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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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을 살고 있는 생물들이 왜 죽음을 맞아야 하고, 죽음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죽는지, 를 생물학자로서 저자는 조목조목 밝혀간다. 늙어가는 것 자체가 죽음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것이지만, 하루하루가 마치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라고 느껴질 때도 자주 있지만, 때로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무섭고 불안하게 하는 죽음을, 발생에서부터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 풀어간다는 것 자체는 독자로서 너무 궁금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궁극적으로는, "철학보다 더 확실하게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고 종교보다 더 따뜻하게 죽음의 공포를 없애주는 생물학" 이라는 문장에서 더 탐구하고 싶게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도 했다.


그런데, 내용은, 문과 계통에서만 이해가 쉽고 빠른 독자에게 추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빅뱅에서 출발한 지구의 탄생, 우주의 팽창이론, 물론 여기에서는 간단하기는 하지만 이런 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생물의 기원을 말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최초의 생물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이 어떻게 생존을 해 왔는지,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물과 온도, 그리고 세균, 박테리아, 가장 기본적인 생물들의 첫 출발과 자기 복제 등, 단순하게나마 서술적 방법으로 설명해 가지 않는다면 그 끝인 죽음의 원인을 말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을 수 있는 까닭에. 만약 종의 기원과 발생에 흥미있는 독자라면야 술술 읽혀가게 할 만한 내용들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생물의 탄생과 멸종을 거국적으로 설명해 낸 서두에 이어 본격적으로, 생물은 어떻게 죽으며 인간은 어떻게 죽는지, 를 그리고 마침내 결과적으로, 생물은 도대체 왜 죽는지, 를 답을 향해 나아간다. 기대했었고, 뭔가 새로운 생각을 얻을 수 있지 않나 기대가 컸던 만큼 대답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죽음은 생명의 연속성을 위한 원동력이다." 이 한 구절을 얻어 내기 위해 그 많은 과정과 설명과 이해를 거쳐 왔구나, 싶은 그런.. 그러나, 이것으로 인해 죽음을 좀 더 자연스러운 한 과정으로써 더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무조건적인 두려움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하고 싶다. 좀 더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은 삶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는 인간,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얻기 위해 장수하는 동물들의 삶까지도 들여다 보는 우리, 유전자의 복제와 염증의 극복, 이런 것들 만이 오래도록 죽지 않고 혹은 죽음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가 봐야 할 것 같다.


죽음이라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삶의 시작과 변화, 선택을 통해 점점 앞으로 나아가고, 아들이 부모세대보다는 더 우세한 그런 과정들, 총체적으로 자연의 순환 같은 이해도 함께 되돌아 보게 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먼저 떠나보내며 작별하게 되는 슬픔과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인간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임에야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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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강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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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기 전 부터 기대감을 갖게 했다. 우리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독자로 하여금 상당한 소장 욕구를 먼저 불러일으키게 한다. 작가가 유명한 사진 작가라는 점에서도 대단한 관심과 신뢰감을 갖게 한다. 퓰리처 상 2회 수상, LA 폭동과 이라크 전쟁을 발빠르게 따라 다니며 사진과 기사를 담았다는 점에서도 저자의 기본적인 경력이 탄탄함을 다시 한 번 더 짐작하게 한다. 그런 저자가 담아 모아낸 우리 문화유산이니 그것들을 어떻게 표현했으며 심지어 영문 소개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갖게 할 만 하다고 본다.


세계가 기억할 한국의 유산, 역사를 품은 유산, 고유함을 새긴 유산, 이렇게 세 개의 장으로 엮어 냈다. 일반적인 사진을 생각해 왔었으나 역시 이 저자의 스타일은 가장 가까이 접근하여 확대하다시피 작품들을 크게 보여 주고 있다. 이 점이 우선적으로 다른 책들에게서 보아 왔던 사진 스타일과 다른 점 하나 였고, 그 많은 문화 유산 중에서 고인돌을 제일 첫 번째로 꼽았다는 점도 좀 의외였기도 했다. 그리고 한글 표현과 영문 소개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은, 가까이에서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 지인들에게 선물할 만한 좋은 구성으로 다가왔다. 물론 독자들은 영문 표현으로 다시 한 번 더 우리 문화를 어떻게 알리고 있는지, 특히 저자가 표현한 바를 읽어 봄으로써 어떤 시선으로 다시 한 번 느껴지게 될 지 비교해 봄직 하다.


우선 영문 표현을 한 번 살펴 보자면, 고인돌을 Dolmen 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살짝 미소짓게 했다. 돌 이라는 한글과 합쳐진 글자로 보아지게 하는데, 영어사전에서도 고인돌을 이렇게 표현하더라. 저자도 이 돌을 한글의 돌이라고 설명한다.


그 밖의 유물들 소개에서 신라 고구려 백제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자주 나오는 이유는 그 시대의 유물들이기 때문이었다. 가야의 순장 풍습까지도 소개되었다.


성덕대왕 신종의 놀라운 소리,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설명할 때의 영문 표현법은 더 눈길을 끌었다. 106쪽의 표현에 의하면 신라 화랑 전사들이 국가를 위해, 가문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고 그 깨달음으로 인해 생겨난 순간이 바로 반가사유상에서 보여진 미소의 형태라 하였다. 109쪽의 설명에서는 화랑의 자기 확신과 깨달음으로, 라고 표현을 단축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사람이라면 화랑이 당연히 목숨을 바쳤던 전사들 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였기 때문일거라 생각해 봤다.


반구대 암각화는 직접 방문까지 해 보았기에 더 관심있게 읽었는데 점점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이야기가 언뜻 머리 속에 스쳤다. 이 책에서는 이런 위기감까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선사시대 유물로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잠정적으로 등재될 거라 한다. 우리측은 보존에 힘써야 할 것 같다.


이 밖에도 무형의 유물도 소개하고 있는데 효라던지, 선비 문화, 종묘 제례악, 같은 부분을 선택했고, 탈춤이나 김치, 게다가 독도를, 그리고 이순신 장군을 소개하고 있어 다방면으로 한국 문화를 잘 소개해 보려고 하는, 아울러 우리 젊은 세대들이, 한국에 살고 있든 외국에 이민을 갔든 우리 문화의 중요성을 골고루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뿍 담겨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훗날까지 어떤 시간에도, 어떤 사람에게도 소개할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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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10주년 기념 김창열 특별판) - 최고의 나를 만드는 62장의 그림 습관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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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불안과 초조가 진정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작고 사소한 일이 아니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일상 속에서 짓눌려온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고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작용, 바로 미술 치료의 효과이다. 다년간 미술 치료 분야에서 활약해 온 저자가 1편에 이어, 더욱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그림 62점으로 2편을 구성하였다.


무엇보다, 무척 좋아하고 익숙한 그림들이 우선적으로 눈에 띄어 좋았다. 이 그림들이 어떤 효능을 발휘하고 어떤 배경으로 그림이 그려졌는지 설명도 덧붙여서 읽어 가며 감상해 갈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워낙 자주 눈에 띄어서 그림만 익숙해 왔던 반고흐의 나무, 그림속 나무가 바로 아몬드 였다는 것과, 그 그림은 조카의 탄생과 조카의 이름에 빈센트를 물려 준다는 것에 얼마나 기뻐했던지를 보여주던 그림이라는 것까지도 그림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게 한다.


그림에 얽힌 내용도 재미있지만 저자가 선택하여 소개하는 그림이 왜 선택되었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알게 한다.

주로 꽃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꽃의 구성품을 눈여겨 보면서 감상을 하곤 하였는데 구도가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색감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색채가 뇌에 끼치는 정도에 차이가 있고, 어떤 느낌으로 그려졌나에 따라서 감상자에게 힘을 얻게 하느냐, 안정을 느끼게 하느냐, 그러면서 그림이 가진 힘도 말한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나도 모르게,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찍고 자주 들여다 보는 그림 몇 점이 있었다. 이 책에도 등장하기에 역시, 스스로도 뭔가 필요해서 그런 그림을 자주 보고 싶어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봤다. 노란색은 집중력과 몰입도를 강하게 하므로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흰색과 검은 색의 조화도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다. 머리 좋아지는 그림도 있다 하는데 색채와 구도,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그려진 작품으로 바라 보기만 하면 뇌의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지능까지 향상된다 하니 그림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그 매력이 참 끝도 없는 것 같다.



53쪽의 작품, <기구>는 알사탕처럼 생긴 열기구가 창공에 두둥실 떠 있다. 급 피로가 몰려올 때 효과가 있다 한다. <랜턴>같은 작품은 직장내에서 점심 시간에 잠시 피로를 풀 수 있게 해 줄 지도 모른다. 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는 작품같은 곳에서도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질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집을 고를 때에 창가 경관을 중요시하는가 보다 싶었다.


"여행을 가야만 볼 수 있는 멋진 전경과 시각적인 풍요를 방에서 누린다는 대리만족" 79쪽


114쪽에서 소개하는 <Towards>라는 작품도 바다를 그렸으되 오직 파랑과 녹색 만으로 단순화하여 감상하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갖도록 한다.


그 밖에도 격려와 응원,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위로까지 덧붙이는 책, 정물과 인물과 아름다운 풍경이 가져다 주는, 그야말로 눈으로 먹는 약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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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데 꼭 필요한 101가지 물건 - 다 버려봐야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후지오카 미나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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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터 관심갖게 하는, 내용이 뭘까, 어떻게 전개될까, 기대하게 하는, 이런 면에서는 미니멀리스트나 물건 정리를 마음에 두고 있던 독자라면 한 번 읽어 보고 싶게 만드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읽고 나면 독자로서 나도 한 번 그렇게 따라 해 보고 싶게도 만든다. 나의 101가지 물건 리스트는 어떤 것이 차지하게 될 것인가, 라고 궁금해하면서.


저자의 의도는 독자가 물건을 정돈하게 하거나 미니멀리스트 되시오, 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보다는 살아감에 있어서 물건의 의미, 그 물건이 나를 행복하게 하나, 살아가는데 어떤 영향을 끼치나, 라는 면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 또한 창의적으로 발상을 끌어낸 것이 아닌,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 퍼센트 행복찾기> 를 위한 작업을 하다가 자신도 빠져들게 된 경우였다.


의식주, 입을거리, 먹거리,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필요품, 이런 것이 기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물건을 곁에 두고 있다. 읽어가면서 저자의, 너무 많은 옷이 있다면 60% 정도의 옷을 가장 자주 입게 된다, 던 의견에 동감이 갔다. 그다지 많은 옷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옷 몇 벌만 걸치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도 같은 마음이 아닌가 싶다. 봄, 가을은 너무나도 짧고 몇 벌의 바지와 윗 옷, 좀 쌀쌀하다 싶으면 날씨와 기온에 따라 바람막이 점퍼 라고 하는 것이 있지 않는가. 이것으로 거의 끝난다. 여름과 겨울은 짧고 긴 윗옷과 바지, 그것도 청바지를 갖춰 놓으면 거의 1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린다. 물론 나이와 성별에 따라, 기호와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은 다르겠지만 바지만 입고 다니는 활동파라 스커트 종류는 거의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어쩌다 보이는 것은 그저 소유욕에 지나지 않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늘 사용하게 되는 숟가락, 그릇, 주방 용품도 마찬가지이다. 손에 잡히는 것만 쓰고 단골로 사용하는 그릇만 사용한다는 것을 보면 여기 저자가 시도했던 101 가지 선택은 좀 쉬울 듯 보이긴 한다만, 그럼에도 어떤 것으로 한정을 지을지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듯도 하다.


저자는 첫 번째, 자신이 텅 빈 집에서 한 가지씩 선택해 간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이불이라니, 이 선택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무엇을 선택했을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올 무렵 상황을 떠올려 보면 고민할 필요없이 알 수 있다. 텅 빈 모델하우스 같았던 우리 집에 가장 먼저 들여온 것이 컴퓨터였다. 인터넷 설치도 부랴부랴 했었던 기억도 난다. 한참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있었을 때라 그 속에 모든 정보가 숨겨져 있었다. 게다가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은 TV 까지 컴퓨터로 볼 수 있고 책은 물론 문서 작성까지, 아주 편리하다 못해 필수품 아니었나 싶다.


저자는 텅 빈 집에서 그냥 앉아 있기가 불편하다못해 소파 대용으로, 밤에는 추위까지 막아주는 용도로 먼저 선택을 하였다. 휴대폰/TV/컴퓨터를 제치고 이불을 선택한 것이다. 물건을 선택하는 순서를 보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 물건에 대한 몸의 의존도 같은 것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소퍼 없는 거실, 침대를 두고 바닥에서 잠자는 습관, 청소기 대신 물걸레와 찍찍이 같은 것으로 처리하던 시간이 길어질 수록 청소기와 소퍼에 대한 애정은 사라져 버렸다. 저자가 선택하고 난 후 신천지를 느꼈던 세탁기, 냉장고는 나도 동감했다. 하루 두기가 무서운 음식들의 수명 연장, 탈수를 넘어선 세탁기의 기능은 계절을 타지 않게 한다.


이렇게 저자가 선택해 가는 물건들과 비교해 보며 독자로서 자신의 물건 의존도와 방식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니 참 재미있는 실험에 동참해 가는 느낌도 준다.



두 번째로, 그것에 대한 의미, 영향 같은 것을 되짚는다. 이 때 독자로서 한 물건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는 계기도 함께 하고 싶어졌다. 시간, 일, 취미, 그런 것 까지 포함하여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랄까, 나 또한 그 생각이 흥미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동감가는 구절도 많았고, 역시나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하여 하나 씩 선택하면서 자신까지 뒤돌아본다는 것, 필요없으면서도 가진 것 만으로 만족하게 된다는 것, 시간을 늘여 주거나 줄여 준다는 추상적인 부분까지, 읽어가면서 따라하는 마음이라니, 그러면서 내게 필요한 물건들을 추려보는 마음, 정리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았는데 정리하게끔 한다고 할까.. 재미있었다. 읽음과 따라 함, 행동이 함께 발맞추어 가게 하는 독서였다.



"물건이 넘쳐흐르는 방, 정보로 복잡해진 머리, 선택도 결과도 없는 바쁜 시간. 그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도구에서 기쁨을 얻는 나의 감성을 흐리게 했다." 222쪽



"태어날 때 부터 다른 가족들이 사용하고 있던 물건들로 둘러싸여 살아오면서", 그 물건들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사용하면서 갖게 되는 기쁨, 능력의 확대 같은 면은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하나 씩 물건들을 선택하여 꺼내 올 때의 저자의 기분은 왠지 독자인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어떤 물건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 부터, 사용이 급한 물건, 그래서 선택하였을 때의 효능을 느끼며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는 점 까지, 흥미롭다.


도구가 도구를 부르게 되고, 그래서 물건이 늘어나게 되고, 그 편리함에 생각도 궁리도 더욱 줄어들게 된다는 점, 불편함이 발명을 부르고 그 발명에 인간은 감정도, 감성도, 궁리하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는 점, 이런 것들도 무척 공감이 갔다. 나의 1번은 컴퓨터 였지만 그 다음, 또 그 다음은 무엇인가, 생각해 가면서 앞으로 2-3년 간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물건이라면 다시 찾을 확률이 없을테니 그냥 폐기하여도 문제없지 않겠나,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 책과 함께 하면 이런저런 생각도 함께 따라올 것이고 독자마다 비슷한 실험에 참가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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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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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알 수 없는 일상들의 전개가 계속되었다. 출근하고 일 하고,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출근하고 일 하는.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 내게는 익숙하지 않는 이름이지만 "일본 문학상을 휩쓴 추리꾼의 역작" 이라는 소갯말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이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인간의 광기"라는 단어에서 충분히 이 작품을 이해할 만한 단서가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읽기 전의 단순했던 기대감과 읽은 후의, 기대했던 바는 전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당혹감이 주는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것도 바로 "인간의 광기"가 아닌가 한다.


문장이 단조롭다. 술술술 속도감이 충분히 날 만 하여 결코 지루함은 느낄 수가 없다. 그러나 어쩐지 주인공 나, 신견의 일상이 그다지 흥미진진한 편은 아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청년, 만나는 사람들은 채무자들 뿐이고 이 청년 자체가 말 수도 그리 많지도 않은, 흥미로운 사람도 아니다. 원룸에서 살고 있는 여성, 사나에를 만나는 일이 대부분이고 관심가는 일은 오래 전 발생했던 일가족 살해 사건이다.


등장인물도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어찌 보면 마음 속의 말을 내 뱉지 않은 상태로 묘사한 부분들이 심리를 적나라하게 표현 하고 있어서 어떤 맥락에서는 모노드라마 같기도 하다. 내용의 흐름도 일본 작가이기에 상상해 낼 수 있는 구성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가족 살해 사건에 얽힌 배경 이야기를 자신의 내면 속 또 다른 자신이 만들어 내는 느낌도 갖게 했고 혹시 같은 인물일까, 라는 생각도 하게 하는, 조금은 난해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분위기 자체가 우울하고 음산한 느낌으로 지속된다. 그도 그럴것이 아버지 다케시, 어머니 유리, 오빠인 다이치가 한꺼번에 죽은 채 발견된 집, 문은 잠겨 있었고 이들을 죽인 범인이 드나들 수 있는 문 이라고는 작은 창문 하나, 성인은 결코 드나들 수 없는 문 밖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 오로지 어린 여자아이, 사나에만 살아 있는 채 발견되었다. 현재 신견이 만나고 있는 이 여성은 사나에 이고, 그 사건에 관심이 있는 신견, 이들이 엮어가는 그 날의 진실을 향해 독자를 끌어 들인다. 범인은 누구일까. 이미 체포된 와타나베가 범인이 아니라면 누가 진범인가를 놓고 신견의 관심을 따라 등장한 남자들, 탐정과 형사, 그리고 주변 변호사들까지 이야기의 구성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읽는 독자에 따라 그 심리 묘사를 어떻게 따라 갈 지도 각자 다를지 모르겠다. 명확하게 똑 떨어지는 해답을 보여주기 보다는 이런저런, 다각도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추리 소설이기도 하다. 일본이기에 이런 가족의 형태가 생겨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재미없는 아버지와 아름다운 아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부부 사이의 심리적인 상태와 그것이 가족 구성원에 끼치는 영향이 어떨지, 그리고 아이들의 행동이 야기한 결과물, 이런 전체적인 이야기가 주는 암울함이, 우습게도 약간의 해피엔딩을 향해 갔다는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라고 할까. 죽으면 그 뿐 이라고 계속 되뇌이다가 결국은 일상 속 행복으로 들어가 버리는 그런 양상이, 역시 인간이기에, 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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