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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머니 - 화폐의 최후
브렛 스콧 지음, 장진영 옮김, 이진우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평점 :

지나가던 행인 아무나 붙잡고 현금을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면 '그렇다'라고 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린 현금 종말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나도 삼성페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실물 카드마저 들고 다니지 않는다.
그나마 현금처럼 쓰는 건 노상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계좌이체가 전부이다.
그때도 현금 직접거래를 하지 않는다.
이렇듯 현금이 사라진 '편한' 세상에 대해 아무런 문제점도 제기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화폐의최후 를 읽으면서 어떻게 현금 없는 사회가 가져올 영향력을 무시했던가 하는 놀라움이 생겼다.
과연 현금이 없는 세상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은 역시나 '사생활'과 관련된 것들이다.
디지털 결제는 고객 행동에 관한 데이터도 발생시킨다.
클라우드 머니 화폐의 최후 78P
내가 무엇인가 구매하려고 구글에서 검색하거나, 인스타 광고를 보면 어김없이 관련 광고가 남편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광고에 뜬다. 그건 남편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또 뭘 검색한 거야?'라며 웃으며 질문한다.
너무나 익숙해진 풍경이지만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다.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한 정보가 모두 기록되고 있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은 마케팅을 한다.
나와 관련된 광고를 노출시키고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사적인 행동이 감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 인식해도 사기가 확 꺾인다'라는 파놉티콘 효과를 말한다.
현금을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없는 사적인 행동의 감시가 인식되고, 그로 인해 우리는 찜찜함을 경험해야 한다.
편하지만 불편한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사적인 영역에 대한 침범은 마케팅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미국 사법기관은 은행에 범죄 가능성이 있는 의심행위 보고서를 제출하게 했고, 이는 이체 기록 등으로 범죄자를 색출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정보를 과하게 보유하게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나의 생활이 고스란히 공개되고 있는 사실이다.
사생활 침범은 우리의 동의를 얻고 이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동의 없이 노출된다.
기록이 남는 통화시스템을 편리하다는 이유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편리함 때문에 외면당한 현금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진실일까?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능동적인 선택이 요구된다. 반면에 구부정한 자세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도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은 중력이 몸을 장악해 끌어당기게 내버려 두었기에 발생하는 수동적인 결과다.
현금을 사용하려는 시도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는 것과 같은 아주 능동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자신이 갈수록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현금을 사용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고, 현금을 포기하고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편이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이는 분명 수동적인 과정이지만, 능동적인 소비자 선택으로 보도될 것이다.
클라우드 머니 화폐의 최후 216P
브렛 스콧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의해 우린 능동적이었다 착각을 하며 수동적인 선택으로 인한 현금 사용을 거부하게 된 것이라 말한다.
결국 현금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고, 우린 그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현금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환경을 만들었을까?
디지털 결제가 널리 보급되면 은행에 이롭다. 주요 은행의 주된 수입원은 이자와 수수료다. 신용카드는 이자와 수수료를 발생시키고, 현금카드는 수수료만 발생시킨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 그들에게 현금은 제거해야 하는 경쟁자다.
클라우드 머니 화폐의 최후 78P
이익이 되는 단체가 현금을 없앨만한 이유를 가지고 그러한 행동을 어쩌면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현금을 사용하면 은행과 카드 회사엔 이자가 쌓이지 않는다.
또한 고객들의 사용 패턴을 알 수 있는 정보를 가로막고,
다량의 데이터가 대기업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현금이 방해하게 된다.
현금은 그들 입장에서 한 개인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심각한 정보 차단제인 셈이다.(175P)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미국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피자 가게에서 25%, 작은 식당에서 33%,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40% 더 많이 쓴다 고 보도했다." 는데 사람들의 소비를 가로막는 게 현금이기도 하다.
현금이 사라지는 것이 이익이 되는 단체는 비단 은행과 카드회사만 있는 게 아니다.
국가가 될 수도 있고, 거대 아이티 기업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빅브라더 틈에서 개인은 작은 조각이 되어 낱낱이 파헤쳐 지고 있었다.
내가 컴퓨터를 하고, 쇼핑을 하는 사이 모든 행동이 기록되고 분석되어 나에게 광고로 돌아오고 있다는 표면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들이 무엇일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지금도 현금을 들고 다니진 않지만 비상사태에 대비해 현금을 곁에 두고 지내는데,
언젠가 현금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가 온다면 국가재난이나 정전 혹은 나만 아는 소비를 하고 싶을 때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브렛 스콧은 이 책을 맺으며 마지막을 이렇게 말한다.
"현금은 자본주의의 팽창을 막는 동시에 자본주의적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현금은 혼합주의적인 존재다. 현금을 사용하려는 사람은 그것의 더딤과 모순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양극화된 세계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명상에 잠기는 것과 같다."
책은 브렛 스콧의 금융에 대한 광대한 지식과 암호화 화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독자에게 어떻게 더 잘 이해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적절한 비유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고 있다.
'요즘 시대에 무슨 현금이야'라는 생각의 깊이가 얼마나 얕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으로 정신없는 사회에 잠시 쉼표를 걸어놓고 한 번은 읽고 넘어가야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