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지중해에 빠지다 - 화가 이인경의 고대 도시 여행기
이인경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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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던가? 직장생활과 육아 그 어느 것도 잘해내지 못하는
하얀색도 검정색도 아닌 회색 어디쯤엔가 머물러 있는 듯한 내 자신에게
더이상 주저앉아 있지 말고 뭔가 즐거운 것을 좀 찾아보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는 듯한
인생선배 내지는 멘토에게 경험담을 듣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잘 알 수 있다고 하던가?
여행지에서의 느낌, 소개도 내게 와닿긴 했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녀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언급이었다.
젊은 시절은 이렇게 저렇게 가족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보내버리고
중년이 되어서야 빈둥지 증후군을 겪는 우리 한국의 어머니의 표상으로 보이는
필자가 어느날 갑자기 선전포고를 하고 떠난 여행지에서의 기록~!
나에게 그렇게 홀연히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필자처럼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을지는 솔직히 아직 미지수이다.
필자의 남편과도 역할 분담이 확실하여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지 않고
각자 잘하는 부분을 성실히 수행하는 점은 본받을만한 것 같다.
건강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배우자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던 조언이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요리를 취미로 즐긴다는 그녀, 역시 여행지에서의 음식에 대한 묘사가 정말 일품이었다.
간간히 등장하는 사진과 맛깔스러운 그녀의 입담(?), 필담 덕에 군침이 입안에 가득 고였다.
그냥 야채에 뿌렸다고 하는 식초와 올리브유가 그녀의 묘사덕에 먹고 싶게 만들었다.
여행지에 가봐야 집의 소중함을 안다고 하던가?
마냥 동경이 되는 여행지에서의 공해, 혼란함, 무질서를 통해
우리 나라가 상대적으로 정리가 잘되고 체계가 잡힌 곳이라는 결론을 얻어내기에 이른다.
한국의 어머니들의 희생을 어찌보면 우리들은 우리 곁의 공기나 산소와 같이
의례히 그리고 당연히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녀들이 겪는 상실감이나 허무함은
우울증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와 같은 아줌마들도
가끔씩은 일탈을 꿈꿔보는 것도 자신의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행복을 전이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중해, 이스라엘, 이집트까지...내게도 꼭 그녀의 뒤를 따를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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