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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리 셀프 교과서 - 수리공도 탐내는 320가지 아이디어와 작업 기술 ㅣ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맷 웨버 지음, 김은지 옮김 / 보누스 / 2018년 3월
평점 :
스스로 혼자 힘으로 집을 돌보고 수리할 수 있는 일종의 설명서 같은 책이다.
가전 제품 하나만 새로 들여 놓아도 사용 설명서를 보면서 기능을 숙지해 나가듯이 총체적으로 집의 기능을 되살릴 수 있게 하고, 잔고장부터 큰 수리에 이르기까지 설명서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이 설명서를 얼마만큼 잘 활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효용도는 결정되어 질 것 같다. 전체적인 집 수리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철저히 읽고 또 직접 시도해 가면서 배울 수 있겠으나 형광등 하나 갈기에도 무리였던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대단한 희망 사항일 것이다. 어느 정도 기초적인 상식과 일 머리가 있는 독자에게는, 특히 요즘 유행하는 DIY 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주 신나게 집을 수리하게 하고 좀 더 심도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줄 만한 좋은 책이다.
"수리 전문가의 320가지 아이디어와 작업 기술"
이 작은 제목 하나만 가지고도, 전문가까지 탐내어 보진 않더라도, 적어도 기본적인 원리 습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올바른 공구를 선택하여 공구 상자를 준비하는 것 부터 단단하게 시작한다. 겨우 망치, 드라이버, 펜치만 보아오던 수준인 나로서는 페인트 칠 붓, 전기 드릴, 땜질 도구, 각종 공구와 사다리까지 갖춰진 모습에서 기본적인 면을 넘어서는 전문 수리업자를 연상하게 했다. 몰랐었던 도구들도 자세히 나와 있어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몇 가지 야트막한 수리만 취급하는 설명서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납 땜이라니, 집을 통째로 수리하게 하다니, 내게는 꿈같은 과정이었다.
"간단한 집수리" 와 "주말 집수리 계획", "대규모 집수리 작업" 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에 욕실의 세면기에 이상이 있어서 부품 교환을 했었고 보일러의 온도 조절기 교체를 하는 두 가지 작업에 거금을 지불하였던 경험이 있다. 가만히 지켜 보다 보면 조명 기구와 콘센트에도 벌써 이상이 보이고 있고 욕실은 무슨 그리도 손 볼 곳이 자주 발생하는지, 작은 것들에 잦은 고장이 대단하신 전문가들을 초빙하게 하는 일들을 벌인다. 시간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초적인 상식같은 것이 없는 때문에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가장 먼저 열광적으로 보게 된 부분은 바로 "간단한 집수리" 장이 된 것은 당연하다. 누수와 변기 부분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조명과 콘센트 설치 부분은 앞으로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몰두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이미 전기 안전판 교체 작업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도대체 어떤 원리일까 궁금하여 인터넷에 올라있는 <how to> 관련 기사를 찾아 본 경험도 있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혼자 힘으로 수리하고 싶은 생각이 많은 독자에게는 읽어 둘 만한 부분으로 채워져 있다.
반면, "대규모 집수리 작업" 장은 내게는 너무나 원대한 계획 같이 보여졌지만 간단한 원리 이해를 돕고 수리할 수 있는 능력에 조금 더 접근하게 할 수 있는 상식적인 머리를 자극 시켜 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주었다. 작은 부분에서만 다루고 넘어가지 않고 큰 그림을 보여 주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작용도 되는 것 같았다. 살면서 집을 전체적으로, 그것도 나 혼자 힘으로 통나무 데크를 뒤집어서 새로 수리 한다든가 납 땜을 해서 파이프를 연결하는 등의 "대규모 집수리 작업" 장을 당장에 실현 가능하게 할 수 없지만 단열재와 문틈 채우기 같은 생각, 겨울 준비, 난방 관련 점검부 처럼 읽어 두면 유익한 부분이었다. 창문과 현관문을 직접 달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문을 설치 할 때에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서서히 난이도를 높여서 타일 바닥 깔기, 마루 놓기, 울타리 시공, 선반 설계와 제작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점점 넓어진다. 단계별로 그림까지 자세히 보여 주는데 이해도는 독자 마다의 솜씨와 익숙도에 따라서 조금은 다를 듯 하다. 뚝딱뚝딱 잘 고쳐 내는 독자의 뇌구조라면 조금 쉬운 구성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표현하니까 꼭,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다가 설명서 읽고 바로 고쳐 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 수 있겠는데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고장난 선풍기를 고쳐 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전기 관련 지식은 없었어도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었던지라 선풍기를 이리저리 째려(?) 보고 나더니 급기야 고쳐 내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런 원리를 생각한다면 수리에 문외한 이었던 사람에게는 조금이라도 아는 척(?) 할 수 있는 상식을 키워 줄 수 있고 아주 익숙한 사람이었다면 일상 속에서 다루어 보지 않았던 분야에서 이제는 손 좀 대 볼까,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