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그의 어머니는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려주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납니다. 

포그는 하나뿐인 혈육인 외삼촌에 의해 길러집니다.  

포그는 말 그대로 안개처럼 희뿌연 과거에서 온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살면서 겪는 많은 것들은 그의 몸에 와서 착착 감기는 것이 아니라 투명인간을 뚫고지나가는 그 무엇처럼 공허했을 것입니다. 

그의 삶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립니다. 

뿌리가 건실하지 못한 식물처럼 말라갑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줄 그 무엇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포그의 생각과 선택과 행동은 독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누구든 고아가 된것 같은 무력감을 살면서 한번도 느끼지 않을수 있을까요? 

그런 무력감을 극복하려는 것이 인간이 살아온 역사일테지요. 

포그는 자신의 역사를 되찾은후에 몽상가에서 행동가로 방향을 선회합니다. 

만약 포그의 아이를 임신한 키티가 그의 이런 외로움을 이해하고 받아주었다면  포그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을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키티는 역사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자신이 과거의 무거운 짐을 너무 많이 지고 있었습니다.  

키티는 엄마의 눈물과 아버지의 욕망과 같은 어른들의 업보가 실타래마냥 자신을 감고 있기에 그것을 풀어내는 것만도 벅차 보입니다.  

포그와 키티의 사랑은 우정의 모습을 닮아있습니다. 

상처입고 외로운 두 영혼이 서로를 위로해줍니다. 

하지만 결국 성장은 스스로해 해내야할 고독한 작업 같습니다. 

포그도 긴 터널을 통과했으니 이제는 뿌리를 내리는 삶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의 역사를 알고 사랑하는 것에서 우리는 성장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