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이 떡볶이에 대한 각자의 감상이다. 팀원 1: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어떤 것을 집게 될지 알 수 없죠. 짜장이든 초콜릿이든 일단 검정이면 의미는 대충 다 통하는 것 같습니다. 온도와 재료에 따라 무한한 변주를 선사하는 가성비 최고의 랜덤 박스. 첫맛과 끝맛이라는 개념을 익히는 데에 아주 효과적인 스타터 키트. 우연에서 탄생한 수많은 요리의 이름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떡볶이의 유일한 흠은 짜장이라는 이름의 구속구가 아니었을까요. 현재로서는 가장 가깝게 설명할 수 있는 맛이 짜장이었을 뿐, 오늘우리는 미래의 유명 메뉴 탄생의 역사 그 첫 장에 자리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 P103
팀원 2: 검었다. 떡볶이도,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그것의 맛도. 심연에서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길을 찾듯 떡볶이 맛을 음미해본다. 찾을 수 없었다. 내 두뇌의 언어적 표현이 부족해서인지, 미각적 부분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떡볶이의 맛도, 존재의 이유도 찾아낼 수 없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문구가 있다. 그 문구마저, 이 떡볶이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을 듯하다. 나는 오늘 떡볶이가 아닌, 어둠을 먹었다. - P104
팀원 3: ‘먹방’이 하나의 문화가 되긴 했지만 수많은 먹방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음식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오래전부터 지켜보며 항상 궁금했다. ‘셰프도 아닌데 음식에 대해 저렇게 할 말이 많다고? 음식의 맛에 대한 표현이, 재료 선택과 조화에 대한 깊은 분석이, 그냥 저렇게 먹어보는 것만으로 나올 수 있다고?’ 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맛알못‘인 내게 음식에 대해 길고 멋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늘 신기한 사람이었다. 오늘 친구의 소개로 접한 특별한 짜장 떡볶이의 떡 하나를 집어 먹은 뒤 친구들과 이 음식의 재료와 조리 방법, 그렇게 탄생한 최종 결과물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나 자신을 보았다. 떡을 넘어 야채, 어묵을 집어 먹으며 터져 나오는 나의 분석력에 스스로 놀랄 지경이었다. 오늘 나는 백종원이고 고든 램지였으며 대장금이었다. 아, 그랬구나….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별생각이 없고 그렇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는 똑똑해지는 사람이었구나…. 30년이 훌쩍 넘는 삶을 살며 이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고마워, 특별한 짜장 떡볶이야…. 네 덕분에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어….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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