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살면 외로워서 사람이 그리울 것이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오."이에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 전체는 우주 공간에서 한 개의 점에 불과하오.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오? 우리에게는 그 별들의 지름을 잴 수 있는 도구도 없소. 내가 왜 외로움을 느껴야 하오? 우리 별은 은하계에 속해 있지 않소?
당신의 질문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싶소. 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격리시켜 외로움을 느끼게 하려면 어느 정도나 떨어져 있어야 하오? 물리적으로 가깝다고 해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지는 않는다오. 우리가 주위에 가장 가까이 두고자 하는 대상은 무엇이오?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는 물론 아니라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철도역이나 우체국, 술집, 공회당, 학교, 가게, 비컨 힐 혹은 파이브 포인츠도 아니라오. 버드나무가 호수 가까이에 서서 호수 쪽으로 뿌리를 내리듯 우리에게 삶을 부여한 영원한 생명의 원천에 가까이 있고 싶은 것이오. 사람마다 자기 성품에 따라 가까이 있고자 하는 대상이 다르겠지만 이곳이 바로 현명한 사람이 자기의 지하실을 마련할 그 자리라오…… - P179

"그들이 그곳에 도착하니 작은 집이 가득 찼다.
연회는 기대하지 말지어다.
휴식이 최고의 향연이며 모든 것이 편히 쉬나니.
최고의 족함을 아는 자가 가장 고귀한 정신을 지녔느니라." - P190

"가진 것이 나무 그릇밖에 없다면
인간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대 다스리는 사람들이여, 형벌을 쓸 필요가 있는가? 그대들이 덕을 사랑하면 백성들도 덕을 사랑하게 된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잎과 같다. 풀잎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눕는다." - P224

호수는 숲의 경관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인 지형이며 대지의 눈과 같다. 호수를 들여다보면 대자연의 깊이를 헤아리게 될것만 같다. 호숫가에 서 있는 나무들은 눈가에 난 가느다란 속눈썹이고, 그 주위에 숲이 우거진 언덕과 벼랑은 속눈썹 위에 달린눈썹이다. - P239

한없이 투명하고 끝없이 깊어 보이는 호수의 표면에 구름이 비치면 나는 마치 풍선처럼 하늘을 떠다니는 기분이 든다. 물고기는 지느러미를 돛처럼 펄럭이며 내 배가 떠 있는 곳 바로 밑으로 날아가는 새 떼와 같다. - P243

돈벌이만 된다면 자연경관과 신(神)도 장에다 내다 팔 인간. 물건을 사고파는 상행위를 신처럼 숭배하는 인간.
그런 인간의 농장에서는 아무것도 거저 자라지 않는다. 그런 인간의 들판에 여무는 것은 곡식이 아니고 목초지에 피는 것은 꽃이 아니며 나무에 영그는 것은 열매가 아니다. 그것은 돈이다. 자기가 기른 열매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고 열매를 팔아 돈이 되어야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는 인간. 그런 인간을 나는 존중할 수 없다. 진정한 부를 누리는 빈자는 어디 있는가. - P250

가서 낚시를 하고 사냥을 하라. 매일매일 더 멀리 더 넓은 곳으로 나가라. 수없이 많은 시냇물과 모닥불 가에서 근심 없이 쉬어가라. 젊었을 때 창조주의 솜씨를 기리도록 하라.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천진한 마음으로 모험을 감행하라. 정오에는 또 다른 호수에 머물고, 밤이 되면 네가 있는 곳이 어디든 그곳이 네 집이 되리라.
이보다 더 드넓은 들판은 없으며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유희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 너의 본성을 좇아 자연으로 돌아가라. 사초와 덤불은 결코 건초 더미가 되지 않는다. 천둥이 울리도록 하라. 천둥이 농작물을 망쳐놓는다고 위협한들 어떠랴? 그것은 네가 걱정할 바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비를 피하려고 마차로, 헛간으로 달려갈 때 너는 비구름 바로 아래 서서 비를 흠뻑 맞아라. 생계를 이어가는 행위를 일이 아니라 여흥으로 만들어라. 대지를 즐기되 소유하지는 마라. 인간은 믿음과 모험심이 부족하여 그저 자기가 발붙이고 사는 곳에서 꼼짝하지 않고 물건을 사고팔며 인생을 노예처럼 산다. - P263

사람들은 집 안에서 나는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에 있는 들판이나 거리에서 일을 하고, 일을 마친 밤에는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기가 내쉰 숨을 다시 들이마시는 일을 반복하면서 삶은 점점 수척해진다. 그들이 매일 내딛는 발걸음은 아침과 저녁에 생기는 그들의 그림자 길이도 넘어서지 못한다. 우리는 매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험을 감행해, 위험한 고비를 넘겨 보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품성을 갖추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 P264

이렇게 시야가 트인 지평선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누리면서도 여전히 가난한 사람. 가난하게 태어나 아일랜드의 가난한 삶을 물려받고 아담의 할머니가 쓰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며 살고 있으니, 늪지의 진창을 헤치고 나아가는 그의 물갈퀴 달린 발뒤꿈치에 탈라리아가 돋아나지 않는 한, 자신은 물론이요, 후손들도 절대로 고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 P265

그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내 안에서 보다 고차원적이고 영적인 삶을 추구하려는 본능과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삶을 추구하려는 본능을 발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두 가지 본능을 모두 숭배한다. - P2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