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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 - 김영석의 인문기행
김영석 지음 / 열화당 / 2016년 7월
평점 :
이 책은 최근에 만났던 많은 책들 중 가장 가슴이 먹먹해지는 책이다.
이 책의 겉모습은 참 단정하고, 코팅이 없는 얇고 누런 재질의 종이로 만들어져 무게가 420g으로 아주 가볍다. 비교를 해보자면 '수학의 정석'이 800g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인지 책에 실린 그림과 사진들은 모두 흑백이다. 게다가 이 책을 추천하는 서문에 한자들이 자주 등장해서 이 책이 꽤 오래전에 쓰여진 것처럼 보인다. 책을 뒤져서 출판년도를 확인하고 정말 깜짝 놀랐다.
이 책은 2016년 8월 10일 초판되었고 2016년 9월 10일에 3쇄를 찍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책의 겉모습으로 놀라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저자의 막힘없는 문장력과 전체를 아우르는 식견과 역사적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 심미안에 계속 놀라고 감탄이 터져나왔다. 서문을 써 주신 최원석 문학평론가도 '술술 읽혀지는 저자의 문장력에 감탄'하고있다.
이 책의 저자는 평생을 외교관으로 여러나라에서 지낸 분이다. 마지막 근무지 이탈리아 대사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보내면서 이탈리아를 공부하고 여행하고 답사한 노력의 결과물이 이 책이다. 대사라는 직책으로 일하면서 이탈리아 관계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깊이있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일반 여행자들보다 이탈리아의 속내를 접할수 있었고 그것을 책을 통해 나도 알수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능력있는 공무원의 좋은 예이다.
이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이 책의 최고 장점은 건축이나 그림이 갖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꼭 짚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마의 '산조반니 인 라테라노 성당'이 로마의 4대성당에 속하며 교황이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으로 옮기기 전까지 지내던 곳이라는 것은 많은 여행책자에서 언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성당의 옛이름이 '바실리카 콘스탄티니아노'로 크리스트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건립한 교회라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 밀라노의 비스콘티, 스포르차 가문에 대한 소개이다. 밀라노 대성당이 비스콘티 가문에 의해 시작된이야기와 용병대장으로 시작해서 스포르차 성까지 남긴 스포르차가문의 이야기를 읽으니 거대한 건축물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첫장부터 목차까지 버릴게 하나도 없는 압축된 지식덩어리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보고 이탈리아에 갈때도 들고 갈 수 있도록 책을 일부러 가볍게 만든 것 같다. 흑백사진을 실은 것도 나중에 가서 눈으로 직접 보라고 스포일을 자제한 것일까?
공부하는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이다. 이 책의 리뷰를 1번으로 올렸다는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기행문을 밤새서 읽은 건 처음인것 같다. 소설처럼 재미있는 인문기행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