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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다이어리북 366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9월
평점 :
사마 천의 사기는 말할 것도 없이 절대적인 역사서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북방 오랑캐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이릉, 이라는 장수를 옹호하는 변론을 했다가 왕의 분노를 사면서 사형에 가까운, 사형보다 더한 형벌을 받은 몸으로 역사서를 써 내려갔던 사마 천, 이라는 인물을 사기와 더불어 알고 있었던 가장 대표적인 내용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그가 처했던 그 날의 상황과 어떻게 변론을 하다가 그런 결과를 얻었던지에 대해서는 깊이 파고들어 보지도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130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역사서의 내용만도 이해하고 알고 있기에는 무척이나 긴 내용인데 저자의 처했던 상황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저 부분적으로 고사성어와 상황들을 그것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어왔던 것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보게도 된다.
다이어리 북 이어서 모든 내용을 수록하진 않았지만 사마 천을 다시 한 번 더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본 계기도 마련해 주지 않았나 싶다. 방대한 그의 역사서 중에서 1년 각각 열 두 달 월별로, 그리고 매일, 역사서에 수록된 내용을 기록하고 있고, 하단에는 그 날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사의 오늘" 이라는 이름으로, 공산혁명, 왕조의 결말, 화폐주조, 농민 봉기, 문화 혁명, 죽의 장막과도 같은 그 날짜에 발생하였던 사건과 사고를 통하여 세계사를 한 눈에 지나가게 한다. 거기에다, 쿠빌라이, 장개석, 김춘추, 안록산, 고선지, 조조의 죽음과 같은 인물들의 활동을 통하여 그 날을 다시 되새기게 하고 있는 점도 더욱 생생한 세계사와 가깝게 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들, 정책들의 실현, 지진 발생과 같은 기후 현상들도 기록하고 있어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상적인 내용은 전염병의 발발과 기록이 있었고, 퇴직할 나이를 정해 놓은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명나라 조정에서는 60세를, 당과 송 나라에서는 70세를 기준으로 퇴직하게 했다니, 현재 시점과 비교해 봤을 때에도 상당히 오래도록 일을 했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평균 수명을 비교해 봤을 때에 현대에서의 퇴직 나이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각 월 별 지나가는 막간에서는 중국의 유적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여행하는 느낌도 준다. 주로 사마 천의 고향 마을, 후손들이 살고 있는 지역, 사마 천의 여행지 등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가 얼마나 업무에 집중하여 자료들을 수집해 왔었고 그 자료들을 정리하여 역사서를 펼쳐 내었는지를 간접 경험 할 수 있게 해 두었다.
다이어리 북 이라고 한 해 두 해 정도만 쓸 책은 아니다. 날짜를 기록하였을 뿐이지 해 마다 달리 사용 가능하게 해 두어서 몇 년이고 반복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 또한 사마 천의 사기를 되새기며 구절도 반복하여 볼 수 있게 되어 있으니 구성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부록 편은 얼마나 유익하던지, 사마 천의 인생 경로와 여행 지역, 중국의 지형도와 연표등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 있고, 사기가 탄생하기 전의 상황을 독자로서 상상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더 수록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잘 알지 못했었던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사기의 역사적인 의의와 사마 천의 인간 승리와 같은 면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비슷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장인 이라면 더욱 감정 이입이 되어 그 감동은 대단히 크게 다가올 것이다. 사람으로 인하여 뜻하지 않게 형벌을 받게 되는 그 과정이 지금 현재 우리들의 생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는 억울함과 분노, 비슷한 감정들에 휩싸이게 만들 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사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열 네가지나 들어서 사기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믿음을 보여도 의심하고 충성을 다해도 비난한다." 이런 구절이 나오기 까지 피로써,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글을 써 내려갔을 사마 천이 머리 속에 그려져서 한동안 감정에 휩싸였었다. 한낱 역사서로써의 사기를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심정에서 기록해 갔을 것인지 이런 점도 부각되어 너무 좋았던 시간이었다. 농사 일에 날짜가 맞지 않던 달력을, 10월부터 한 해를 시작하던 그 달력을 현재 1월 부터 시작하여 농사 일자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는 달력을 새로 만들어 냈던 그 애민 정신도 새삼스레 기억해 보고자 한다.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다 되려 벌을 받는 일보다 더 참혹한 화는 없으며, 마음을 상하는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슬픔은 없으며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보다 더 추한 행동도 없으며, 궁형을 받는 것 보다 더 큰 치욕은 없습니다." 530쪽
절박하고 치열하게 써 내려간 역사서, 사기에 대한 진면목을, 그리고 그 사기를 쓰기 위해 명을 이어갔던 사마 천을 더욱 느껴보길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