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7
도리스 레싱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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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한 눈으로 아프리카의 검은 숲을 바라보는 메리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타인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며 숨을 곳만을 찾고 있는 메리는 희극이자 비극이다. 

불특정 다수와 애정을 맺고 그것에서 위안을 얻으려 하는 메리는 출발부터가 잘못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어린시절의 거의 방치되다시피한 양육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알고 

절대 하고 싶지 않는 것을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며 

분수에 만족하고  

자기 사람을 챙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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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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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그의 어머니는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려주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납니다. 

포그는 하나뿐인 혈육인 외삼촌에 의해 길러집니다.  

포그는 말 그대로 안개처럼 희뿌연 과거에서 온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살면서 겪는 많은 것들은 그의 몸에 와서 착착 감기는 것이 아니라 투명인간을 뚫고지나가는 그 무엇처럼 공허했을 것입니다. 

그의 삶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립니다. 

뿌리가 건실하지 못한 식물처럼 말라갑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줄 그 무엇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포그의 생각과 선택과 행동은 독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누구든 고아가 된것 같은 무력감을 살면서 한번도 느끼지 않을수 있을까요? 

그런 무력감을 극복하려는 것이 인간이 살아온 역사일테지요. 

포그는 자신의 역사를 되찾은후에 몽상가에서 행동가로 방향을 선회합니다. 

만약 포그의 아이를 임신한 키티가 그의 이런 외로움을 이해하고 받아주었다면  포그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을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키티는 역사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자신이 과거의 무거운 짐을 너무 많이 지고 있었습니다.  

키티는 엄마의 눈물과 아버지의 욕망과 같은 어른들의 업보가 실타래마냥 자신을 감고 있기에 그것을 풀어내는 것만도 벅차 보입니다.  

포그와 키티의 사랑은 우정의 모습을 닮아있습니다. 

상처입고 외로운 두 영혼이 서로를 위로해줍니다. 

하지만 결국 성장은 스스로해 해내야할 고독한 작업 같습니다. 

포그도 긴 터널을 통과했으니 이제는 뿌리를 내리는 삶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의 역사를 알고 사랑하는 것에서 우리는 성장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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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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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머뭇거리는 호흡의 문체 덕분에 숨차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느릿느릿 잡아끄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내게는 너무나 낯선 공단의 주변을 걸었고 시골의 엄마가 해주는 밥상머리, 밀물과 썰물이 오고가는 바닷가, 그리고 한번도 직접 들여다본적이 없는 우물 곁에 가보았다. 

글자를 깨우치면서부터 책을 읽었지만 아직도 서정이니 서사니 하는 말들의 의미를 명확히 가르지 못하는 나이다. 

그럼에도  편하게 빠져들수 있는 책과 너무 숨이차서 도저히 따라잡을수 없는 책은 구별해 낼 수 있다. 

  가끔은 작가의 개인적인 감정이 너무나 흘러넘쳐,  나는 멀뚱히 그의( 혹은 그녀의) 도취된 상태를 바라보고만 있을때도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개인적인 경험을 자기 감정을 담뿍 담아 풀어놓는 작가들의 글을 멀리하게 되었다. 

이 작가의 글을 처음 읽고난 지금 나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여성적이라는 것이다. 

100%여성적.. 

어떻게 이렇게 공격성이 없을까.. 

어떻게 이렇게 삶에 밀접하게 닿아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연약한가.. 

어떻게 이렇게 투명한가..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러운가.. 

어떻게 이렇게 꾸밈이 없는가.. 

어떻게 이렇게 진실한가.. 

여성성의 본질은 이런것이구나.. 

나는 여성이라하지 않고 여성성이라 표현했다. 

여성성이란 여자에게 깃들어있을수도 혹은 그 반대의 성에 내려 앉았을 수도 있다.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며 뭔가 일을 벌여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남성성에  밀려 어딘가에 쳐박혀있던 여성성이, 김치가 익으면서 생긴 기포가 밀폐용기의 단단한 뚜껑을 밀어올려 김치국물을 흘려보내듯,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그 존재를 알리려한다. 

그 여성성이 있기에 세상은 안정이 되며 아이들은 자라나고 우리의 고단한 마음은 위로를 받는다. 

살림하는 손에 깃들여진 그 여성성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신경숙이라는 작가는 시대의 그런 부름을 타고났을지도.. 

우리의 엄마에게.. 우리의 땅에.. 우리의 가족에게 우리를 데려다 주려고.. 

신경숙은 그 안의 가장 순수하고 정직하며 마음이 열려있는 열여섯의 그녀를 불러냈다.

 눈물이 날것같다. 

왜그런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내안의 여성이 이제야 그 존재를 인정받고 기뻐하며 그동안 참아온 서러움을 눈물에 담으려 하나보다. 

강한것, 큰것, 움직이는것, 명령하는 것, 변화하는 것, 앞으로 나가가는것만이 최고는 아니라는 것을, 언제나 그 반대의 것과 함께 가야한다는 것을 

이젠 인정할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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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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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프로이트가 말했던 무의식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고 

융도 집단무의식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했었다. 

많은 시인들이 이면의 세계를 읊어왔고 

나 역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제한된 의식으로 표현하기에는 그 세계가 너무도 넓고 크다. 

하지만 인간중에는 그것을 느낄수도 또 설명할 수도 있는 능력을 타고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나는 그중 한명이 조이스라 생각한다. 

남들이 보지도 느끼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그 세계를 안다는 것은 그에 대한 비싼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조이스는 모든걸 다 버려야만 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것을 조이스는 버리기로 결심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실체를 알수없는 그 무엇에 대한 공포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주위에 겹겹히 둘러싸는 그런 것들이 어쩌면 조이스에게는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조이스는 그것을 알기에 어쩌면 더 무서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무엇일까? 

조이스는 언어라는 방법을 통해 인간의 시간을 관통했다. 

조이스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인류에게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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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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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고단한 삶에 휴식이 되어주고 더이상 욕심내지 않았던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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