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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8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정영훈.김세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인생 수업 이라는 제목의 글과 책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각각의 책과 글의 방향에는 나름대로의 목적과 시선이 저자에 따라 달랐으며 특색이 있어왔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이라는 저자의 글은 단락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조금씩 접해 오다가 아예 이 저자의 글로만 이루어진 온전한 책, 인생 수업을 접했다. 다른 곳에서 부분적으로 읽어왔을 때에도 상당히 인상적인 구절이라 생각했었는데 온전히 이 저자의 책으로는 온통 책 전체적으로 모든 구절구절마다 버릴 것이 없었다. 도무지 밑줄 긋지 않고는 넘길 수 없는 구절이 거의 책 하나에 차지하고 있었다. 파스칼의 팡세를 만났을 때의 그 느낌이라고 할까. 역시 클래식은 가벼이 여길 수가 없는 것인가 한다.
맛배기로 한 번 소개해 볼까.
29쪽, "멋진 인생의 첫 여행은 죽은 자들과의 대화로 시작하라.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리고 많은 것들을 알기 위해서 산다. 그럴 때 진실된 책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 것이다. 두 번째 여행은 산 사람들과 보내면서 이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을 보고 깨달아라. 한 나라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세상을 만든 조물주도 자신의 재능을 나누어 썼고, 때로는 풍요로운 것에 추한 것을 곁들여 놓았다. 세 번째 여행은 온전히 자기 자신과 보내라. 마지막 여행은 철학하며 사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의 대답이 벌써부터 나오는 것 같다. 이 책은 청소년 시절에 읽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혹은 좀 더 뒤에, 그리고 더 나이 들어서 접했을 때에, 와 같은 인생의 시기마다 접한다면 그 때 마다 느낌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구절은 조금 나이 들고 난 이후라서 더 깊이 파고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17세기 스페인에서 살았던 저자, 그가 살았던 시대는 분명 충분히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근대화와는 전혀 거리도 멀었고 삶의 환경과 조건이 열악했다. 저자가 짚어내고 있는, 현명하게 살아가는 인생, 내면을 가꾸는 방법, 말 속에 숨어있는 철학과 인간 관계의 비법,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의미까지 찾아가는 구절들이 너무나 의미심장하여 독자로서는 비명을 지르며 밑줄을 그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오죽하면 쇼펜하우어가, "유럽 최고의 지혜의 대가다. 그의 책은 평생 곁에 끼고 다녀야 할 인생의 동반자이다.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음미해야 한다." 라고 했을까.
총 6장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1장은 먼저 읽어야 할 덕목으로 가득했다. "삶의 의미를 들려주는 인생수업", 글자 그대로 밑줄 그어 가면서 읽어가게 하는 내용으로, 인생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현명한 사람이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며 학식과 태도, 통찰력, 명민함을 유지해야 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오래 사는 기술은 선하게 사는 것이다.", "평화로운 것이 사는 길이다.", "모든 것이 행복하지도 모든 것이 불행하지도 않다.", "선택하는 기술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2장은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수업"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번 독서의 방향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어려움과 힘듬을 좀 극복하기 쉽게 위로를 얻고자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독서였으므로 이 2장이 가져다 주는 글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주위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단단함, 요즘 말로 내공을 다지기 위한 구성이었다.
그리고 바로 5장과 6장인 말 내공을 키우고 인간관계의 비밀을 밝혀주는 내용으로 건너 뛰었다. 2장을 통해 내공을 기르자니 바로 인간관계에서의 힘듬이 가장 큰 부분울 차지하고 있었고 그것은 바로 말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지 않나 싶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가운데 말로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을까. 혼자 현명하기 보다 단체로 바보가 되어라, 라는 말처럼 어울리고 뒤섞이는 방법과 그 속에서 융화하는 가운데 지켜야 할 예의와 엄중함, 그리고 남에게 다 내어주고 낭패보지 말라는 충고 등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3장과 4장은 나로선, 결과론 적인 내용으로 다가왔다. 이 모든 과정을 잘 익힌 후에 갖게 되는 보상과 같은 결과,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한 인생수업" 과 "명망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인생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쁜 일에서건 좋은 일에서건 끝장을 보려고 하지 마라."등 여기에서는 앞에서 얻어 낸 기술과 재능을 활용하여 언제까지나 속을 내 보이지 않고 앞을 내다보며 명성을 잘 지켜 나가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굳혀 나가는 방법을 설명한다.
읽지 않은 상태의 독자에게 구구절절 좋은 점을 다 말하기가 버겁다는 느낌도 든다. 한 번 읽어 보고 그 때의 느낀 점, 그리고 다시 손에 들고 두 번 세 번 읽어갈 때의 느낌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명언이라고 보기 보다는 실 생활에서 겪어 낸 결과를 총체적으로 잘 다루어 꺼내 놓았고, 무엇보다 저자 생각의 결과물이라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이런 글귀들로 인해 다른 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 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