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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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아니라 작가의 이름이 읽고 싶게 나를 이끈 책이다. 인간은 왜 도박을 하는 것일까, 혹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도 나오는 것인가, 궁금함도 있었고, 이 질문은 인간이 살면서 왜 기뻐하고 노여워하는가, 라고 질문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싶기도. 도박이라는 것은 바로 돈을 걸고 땄다, 잃었다 하는 것이니 인간의 탐욕을 절대적으로 설명할 길이 있을 리가. 누구에게나 탐욕은 있고 그 탐욕의 크기만큼 도박을 시작하는 것과 시작하지 않는 것을 결정짓는 의지가 작동할 것이고, 노는 판의 크기도 정해질 수 있으리라.


은교라는 여인과 서이후 라는 남자, 같은 비행기를 타고 네팔을 향했다. 같은 비행기의 승객이었을 뿐인 두 사람은 우연의 일치가 겹치면서 어느 덧 은교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 평범하지 않은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도박사의 세계, 일상 속에서만 살아오던 사람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들만의 법칙이 그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꼭대기에서 모든 할 수 있는 것들을 누려 본 사람들의 정신 세계를 어찌 손톱만치라도 이해 할 수 있을 것인가. 김진명 작가의 이 책을 통하여, 한 단락씩 짧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넘겨가다 보니 어느 덧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 밀게 되었다.


그들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도박을 통해 바라 본 인간 심리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심리 상태 조절 등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도박이라는 방편으로 삶의 우여곡절들을 어떻게 해결해 보면 좋을지 대입도 하게 되더라는 것, 이 점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적지 않은 돈이 있어야 하고, 그 돈으로 게임을 즐기고, 그 마지막 출구에 남아있는 것은 네팔의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산 앞에 서게 되는 것. 실제적인 피해자의 사례와 그 주변 사람들의 고통, 차갑고 냉정하게 그 속을 파고 들어가는 무리들, 공부하고 훈련하여 실제 카지노를 대상으로 탐색과 승부를 벌이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소설 속의 인물들 만은 아닐 것이다. 로또 연구를 하는 사람들도, 주식 공부를 파고 드는 사람들도, 확률과 운에만 성공률을 두지 않고 실제적인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래서 더 내용 속으로 몰입하게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작가의 바카라 게임에 관한 상황 묘사를 통해 실제 게임에서 어떻게 흔들리고 감정 동요를 일으키는지 잘 알 수가 있었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의 말로, 아내도 도망가고 딸도 남의 집에 맡겨진 가정, 산산히 부서진 삶을 어떻게 회복해 보려는 건지, 돈을 급작스레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강원랜드를 향할 때의 그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실제적이어서, 아니, 실제 그럴 것 같았다, 작가는 강원랜드행 기차도 함께 몇 번이고 타 보았을 것 같다, 라는 느낌도 들었다.


여늬 도박꾼들 처럼 돈을 잃게 하지 않는 법을 그렇게 자세하게 일러 주었건만, 결국은 인간의 욕심이 어떻게 요리를 하고 흔드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오르페우스가 죽음의 동굴을 다 지날 때 까지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그 약속을 동굴 끝에 다다라서 뒤를 돌아 봄으로 하여 약속이 깨어지던 그 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참 나약한 존재가 인간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그렇게 가정을 회복하고 싶어 했던 도박꾼의 말로, 어떤 순서로 돈을 잃고 어떤 결말을 초래하게 되는지도 자세히 그려있어서 그 사태들에 대한 이해에도 한몫 할 수 있었다. 프로 도박사들의 세계와 인간의 심리전, 그 심리를 통해 바라본 인생 살이의 여정,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처음엔 도박사들의 이야기가 어떤 전개를 불러올까, 나름 많이 궁금했었는데 이야기의 파도를 타고 넘어갈 때에 많은 생각을 함께 해 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카지노", 라는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한정지어 상상하지 않길, 읽어 보면 독자에 따라 여러 갈래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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