼쪽 끝. 두번째 그림은 종이의 왼쪽에서 부터 조금 떨어져 나온 곳에 그렸다. 그리고 다음 그림은 위의 그림으로 ,그림 가운데 아이가 위치하고 있다. 많이 발전된 모습이다.점차 엄마에게서 떨어져 나와 내적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면서 파란색 망토를 그려넣은 것으로 보아 여전히 타인과 교류에 있어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자유로운 의사소통에도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그림이라고 한다.

 

 



 

나무의 이미지를 통해 아이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단락 중에서 한 페이지를 실어보았다. 아이가 그린 나무의 위치나 나뭇가지의 모양, 땅의 경사 ,수관의 형태, 나무줄기의 형태 등으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작은 것 하나가 아이의 내적 심리를 이야기해 주는 것이라니, 놀라웠다. 대학교 다닐때 심리학 시간에 그렸던 나의 그림이 생각난다. 단순히 '비 내리는 날 나를 그려라'라는 주제였지만 과의 친구 모두 다르게 그린 그림에 신기했고, 보슬비, 소낙비, 빗줄기의 방향 모두가 나의 심리와 연관되어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었다. 비가 온다고 장화를 신고 우산을 쓴데다 우비까지 입은 친구의 그림에 대한 심리학 교수님의 해석으로 친구에게 좀 더 신경써 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아직 어려 그림을 그릴 줄 모르지만 이제 막 동그라미를 제법 그리려고 한다. 아이들의 첫 그림이 태양과 비슷한 동그라미를 그린다면 나는 바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아이와의 미술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보려 한다. 티없이 맑고 어두운면 없이 커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지만 표현에 서툴거나 내적심리 표현이 어려운 우리 아이와의 대화방법으로 그림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아이가 건내는 무의식속 내면의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가 부모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가 커감에 있어서 수정가능한 장애가 생긴다면, 발견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모로써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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