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이 아니라 분홍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정현혜 지음, 전명진 그림 / 오늘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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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이네 가문은 폐족이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때에 란이의 할아버지는 고려를 지키려다 역적의 집안이 되었고,


정몽주와 가까이 지낸 죗값으로 장형 백 대를 맞고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는 유배를 가게 되어 얼굴도 기억이 없다. 모두 란이가 세 살 때의 일이다.



 양반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자 어머니는 배를 굶어도 체면을 지키려 했고, 란이의 오빠 글공부를 계속하도록 했다. 


란이는 더이상 배고픈게 싫었다.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 먹은 란이는 홍염장 할아범에게 가서 염색을 배운다.



그러던 어느날, 조선 최대규모의 포목 염색전을 만든다는 두 사내가 와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지만, 홍염장 할아범을 배신할 수 없었던 란이는 제안을 거부한다. 그때 비로소 고려를 지키려 가문을 폐족시킨 할아버지의 마음을 란이는 조금 이해하게 된다.



 포족 염색전은 홍염장 할아범의 또다른 수제자가 가게 되었고, 저렴한


 가격에 밀려 단골을 모두 빼앗기고 홍염장 할아범도 세상을 뜨게 된다. 이제 전통을 이을 사람은 란이밖에 남지 않게 되었는데 어느날 왕이 찾아와 명주 백필을 보낼테니 진홍으로 물들이라는 명을 한다. 


 할아버지의 원수이기도 한 란은 목숨을 걸고 제안을 거부했지만 결국 어명을 받들게 된다. 





 진홍으로 물들인 천들을 마당에 널어놓은 밤, 비가 내렸다. 


진홍은 빗물에 쓸려 내려갔지만 란이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다시 색을 뺀 후 분홍으로 물을 들여 충의 색이라 말하며 오얏꽃과 함께 왕에게 보낸다.



잠시 화가 났던 왕은, 오얏꽃을 보고 궁과 조선의 상징 오얏꽃의 분홍을 바라보며, 빨간 피를 지운 분홍이 진정 충의 색이 맞다고 생각한다. 




 란이의 행동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비겁하게 굴지 않고 할 말은 용기있게 해내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배신하기보다는,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란이가 홍염장 할아범에게 제자를 삼아 달라고 청하러 갔을 때 수제자 득춘은 견제하며 '여자 손에 색을 맡기면 부정탄다'는 말을 한다. 이에 란이는 기죽지 않고 이렇게 응수한다.


"부정은 부정한 말과 부정한 행동에서 비롯되겠지요. 어찌 그게 남녀 문제일까요?"



이뿐이랴, 자신의 오빠를 괴롭게 한 친구가 사는 조대감 집 대문에 慙(부끄러울 참)을 쓰고 걸리자,


무릎을 꿇으라는 조대감에게 결코 조아리지 않고 당당히 이리 말한다.


"재주를 대놓고 자랑하니 부끄럽고, 동무 속을 태웠으니 부끄럽고, 그런 위인이 나랏일을 하게 된다니 또 부끄럽지요. 난초처럼 은은하고 매화처럼 의연해야 선비일 텐데 이 집 도령은 죄다 반대라 부끄럽지요."



속이 후련할 정도로 할말을 시원하게 하는 란이의 당찬 모습은 잘못된 일 앞에 권력 때문에 비굴해지기 보다 할말을 떳떳히 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진짜 내 삶을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배웠으면 좋겠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상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용감하게 홍염장 할아범에게 제자로 받아 달라 말할 줄 알고,


왕이나 양반 앞에서 바른 말을 할 줄 아는 모습 말이다. 



진홍이 왜 분홍이 되었을까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 단숨에 끝나버렸다. 


중간 중간 나오는 스토리들도 모두 빼놓지 않고 소중해서 어느것 하나 버릴 이야기가 없다.


나에게도 삼돌이나 간돌 아범처럼 서로를 소중히 여겨주는 이가 있었으면,


또 내 아이들이 그런 이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램도 생긴다. 



동화 우수상을 받은 #진홍이아니라분홍 을 읽어보면 상을 받은 책은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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