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평전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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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암협의 연암 선생, 제비 연에 바위 암 자를 쓰시는 연암 박지원의 일생과 성격, 주변 지인들, 그리고 그의 문장들을 알아 보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내용의 책이다.


인적드문 산골짝에 초가집 한 채 짓고 앞마당, 뒷 뜰과 집 둘레마다에 뽕을 심고, 배나무와 밤나무 심어 놓고 조용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그 분, 연암선생은 조선을 사랑했고 조선 사람을 아꼈던 그 마음으로, 생활과 문장이 나란하게 그의 사상과 학문의 깊이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사와는 등을 지고-왜 등을 지고 살아가게 되었을까?-, 문장 마다에는 호통과 교훈과 망치들이 즐비했던,-왜 문장들이 거칠고 뾰죽하였으며 시대에 비껴 가도록 썼을까?-, 이런 의문들이 든다면 그의 주변에 그를 흠모하고 따르는 제자들과 친우들이 보여 준 글을 통하여 연암을 판단해 보면 답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아내 이씨 부인, 아들 종채, 형수와 처남 이재성, 벗 백종수, 여럿 제자들과 종복 오복이까지 입을 모아 연암을 묘사하는 내용들을 통하여 연암의 삶과 사상, 그의 문장까지 함께 하며 감히 엿본다.


어찌보면 여러 분의 인터뷰 형식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연암과 관련있었던 분들과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연암의 일생을 저마다의 판단 기준으로 생각해 보게도 하는 형식이다.


익히 연암의 작품을 조각조각 들어왔었고 열하일기를 통해 기행기까지 접했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분의 일대기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선비는 하늘에서 준 작위이다.  내 글쓰기는 선비로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래 글쓰기는 내 삶의 맞잡이요, 현실이요, 미래다. 내 글쓰기는 전쟁이요 극한이다.    (286쪽)



글쓰기의 모범과 실례를 들어 설명되는 분들 가운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시는 연암 선생이기에 그의 문장을 빼고는 삶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는 까닭에서일까, 너무 일찍 태어난 잘못에서일까.  연암선생의 글은 연암체 라는 단어로 새로 입에 오르내리며 그 당시 양반들 세계에서는 무뢰한과도 같은 비평과 비판을 받고야 만다. 그를 아끼던 왕 정조까지도 밤을 새워 뒤척이며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만큼 연암의 문장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연암의 후손 박규수에 이르러서도 연암 문집을 펴 내고 싶어도 시대의 눈치랄까, 아직도 허용되지 않는 양반들 세계에서의 이단아 쯤으로, 일탈 사고 방식을 가진 이로, 생각이 바뀌지 않는 시대에서 그의 문집을 낼까 말까, 문중에 모여 의논까지 벌이지 않나, 연암은 지금 세대로 본다면 너무나 앞서 갔던 선구자 였던 셈이다.


아들 종채는, "반고와 사마천 같은 문장을 타고 났지만 까닭없이 비방을 당한다." (174쪽), 라는 점괘를 얘기해 준다. 천하의 원수 집안 유한준을 일컬음이다.  양반 세계의 온갖 부정과 부패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꾸짖고, 이를 못 마땅히 여긴 주변 양반들 틈바구니에서 철저히 소외 될 수 밖에 없었던 연암은, 그를 알아 주던 몇몇 지인들에 의해서, 제자들에 의해서, 벗들에 의해서만이 인정되어 지던 꼿꼿한 양반이었다.


"개를 기르지 마라." 한 마디로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 떼기가 어려우니 처음부터 기르지 않는 쪽으로 말을 한 것 같다. 개 같은, 개 만도 못한, 개를 들먹이며 비유를 하는 단어들이 있는데 세상사는 사람들이 모두 사람 스럽기만 할까. 특히 양반들만 사람들인 양 살아가는 세상에서.



"연암의 글에는 넌지시 둘러서 말하여 잘못을 고쳐 깨치게 하는 풍간, 현실에 대한 부정적, 비평적 태도를 취하여 날카롭고 노골적인 공격 의도를 지닌 풍자가 넘쳐난다. 그래 연암 글은 정신을 여미고 잘 새겨 미독해야만 한다."   (265쪽)



"선비란,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베풀어 주려는 의식과 바른 사회를 지향하려는 당위성을 지닌 존재여야 한다. 겉치레가 차츰차츰 본질을 없애고 화려하게 말만 꾸미는 짓은 변소에 단청하는 격이요, 쓸데없이 무용한 지식만 수다스럽게 나열하는 주소가와 다를 바 없다. 모두 선비로서 실학이 없는 탓이다."    (288쪽)



종내에는 갑신정변의 주역들에게 영향을 끼친 실학자로서 연암이 우뚝 서 있게 되었지만 시대를 앞서 생각하고 글을 써 내려간 그의 고독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 봐야 할까. 조선은 인재가 없어서 진보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충분히 존재해 왔던 그 멋진 인재들을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길거리 발에 채이는 돌멩이만도 못한 존재로써 전락 시켜 버린 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제 1부 문장,  제 2부 성정,  제 3부 학문,   제 4부 미래 를 통해 연암을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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