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육식동물이라는 사실이 치욕스럽지 않은가? 인간은 대체로 다른 동물을 희생시키면서 살 수 있고 또 그렇게 한다. 그러나 올가미로 토끼를 잡거나 양을 도살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깨닫게 되듯이, 이는 비천한 삶이다. 인간에게 보다 순수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고수하는 법을 가르쳐줄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류의 구원자로 여겨지리라. 실제로 내 식습관이 어떻든지간에, 나는 점진적으로 진보해서 결국 육식을 끊게 되는 것이 인류의 운명임을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야만인들이 문명 세계와 접촉한 후 식인 풍습을 없앴듯이 말이다. - P272
나무는 내 몸을 두 번 녹여주었다. 한 번은 장작을 팰 때 몸에 열이 나면서 후끈해졌고, 또 한 번은 난로에서 장작이 제 몸을 불살라 내 몸을 녹여 주었다. 그러니 이보다 더 많은 열을 뿜어내는 땔감이 있겠는가. - P311
하기는 내가 오랜 시간 격렬한 폭풍에 노출되었을 때 몸 전체가 마비되기 시작했는데, 집에 도착해 안락한 실내에서 몸을 녹이고서 곧 회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점에 관한 한 우리는 호화롭게 지은 집에 산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인류가 마침내 어떤 식으로 파멸을 맞을 것인지에 대해 추측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북쪽에서 조금만 돌풍이 불어도 인간의 명줄은 쉽게 끊어져 버리리라. 우리는 얼어붙은 금요일도 대폭설도 견뎌냈지만 그보다 조금 더 춥거나 조금 더 눈이 오면 지구상에서 인류의 존재는 종지부를 찍게 되리라. - P314
"평온함을 보지 못하는 이는 눈이 멀었다!" - P330
나는 그처럼 분별력 있고 편협하지 않으며 초지일관인 사람은 보지 못했다. 어제가 오늘과 같았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사람이다. 우리는 세상을 뒤로 하고 지난날의 자취를 따라 거닐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세상에 물들지 않았고 자유롭고 꾸밈없으며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또한 아름다운 경치를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어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천지가 맞닿은 듯했다. 그의 평온함은 푸른 하늘과 같다. 그에게 어울리는 집은 자신처럼 평온한 드높고 푸른 하늘이요, 그에게 어울리는 옷은 하늘처럼 푸른색이리라. 그도 여느 사람처럼 죽으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자연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다. - P331
"오 군주여, 우리는 이 우주의 놀랍고 다채로운 광경을 탄복의눈길로 바라보고 영혼에 투과시킵니다. 밤이 오면 이 거룩한 창조물에 베일이 드리우지만 날이 밝으면 이 위대한 작품은 대지에서 창공까지 펼쳐지며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 P346
나는 마치 언덕에 둘러싸인 초원에서 있는 것처럼 눈 덮인 호수 위에 서서 1피트 깊이의 눈을 파 들어간 후 다시 1피트 두께의 얼음을 깨서 발밑에 구멍을 만든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고 호숫물을 들이키며 물속에서 조용히 노니는 물고기를 들여다본다. 표면을 갈아 뿌옇게 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처럼 부드러운 빛이 호수에 스며들고 밝은 빛의 모랫바닥은 여름과 다를 바 없다. 땅거미가 내리는 호박색 하늘처럼 변함없이 잔잔한 평온이 스며 있는 호수는 그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고요함과 조화를 이룬다. 천국은 우리 머리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발밑에도 존재한다. - P347
우리의 상상력은 자연보다 더 깊숙이 잠수하고 더 높이 솟아오른다. 그러니 아마 대양도 그 넓이에 비해 그다지 깊지 않으리라. - P353
우리 눈에는 서로 모순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일맥상통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법칙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더 경이롭다. 여행자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산의 모습이 끊임없이 변하는 듯 보이지만, 변하는 것은 그가 산을 바라보는 위치일 뿐 산의 형태는 그대로이듯이 특정한 자연의 법칙은 우리가 사물을 보는 특정한 관점을 형성한다. 산에 움푹 뚫린 구멍이나 갈라진 틈새만 보고 산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 P356
마침내 태양 광선이 직각으로 내리꽂히기 시작하고 따뜻한 바람이 안개와 비를 몰고 와 쌓인 눈을 녹였고, 태양의 열기는 여기저기 얼음이 녹아 황갈색으로 얼룩덜룩해진 풍경에 안개를 뿌리고 흰 연기가 향불처럼 피어오르게 했다. 길손은 이 연기를 헤치고 졸졸 흐르는 수천 개의 실개천과 겨울의 묵은 피를 혈관에서 씻어 내보내는 개울의 흥겨운 소리를 들으며 섬에서 섬으로 길을 더듬으며 조심조심 나아갔다. - P370
머지않아 둑뿐만 아니라 모든 언덕과 평원과 웅덩이에서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굴에서 나오는 네발 달린 짐승처럼 서리가 땅속에서 흘러나와 바다와 더불어 음악을 연주하고 구름을 타고 먼 곳으로 떠나가리라. - P375
겨울에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움과 연약한 섬세함을 연상시킨다. 우리는 겨울을 보통 거칠고 사나운 폭군으로 묘사하지만 겨울은 마치 연인처럼 여름의 삼단 같은 머리털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치장해 준다. - P376
"지구가 돌아온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땅속의 열기를 뿜어내듯이 언덕 기슭의 풀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일어난다." - P377
"이렇게 미덕의 어린 싹이 성장하는 데 여러 번 방해를 받게 되면 너그러운 저녁의 기운도 그 싹들을 지켜내기에 충분치 못하게 된다. 이렇게 저녁의 기운이 새싹을 지켜내는 데 역부족이게되면 인간의 본성은 야수의 본성과 다르지 않게 된다. 사람들은야수의 본성을 지닌 사람을 보면 선천적으로 이성을 타고 나지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야성과 이성은 진정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닌 성향인가?" - P382
자연을 만끽하는 데 있어 도가 지나침이란 없다. 우리는 자연의 지칠 줄 모르는 활력과 광활하고 거대한 모습을 보고, 또 난파선의 잔해가 널려 있는 해안을 보고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 살아 있는 나무와 죽어서 썩어가는 나무의 거친 야생을 느끼고, 비구름이 울리는 천둥소리를 듣고, 삼 주 동안 계속 퍼부어 홍수를 일으키는 비를 겪고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 - P384
"너의 시선을 내면으로 향하라. 그러면 너의 마음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천 개의 지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리라. 그 지역들을 여행하고 자신의 세계에 통달한 전문가가 되어라." - P388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하여 애국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덤을 만드는 땅은 사랑하면서도 자신들의 육신에 생기를 불어넣는 정신에 대해서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애국심은 그들의 뇌를 갉아먹는 구더기이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떠들썩하게 출정식을 가진 남부 해양 탐사원정대"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도덕적인 세계에는 수많은 대륙과 해양이 존재하고, 인간 개개인은 그 세계 속에 존재하는 작은 해협이나 섬에 불과하며 우리는 아직 그 작은 해협과 섬조차 탐험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행위이다. 또 자신만의 바다, 자신만의 태평양과 대서양을 탐험하기보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정부가 지원한 배를 타고 추위와 폭풍과 식인종의 위협을 무릅쓰며 수천 마일을 항해하기가 더 쉽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 P389
인간의 의무는 사회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통해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존재의 법칙에 순응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태도가 무엇이든 그 태도를 지키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다. 그러한 자기 존재의 법칙은 정의로운 정부(만약 그런 정부를 갖게 된다면)의 통치 철학과 반대되는 입장에 절대로 서게 되지 않을 것이다. - P391
자신이 품은 꿈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고 자기가 꿈꾼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꿈을 달성하게 된다. 꿈을 추구하자면 포기해야 할 것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계도 극복해야 하리라. 꿈을 추구하면 새롭고 보편적이고 보다 진보적인 법칙이 자신의 주위와 내면에 형성되기 시작한다. 혹은 기존의 법칙이 더 진보적인 의미에서 자신에게 적합하게 확장되고 해석된다. 그리하여 그는 한층 더 숭고한 존재의 법칙을 따를 권리를 지니고 살게 된다. 그러한 법칙에 맞추어 그가 자신의 삶을 담백하게 만들면 우주를 관장하는 법칙도 그리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고독은 고독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빈곤과 약점도 더 이상 빈곤과 약점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공중에 성채를 짓는다고 해도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다. 그곳이 바로 성채가 있어야 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성채들 아래로 기초를 단단히 올리면 된다. - P392
나는 제약 없이 나의 의사를 표현하고 싶다. 나의 정신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마찬가지로 정신이 깨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말하고 싶다. 진실한 표현은 그 기초를 다지는 데만도 제약 없는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다. - P393
봄을 서둘러 여름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가 재능을 발휘할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대체할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는 자포자기하고 보잘것없는 현실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갖은 고생 끝에 우리 주위에 푸른 유리로 하늘을 만든다고 해도, 그것을 완성하고 나면 유리로 된 하늘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너머에 있는 드높은 창공을 염원하게 되리라. 그래도 유리로 하늘을 만드는 헛수고를 하겠는가? - P395
우리가 물질에 부여하는 겉모습은 종국에는 진실만큼 우리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 진실만이 오래 지속된다. 대부분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장소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에 있다. 우리는 하나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에 자신을 놓이게 하는 결함을 갖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 상황에 놓이게 되고 거기서 헤어나오기는 두 배로 힘들어진다. 온전한 정신일때 우리는 사실만을 본다. 의무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하라. 그 어떠한 진실이라도 거짓보다는 낫다. - P396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겹고 척박하다고 해도 회피하지 말고 삶을 직면하고 살아내자. 삶을 회피하거나 욕설을 퍼붓지 말자. 삶보다 더 보잘것없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가장 부자일 때 삶은 가장 가난해 보인다. 트집을 잡으려 드는 사람은 천국에 대해서도 흠을 잡는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우리의 삶을 사랑하자. 가난한 집에서조차 즐겁고 흥겹고 거룩한 시간들은 있다. 저무는 해는 부자의 저택이나 빈민 구제소의 창문이나 똑같이 밝게 비춘다. 가난한 집의 문 앞에 쌓인 눈도 이른 봄에는 녹기 마련이다. 온화한 정신을 소유한 자만이 가난해도 궁전에 사는 것처럼 만족하고 즐거운 생각을 하게 된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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