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파리행 - 조선 여자, 나혜석의 구미 유람기
나혜석 지음, 구선아 엮음 / 알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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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에 뭔지 모를 슬픔이 일었다. 약소국 조선 여자로 태어나 그것도 그림 재주를 타고 나서 그녀가 느꼈을 온갖 답답함과 좌절이 이 책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한꺼번에 올라오는 까닭이어서 그랬을까.

1920년대 한창 핍박받고 고생하던 시절의 조선을 떠나 1년 8개월 동안 유럽과 미국 등지를 돌아 다녔던 나혜석의 눈에는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 가방을 끌고 이웃집 드나 들듯이 하는 유럽과 어떻게 다르게 들어 왔을까 사뭇 궁금했더랬다.


조선 여인, 한 집안의 아내요 며느리요, 노모가 계신 세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가 얽매여 있던 그 곳을 벗어나고, 자신을 옭아 매던 사회적인 지위, 며느리의 입장, 엄마의 역할을 떠나 그 먼 타국을 돌아 다닐 수 있었다는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도 않았을 뿐 더러 결국에는 실행에 옮겨서 <꽃의 파리행> 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심경을 토로한다.


그녀가 발 디뎌 지나간 흔적을 따라 다닌 부산진을 출발하여 경성, 중국 곳곳, 하얼빈으로 만주로 둘러둘러 시작한 곳은 모스크바였다. 그 후 폴란드를 살짝 지나치며 본격적으로 유럽에 들어선다.



:::금강산을 보지 못하고 조선을 말하지 못할 것이며, 일광을 보지 못하고 일본의 자연을 말하지 못할 것이오, 소주나 항주를 보지 못하고 중국을 말하지 못하리라는 것 같이 스위스를 보지 못하고 유럽을 말하지 못하리라. (43쪽)


나혜석은 유럽 뿐 아니라 영국, 미국에 까지 도달하여 그들의 삶과 문화를 접하며 그녀 관심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림과 예술에도 심취했다. 영국과 프랑스 처녀들의 교육과 가정생활, 부인네들의 삶 등을 조명할 때에, 군데군데 유럽 여러 나라에서 느꼈을 그들의 자유로운 삶 속에서 보며, 느끼며 행복해 했다. 상대적으로, 삶에 허덕이며 고생하고 있을 조선의 동포와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못할 우리 네 삶을 불쌍하게 여기고 쓸쓸한 마음을 갖는 것도 피할 수가 없었다.


네덜란드, 벨기에, 파리, 베를린, 이탈리아 등지를 돌아보며 한껏 만끽해 오면서 천재들의 발자취를 그녀 자신도 밟고 있구나, 생각하며 환희를 느끼기도 했다. 요즘 우리도 여행을 떠나 새롭고 낯선 곳에서 느낄 법한 그런 느낌이랄까, 다빈치, 미켈란젤로가 걸어갔을 그 골목길을 나도 지나가고 있는건가, 하는 그런 느낌 같은.


그렇게 여행기 다운 이야기로 각 나라들의 특색과 느낌, 문화와 행사 등을 기록해 온 책이기도 하지만 그녀 자신만의 생각에서는 어쩔 수 없이 쪼그라드는 현실 앞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시어른들, 아이들, 돈에 대한 생각등이 괴롭혀 오기도 한 것을 보면 마냥 각 나라들을 돌아다녔다는 그 뿐 이었을까, 하는 단순하고 소비적인 느낌도 따라 붙었다. 그녀는 이 여행의 목적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남녀간에 어떻게 살아야 평화로울지, 그리고 신여성으로서, 화가로서 그림에 대한 느낌 같은 것을 얻고 싶어서 떠난 것이라고.


우리가 살고 있던 한정적인 나라에서, 고향에서, 나를 둘러싼 기본적인 모든 조건 속에서 떠나 다른 나라들을 돌아다니고 긴 세월을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가 되돌아 왔을 때의 그 느낌을 나혜석 또한 비슷하게 느끼고 있음을 보았다. 자유롭고 널찍한, 여유있던 분위기에서 올망졸망, 시시각각 고민 덩어리로 다가오는 동시대의 다른 장소의 그 차이, 그것이 그녀를 슬프게 했고 힘빠지게 했음을, 시대를 막론하고 제한된 지위의 사람이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은 공통적일 수 밖에 없는 걸까, 싶기도 한 그런 느낌.



::: 조선에 오니 길에 먼지가 뒤집어 쓴 것이 자못 불쾌하였고 송이버섯같은 납작한 집속에서 울며 나오는 다듬이 소리는 처량하였고 흰옷을 입고 걱정없이 걸어가는 사람은 불쌍하였다.      (214쪽)



책을 덮으며 드는 느낌은 그저 아련한 슬픔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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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평전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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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암협의 연암 선생, 제비 연에 바위 암 자를 쓰시는 연암 박지원의 일생과 성격, 주변 지인들, 그리고 그의 문장들을 알아 보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내용의 책이다.


인적드문 산골짝에 초가집 한 채 짓고 앞마당, 뒷 뜰과 집 둘레마다에 뽕을 심고, 배나무와 밤나무 심어 놓고 조용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그 분, 연암선생은 조선을 사랑했고 조선 사람을 아꼈던 그 마음으로, 생활과 문장이 나란하게 그의 사상과 학문의 깊이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사와는 등을 지고-왜 등을 지고 살아가게 되었을까?-, 문장 마다에는 호통과 교훈과 망치들이 즐비했던,-왜 문장들이 거칠고 뾰죽하였으며 시대에 비껴 가도록 썼을까?-, 이런 의문들이 든다면 그의 주변에 그를 흠모하고 따르는 제자들과 친우들이 보여 준 글을 통하여 연암을 판단해 보면 답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아내 이씨 부인, 아들 종채, 형수와 처남 이재성, 벗 백종수, 여럿 제자들과 종복 오복이까지 입을 모아 연암을 묘사하는 내용들을 통하여 연암의 삶과 사상, 그의 문장까지 함께 하며 감히 엿본다.


어찌보면 여러 분의 인터뷰 형식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연암과 관련있었던 분들과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연암의 일생을 저마다의 판단 기준으로 생각해 보게도 하는 형식이다.


익히 연암의 작품을 조각조각 들어왔었고 열하일기를 통해 기행기까지 접했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분의 일대기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선비는 하늘에서 준 작위이다.  내 글쓰기는 선비로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래 글쓰기는 내 삶의 맞잡이요, 현실이요, 미래다. 내 글쓰기는 전쟁이요 극한이다.    (286쪽)



글쓰기의 모범과 실례를 들어 설명되는 분들 가운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시는 연암 선생이기에 그의 문장을 빼고는 삶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는 까닭에서일까, 너무 일찍 태어난 잘못에서일까.  연암선생의 글은 연암체 라는 단어로 새로 입에 오르내리며 그 당시 양반들 세계에서는 무뢰한과도 같은 비평과 비판을 받고야 만다. 그를 아끼던 왕 정조까지도 밤을 새워 뒤척이며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만큼 연암의 문장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연암의 후손 박규수에 이르러서도 연암 문집을 펴 내고 싶어도 시대의 눈치랄까, 아직도 허용되지 않는 양반들 세계에서의 이단아 쯤으로, 일탈 사고 방식을 가진 이로, 생각이 바뀌지 않는 시대에서 그의 문집을 낼까 말까, 문중에 모여 의논까지 벌이지 않나, 연암은 지금 세대로 본다면 너무나 앞서 갔던 선구자 였던 셈이다.


아들 종채는, "반고와 사마천 같은 문장을 타고 났지만 까닭없이 비방을 당한다." (174쪽), 라는 점괘를 얘기해 준다. 천하의 원수 집안 유한준을 일컬음이다.  양반 세계의 온갖 부정과 부패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꾸짖고, 이를 못 마땅히 여긴 주변 양반들 틈바구니에서 철저히 소외 될 수 밖에 없었던 연암은, 그를 알아 주던 몇몇 지인들에 의해서, 제자들에 의해서, 벗들에 의해서만이 인정되어 지던 꼿꼿한 양반이었다.


"개를 기르지 마라." 한 마디로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 떼기가 어려우니 처음부터 기르지 않는 쪽으로 말을 한 것 같다. 개 같은, 개 만도 못한, 개를 들먹이며 비유를 하는 단어들이 있는데 세상사는 사람들이 모두 사람 스럽기만 할까. 특히 양반들만 사람들인 양 살아가는 세상에서.



"연암의 글에는 넌지시 둘러서 말하여 잘못을 고쳐 깨치게 하는 풍간, 현실에 대한 부정적, 비평적 태도를 취하여 날카롭고 노골적인 공격 의도를 지닌 풍자가 넘쳐난다. 그래 연암 글은 정신을 여미고 잘 새겨 미독해야만 한다."   (265쪽)



"선비란,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베풀어 주려는 의식과 바른 사회를 지향하려는 당위성을 지닌 존재여야 한다. 겉치레가 차츰차츰 본질을 없애고 화려하게 말만 꾸미는 짓은 변소에 단청하는 격이요, 쓸데없이 무용한 지식만 수다스럽게 나열하는 주소가와 다를 바 없다. 모두 선비로서 실학이 없는 탓이다."    (288쪽)



종내에는 갑신정변의 주역들에게 영향을 끼친 실학자로서 연암이 우뚝 서 있게 되었지만 시대를 앞서 생각하고 글을 써 내려간 그의 고독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 봐야 할까. 조선은 인재가 없어서 진보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충분히 존재해 왔던 그 멋진 인재들을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길거리 발에 채이는 돌멩이만도 못한 존재로써 전락 시켜 버린 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제 1부 문장,  제 2부 성정,  제 3부 학문,   제 4부 미래 를 통해 연암을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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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독법 - 운이 풀리는
최상용 지음 / 일상이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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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을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저자는 이미 결정되어진 명에, 스스로의 몸과 마음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 운 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저자는 건강, 재물, 학업, 직업, 사업, 애정 부분으로 나누어 옛 고전에서 찾은 지혜와 관상 보는 법으로  독자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독자로서는 좀 더 상세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운을 바꾸어 가는 방법을   알고 싶던 기대감이 컸었기에 막상 뚜껑을 열고서 부족함, 실망감도 조금 느꼈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인의 생각과 마음자세,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운을 달리해 가며 변화 시킬 수 있다는 큰 골격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기회로써만 이 책을 대하고 보니 읽기에는 어렵지 않게 쉽게 술술 읽어간다 손 치더라도 정작 알고자 하고 구하고자 했던 답 앞에서는 어디를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해야 옳은지를 판단하고 가늠할 길이 없어서 좀 답답했다고나 할까. 12궁도를 먼저 살피고 어디가 어떠하면 주로 운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하는 방식인데 아무래도 이런 면에서 사전 상식이 없던 독자로서는 조금 애매하게도 들어온 것 같기도 하다.


색깔을 살피는 면에서 보면, 사람 얼굴 형상에서 푸른 빛, 붉은 빛, 누런, 흰, 검은 빛의 판단 기준은 어디에 있으며 빛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얼굴 부분을 묘사하는 궁 자리를 판단하는 것도 일반인으로서는 애매하기도 하여 올바른 정보를 얻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앞섰다. 자세하게 일러주고 묘사해 주는 사주 팔자 관상보는 분이 옆에 없구나, 는 부재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저 독자 스스로에게 필요하겠다 싶은 부분별로 가볍게 읽어가기에는 좋은 책이라 생각이 든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심장, 폐, 신장의 변화를 간단하게 알아 볼 수 있는 신체 부위라든가, 불면증, 암의 발생까지 마음과 연결된 신체의 오묘함을 소개하기도 한다.


"귀 잘생긴 거지 있어도 코 잘 생긴 거지 없다." 라는 말처럼 코는 재물운과 밀접하고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기회를 잘 잡을지를 결정할 수 있음도 소개한다. 특히, 황토가 그렇게 좋은지를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개인적으로는 직업운과 애정운에 관심이 좀 더 컸던 바, 어떤 일을 해야 좋은지, 이를 알고자 하면 잠들기 전에 수면 명상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명상과도 연관이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요즘 와서 생각해 보면, 행복한 일이 있어서 행복해 지기 보다는 강제적으로 행복한 미소와 웃음을 먼저 앞당겨 실행한다면 이유없는 행복감이 저절로 나타나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추론도 해 보게 된다. 이유없어도 실실 웃다보면 저절로 기뻐 지듯이 이런 행동이 반복되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습관이 운명을 만든다, 는 자체가 실행되는 것 아닐까도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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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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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재미있는 책이다.  구성면에서도, 내용면에서도 여늬 로마 여행서를 함께 엮어 연상해서는 안 되는 책이다.

실제로 로마를 여행하기 전에 먼저 읽어 본다면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장소를 찾아서 동전을 던지며 행운을 빌고, 어느 여행자가 갔었어도 하였을 보편적인 여행은 적어도 비중에 두지 않을 것이다.


리비우스 <로마사>, 폴리비우스 <역사>, 키케로 <의무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그리고 <명상록>, <고백록> 등과 같은 고전을 함께 하며 로마 곳곳을 의미있게 만들 여행을 이 책은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준다. 재미있다는 말 부터 쓴 것은 상투적으로 하는 표현만이 아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로마는 역사 속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과 전쟁, 로마 시민이 구성되고 발전해 가는 그 전개를 샅샅이 연결지어 소개할 뿐 아니라 고전 속의 내용과도 함께 상기시키게 한다. 고전이니 그저 읽으라 했다면 쉽지 않을 두께의 고전책을 이 책의 저자와 함께 로마를 이해하고 접하다 보면 이 고전들을 반드시 읽어 보겠노라, 하는 의욕까지도 불태우게 만든다.


<노년을 위하여>, <의무론> 등 많은 저술을 남겼던 키케로가 그토록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었는지, 그의 딸 역시도 그 운명의 수레바퀴에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코끼리 부대를 앞세우고 알프스 산맥을 돌파했던 한니발 장군의 이야기는 유명하나 그를 무찔러 버린 스키피오의 이야기 또한 역사 속 인생들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 준다. 아버지와 삼촌이 전쟁에서 피를 뿌렸고 로마를 위해 싸웠던 그 자신 조차도 공금 횡령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죄목으로 몰렸을 때 역사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아, 비정한 조국이여, 그대는 내 뼈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  (59쪽).   


로마로 끌려와 노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역사가, 폴리비우스, 작은 변방 국가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하게 된 이유와 그렇게 번창하고 번화했었던 자신의 조국 그리스가 망한 이유, 역사는 왜 변하고 그 주체는 무엇인지 의문을 가졌고 답을 얻기 위해 썼던 작품, 그리고 그것은 고전이 되었다.


로마 대욕장에 얽힌 사연들, 사치와 향락의 근거로만 알고 있었던 그 유적들이 실상은 로마 시민을 위로하기 위한 한 방편이었음을, 그리고 그 벽면에 걸려있던 그림 한 점이 의미가 심장하다. 풀밭 위에 누워있는 해골 장면이다. 오로지 쾌락에만 열중하라는 장소일 것 같은 욕장의 벽면에 해골이라니, 그 입구에 왜 죽음을 상기시키는 그림이 걸려 있었을까. 전쟁에서 개선한 장군의 행렬 끝에도 전쟁에서 패배한 상대편처럼 승전과 패배의 극적인 교차점을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로마인들, 철학자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과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정치 참모였던 철학자 세네카의 글과 죽음 또한 의미심장하기만 하다.



로마라는 국가가 주는 영향력은 전세계에 걸쳐 뻗어있는 만큼 그 생성에서부터 발전과 쇠퇴에 이르기까지 고전이 된 역사책을 통해, 그리고 현장을 밟아가며 느끼는 강도는 남다를 것이다. 이 책이 그 로마의 길을 가야 할 곳으로 인도하고 독자는 스스로 그 안에서 길을 잃어 방황토록 하는 이유도 로마가 가진 진정한 영향과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캐어내게 하는 방편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저자의 뛰어난 이야기 솜씨와 책의 구성 또한 돋보인다. 로마 왕정과 공화정, 제국이 창건되고 결국 쇠퇴의 길로 향하는 구성에서 그들이 남긴 왕들의 성벽, 영묘, 신전과 광장등 이들과 얽혀 있는 에피소드들은 재미도 나지만 주옥과도 같다. 왕과의 절친이었던 우정이 왕보다 먼저 죽은 친구를 왕의 영묘에 안치하기까지 했다는 이야기 또한 흔하지 않다. 그리고 중세 로마와 르네상스를 소개하는 마지막 구성에서는 걸작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티칸 박물관을 둘러보며 소개하고 있는 10대 유적들, 작품들, 그 밖의 걸작들이 감상의 시간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옛시대의 고전이 응축하고 있던 폭발력이 후대의 노력으로 재발견 될 때 인간은 얼마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기와 다른 것에 얼마나 마음을 열고 얼마나 개방적인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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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K팝
서병기 지음 / 성안당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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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챠트 순위를 차지했다는 소식과 이에 관련한 굵직굵직한 뉴스들이, 그들이 누구인지를  모르던 내 귀에까지 들려왔을 때에는, 그 이전에 한 번도 들어보지도 않았고 보지도 않았던, 그래서 구성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이들에게 무슨 매력이 있어서, 어떤 이유로 빌보드 챠트 석권과 해외 공연에서의 성공이 가능했을까, 미국, 일본, 영국까지 휩쓸며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 것일까, 궁금 했다. 우리 역사를 표현한 일본에서의 티셔츠 헤프닝이랄까, 이런 내용은 저녁 뉴스에까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BTS, 그들이 만들어진 배경, 그들의 컨텐츠, 그것이 만들어 낸 파장과 영향을 짚어 보면서 우리 K팝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살펴 보는 이 책은 그저 한류나 해외 팬들 소식을 뉴스로 보면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어떤 면이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 지 가늠해 보게 한다. 한편으로는,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동시대인들의 관심과 초점을 함께 따라 가 본다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방탄소년단, 그들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그들 만의 자산이 이제는 우리 가요와 문화가 전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과  그들을 만들어낸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이먼트, 이런 것들로 인해 일본이나 동남아, 중국 쪽으로 우리 가요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인기 있어 지면서 해외 팬들이 한국어를 배운다, 춤을 따라 한다, SNS 에서도 해외 팬들의 감상과 느낌을 적은 댓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여왔다. 바야흐로 우리의 문화가 다른 나라 쪽에서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BTS 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멤버 하나하나의 이력까지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JYP 나 YG 같은 기업들도 대단한 성과를 낸 전직 가수들이 전세계로 나아가는 아이돌을 창조해 내었고 그 과정을 돌이켜 본다면 방시혁 대표는 가수로서 출발이 아니었던 것이 다르게 다가온다. 여늬 아이돌 그룹의 탄생처럼 연습생 생활을 거친 BTS 였지만 무엇이 달랐을까. 일곱 개의 별, 하나하나 가지고 있는 매력과 재능을 분석해 보면서 어느 덧 멤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머리카락까지 춤을 춘다는 지민, '보라해' 라는 신종어를 만들어 낸 뷔, 이런 단어는 BTS를 알기 전에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희한한 표현 같기도 하다. 세상에, PURPLE 로 팬에게 사랑을 표현한다는 방식,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르네상스맨 이라는 정국, 천재에 가깝다는 뇌섹남 RM,  조각같은 얼굴을 가진 진,  이미 저작권 부자인 슈가, 진심을 전달하는 기부왕 제이홉, 이들이 만들어 낸 메시지가 전세계 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땡큐 아미, 그들을 있게 해 준 팬클럽 아미를 향한 감사, 일상 속에서의 그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을 나누는 그들,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 또한 아미의 인터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다. 

나 같은 독자에게는 BTS 를 취재해 준 저자가 있었기에 늦게나마 K팝의 진화도 경험하게 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소개 되었을 때의 그 놀라움을 생각해 본다. 음악 평론가 조차도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그 때, 그 만큼 새롭고 파격적인 컨텐츠의 탄생을 알리는 시초였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BTS 가 전하는 메시지는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해 가면서 겪을 수 있는 방황과 고민, 그러면서 찾아가는 사랑과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 다소 철학적이고도 근본적인 의문으로 이루어진  메시지가 이들의 노래가 되어 공감을 이루고 있으니 결국에는 고전에 이르기를 바란다. 한국어 배우기를 열망하고 한국적 춤과 정서가 세계 곳곳에 스며 드는 것은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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