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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 - 나를 바로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10월
평점 :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언제든 가질 수 있었던 의문이었고 답을 구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애를 써 왔던 사람이라면 <인간의 길>을 읽어가면서 여러가지 면으로 더욱 생각을 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면에서 소제목들이 주는 매력은 상당히 크다 할 수 있다. 늘 가져 왔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사례와 방식을 보여주는 내용은 사마 천의 사기에서 정리한 것이다.
저자 김영수님은 명실공히 사마천 연구가로서 <사기>완역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해 오고 있다. 사기에서 보여주는 사람을 향한 내용들을 모아서 인생관과 세계관, 삶과 죽음을 바라보게 하는 역할도 함께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상통하며 죽음의 질에도 방식에도 삶을 바라보게 한다는 내용들이 무척이나 닿아온다.
소제목으로 분류하여 구성한 내용들이 참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모든 궁극적인 삶의 길을 찾아가는 행보를 사기에 나와 있는 사례들을 들어서 설명하는 구성이 재미도 있고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게 되어있다.
내가 선택하여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주체적인 삶, 바르게 배우고 바르게 생각하여 나아가는 삶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을지, "곡학아세, 과염선치, 견인질직" 같은 성어가 나오게 된 이야기와 출처를 밝힌다. 여기에서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동방삭의 인간관계 였다. "피세조정지간" -67쪽~69쪽, 이라고 한자어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구중 궁궐에 있을지라도 자신만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생활 방식을 소개한다.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보여주지만 사람들 관계속에 구축되어 있는 그 삶을 소개하고 있어서 인상깊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이 또한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읽어가면서 나의 생활도 한 번쯤 뒤돌아 보게 하는 주제도 많았다.
"큰일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88쪽, 는 "바닷물이 짠지 아닌지는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바닷물을 모조리 퍼먹을 기세로 달려들곤 한다. 내가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마시려 하는 것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인간성이 어떻고 앞으로 어떠할 지 뻔히 보이는데, 한사코 실상을 부정하려 한다."
대단히 뼈 때리는 표현이기도 하였다. 실생활에서 버젓이 눈으로 보여지는 부분이었기도 하고 회사나 단체의 인사 처리 문제에 있어서 불합리하다 싶을 정도로 잘못 되어 가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실제 돌아가는 현상과 오버랩이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던 문장이기도 하였다. "미세한 것을 보고 장차 드러날 것을 안다", 89쪽, 를 보면서 책에서 언급하는 직관의 힘을 믿고 따르려 하는 독자로서는 도저히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결정이었음에 이 글이 무척이나 실감났었다.
그리고, "말은 마음의 소리, 글은 마음의 그림" 139,140쪽, 표현은 참 고개 끄덕이게 했다. 말과 글이 의사 표현을 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참 조심스럽기도 하다.
마지막 장에서 처럼,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여기에서도 좋은 사례가 많이 나온다. 가장 인상깊었던 이는 한신의 책사, 괴통의 이야기이다. 진시황 사후 항우와 유방의 세력이 맞서고 있을 당시 천하를 삼분하라는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한신, 이로 인해 죽음을 앞둔 괴통이 원통하다며 한 말이 그 자신을 구하게 했다. 204쪽과 205쪽에 걸쳐 나오는 표현이 목숨까지 건지게 할 정도의 구절들이다. 이런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던 괴통이라는 사람은 주군을 잘 만났더라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지 않았을까도 싶다.
전체적으로 생각의 방향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구절이 제법 많다. 제대로 하고 있었던가, 다시 바꿔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인가, 등 독자마다 생활 속 이슈들을 꺼내 들고 비교해 볼 수 있는 부분도 꽤 많을 것이라 여겨진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구성되어 있는 만큼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