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의 얼굴을 가진 이탈리아 - 유럽 문화 정체성의 기원과 이해를 위한 이탈리아 20개 주 이야기
김종법 지음 / 학민사 / 2012년 6월
평점 :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이 한반도에 존재했던 왕조국가이고 지금은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남쪽 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고대로마제국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반도를 지금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472년 서로마가 망한 뒤 이탈리아 반도는 작은 단위로 분열되었으며 1860년 통일되기까지 각자의 삶을 살아왔다. 내가 이탈리아의 역사를 계속 공부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신라의 삼국통일에 이어 고려, 조선까지 꽤 오랜시간을 중앙집권화된 나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이탈리아반도에도 프랑스나 영국같은 왕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1400년 가까이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작은 지역으로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 교황령이 있었고, 피렌체가 있었고, 베네치아가 있었고, 나폴리 왕국, 시칠리아 왕국, 밀라노와 사보이 왕국 등등
그러니 이탈리아반도를 하나의 국가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것 같다.
이탈리아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던 시절에 도둑과 집시, 거지, 마피아에 대한 얘기를 여러번 들은 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지우고 살았었다.
프랑스가 좀 거만하긴해도 안전할 것 같아 와인도 마시고 빵도 먹고 성도 보고 할 생각으로 프랑스 여행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이탈리아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시작된 이탈리아 공부가 이제는 좀 마무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 책은 인간에 대한 따듯함을 보이면서도 돈과 권력 앞에서는 냉정하기도 한 이탈리아인들의 야뉴스적인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의 문화유산이나 예술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지역의 현재 모습과 그런 모습이 생기게 된 과정들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이탈리아의 속사정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북부분리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베네치아의 인종적 특성과 역사도 좀 더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이다. 로마 제국이 강성해지기 이전에 중부에서 문화를 꽃 피웠던 에투루리아인들의 유적도 관심이 간다.
나는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목욕탕 같은 거대한 유적지와 트레비분수, 스페인계단, 나보나광장 이런데는 통 흥미가 생기질 않는다. 걷는걸 좋아하지만 그런 돌바닥은 걷기가 싫다.
나는 흙길이 좋고 오솔길이 좋지 딱딱한 돌바닥이나 아스팔트를 걷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고대 로마시민이었어도 검투사 경기를 보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시끄럽고 무섭고 잔인하다.
무턱대고 여행을 가고 싶지는 않아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점점 더 여행을 떠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이 내 눈에 씌어질뻔한 이탈리아에 대한 콩깍지를 벗겨주었다.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없다니 놀랍다. 참 솔직한 이야기들이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