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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간을 걷다 - 한 권으로 떠나는 인문예술여행
최경철 지음 / 웨일북 / 2016년 10월
평점 :
" 로마네스크부터 모더니즘까지 다채로운
사진으로 입체적인 유럽을 만난다."
이 말 그대로 한 권에 유럽을 서술한다.
로코코, 바로코 양식, 그 특색 같은 내용은 옛날 옛적에,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지도 못하고 한 때 세계사 라는 과목으로 내게 슬쩍 스쳐
지나갔던 것들의 일부였었다.
유럽하면 유명한 관광지 우선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자들은 많다. 그 속에 녹아있는 습관과 전해 내려오는 정신적 유산들이 어떻게, 무엇을 일구어 냈는지 그 경로를 설명한다는 시도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자세하게 정리 해 놓은 책들은 그만큼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자 했던 내용 뿐만 아니라 순서대로 체계적으로 건축
양식, 미술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 가며 읽어 갈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이 책은 흔하디 흔한 유럽 안내 책자에서는 확실히 벗어난다. 개념을
잡아주고 시대별 구분이 가능한 눈을 만들어 준다. 유럽을 돌아 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과 미술 작품을 감상 할 때 아는 만큼 더 보일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시대별로 중요한 기점이 되는 사건들을
살펴보며 원인과 결과, 영향을 자세히 살펴본다. 중세를 차지하는 동로마, 서로마 제국 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차근하게 설명해 가는 과정은 꼭
필요한 구성이다. 그런데 중간중간 짧은 소설 형식으로 그 시대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 기회는 적지않게 좋은 인상과 흥미까지 준다. 이런
에피소드 하나 없이 그대로 연속해서 문화와 예술 사조까지 설명으로 일관하며 이끌어 갔다면 자칫 지루해질 지도 모를 구조가 될 뻔 했겠다. 마치
작은 연극을 보여 주면서 이미지화 해 가는 구성법으로 전개해 가는 것이 크게 돋보였다. 덕분에 복잡하게 느껴졌던 건축 양식과 문화 예술
사조들이, 개인적으로는 시대별로 외우기에만 급급했던,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 것들이 다큐멘터리 속에서 연기자들이 잠시 출연했다가
벗어나는 것 처럼 환기 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야만인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아기, 클라우스는
로마네스크 시대를 이끈 수사가 되었고 그 뒤 쉬제 수도원장과 고고학자 줄리오의 등장은 고딕 시대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이야기의 주인공 이었다.
마녀 사냥을 목격한 프란치스코 주교, 영국의 동인도 회사 직원으로 바닷길을 오갔던 워렌, 새로운 시대를 강의하는 러셀 교수까지 이들이 등장해서
보여주는 그 시대적 상황은 극적인 재미와 더불어 이해력을 한층 올려주기까지 한다.
문명의 충돌 이라는 이미지로 남아있던 십자군
원정의 시작과 그 분위기도 느낌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종교와 연관지어 종교의 파워가 사회를 이끌어 갔고 그 때 만들어진 건축물도
특유의 양식으로 만들어 질 수 밖에 없었던 것과 사회 분위기도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 특히, 흑사병이 발병했을 때에는 죽을 날이
오늘이 될 지 내일이 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하루를 의미있게 보내자는 뜻으로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말이라 했다는 카르페 디엠은
이미 익히 알고 있던,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즐기자는 뜻과는 그 의미가 조금 더 비장함 마저 담겨 있었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은 파리 초대
주교가 순교한 언덕이라는 뜻이 있음도, 또 르네상스 시대에 종교의 부패에 맞서 개혁이 일어났고 신, 구교로 갈라지는 등 다채로운 사건들이 많았던
시대였음도 새로이 알게 된 부분이다. 그런 경향들이 어떻게 그 다음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지, 근대, 18,19 세기로 넘어가고 있는지 흐름
파악에 무척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곳곳에 퍼져있는 옛 로마 시대 예술품과 건축물이, 또 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건축 회화들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런
내용들은 유럽 여행 전에 반드시 일독하고 떠난다면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 떠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