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찰스는 수면이 수동적인 과정이므로 연구할 가치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수면이 놀라울 만큼 적극적인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잠들면 뇌와 몸에서 온갖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며, 이 활동들은 사람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집중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몸에서 발생하는 일 중 하나는, 수면 중에 우리의 뇌가 낮 동안 쌓인 찌꺼기를 청소한다는 것이다. 록산느는 내게 "서파 수면 slow-wave sleep이 발생하면 뇌척수액의 경로가 넓어져서 뇌의 대사 부산물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밤 우리가 잠들면 뇌는 액체로 헹궈진다. 이 뇌척수액은 뇌에서 독성 단백질을 씻어내 간으로 보내고, 간에서 이 독소를 없앤다.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저는 이 독성 단백질을 뇌세포의 똥이라고 부릅니다.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머릿속에 뇌세포 똥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일 수 있어요."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피곤할 때 "숙취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말 그대로 머리가 독소로 꽉 막히는 것이다. - P111

사람들은 초조하고 잠 못 들수록 멜라토닌이나 알코올, 앰비언Ambien 같은 약물에 의지해 곯아떨어지고 있다. 미국인 900만 명(성인 인구의 4퍼센트)이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있고,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내가 수년간 그랬듯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수면 보조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록산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약물로 유도한 수면은 일반 수면과 똑같지 않습니다." 수면은 뇌와 신체가 많은 활동을 수행하는 적극적 과정임을 기억하자. 약이나 알코올로 유도한 수면에서는 이런 활동 중 다수가 아예 발생하지 않거나 훨씬 적게 발생한다. 인위적으로 수면을 유도하는 다양한 방식은 몸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록산느는 멜라토닌 5밀리그램(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판매되는 멜라토닌의 일반 복용량이다) 을 섭취할 때 "멜라토닌 수용체를 망가뜨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멜라토닌 없이 잠들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P113

더 강한 약물은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앰비언을 비롯해 병원에서 처방받는 다른 진정제에 대해 록산느는 이렇게 경고한다. "수면은 많고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 균형을 이룬 상태입니다. 인위적으로··· 그중 하나를 강화하면 수면의 균형이 깨집니다." 그렇게 되면 렘수면이 줄고 꿈을 덜 꾸게 될 확률이 높으며, 이 중요한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잃게 된다. 그러면 온종일 피곤에 절어 있기 쉬운데, 바로 이러한 이유로 수면제가 온갖 원인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면제를 먹은 사람은 자동차 사고를 당할 확률이 더 크다. 록산느는 이렇게 말했다. "수술받고 회복한 사람, 그러니까 마취에서 깨어난 사람은 ‘아, 너무 개운해‘라고 말하지 않아요." 약물의 도움을 받아 잠드는 행위는 가벼운 마취제를 맞는 일과 같다. 그때 우리의 몸은 필요한 만큼 쉬거나 정화하거나 원기를 회복하거나 꿈을 꾸지 못한다. - P114

찰스는 소비자본주의적 가치의 지배를 받는 사회에서 "수면은 커다란 문제"라고 말했다. "잠 든 사람은 돈을 쓰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아요. 아무 상품도 생산하지 않고요."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2008년의] 경기 침체 당시··· 사람들은 크게 줄어든 생산량과 소비량에 대해 논의했어요. 만약 모두가 [과거처럼] 자는 데 지금보다 몇 시간을 더 쓴다면, 사람들은 아마존에 접속해 있지 않을 겁니다. 물건을 사지 않을 거예요." 찰스는 인간이 건강에 적합한 수면 시 간으로 돌아가면(모두가 내가 프로빈스타운에서 잔 만큼 잔다면) "경제 체제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경제체제는 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집중력 부진은 로드킬일 뿐이에요. 그저 사업의 대가일 뿐이죠." - P118

침실은 적정 온도여야 하는데, 거의 추울 만큼 서늘해야 한다. 잠들기 위해서는 심부 체온이 낮아져야 하기 때문이며, 체온을 낮추기 힘들수록 잠들기까지의 시간도 길어진다. - P119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하는 가장 단순하고 흔한 형태의 몰입 중 하나가 독서이며, 다른 형태의 몰입과 마찬가지로 독서 역시 끊임없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문화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에게 독서는 자신이 경험하는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차분하고 침착하게 인생의 긴 시간을 한 가지 주제에 바치고, 그 주제가 우리의 정신에 스며들게 한다. 독서는 지난 400년간 가장 깊이 있는 인류 사상의 대부분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도구였다. 그리고 이 경험은 현재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 P125

아네 망엔Ame Mangen은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대학에서 문해력을 연구하는 교수로, 20년간 이 주제를 연구하면서 결정적 사실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독서는 우리에게 특정 방식의 읽기를 훈련시키는데, 바로 오랜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선형적 방식의 읽기다. 아네는 화면을 통한 읽기가 이와는 다른 방식, 즉 정신 없이 넘기면서 초점을 옮기는 방식의 읽기를 훈련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네의 연구는 사람들이 화면으로 글을 읽을 때 "대충 훑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정보를 재빨리 훑어서 필요한 내용을 뽑아내려 한다. 그러나 아네는 사람들이 이 행동을 오래 지속하면 "이러한 훑어보기가 번져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점차 우리가 종이에 쓰인 글을 읽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행동이 거의 디폴트 상태가 되는 거죠." - P126

그러므로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하면, 특정 프로그램의 메시지를 흡수하기 이전에 이미 세상을 텔레비전과 비슷한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매클루언이 새로운 미디어 (인간이 의사소통하는 새로운 방식)가 나타날 때마다 그 안에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신기술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새로운 규칙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매클루언은 정보가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방식이 정보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텔레비전은 우리에게 세상은 빠르고, 중요한 것은 표면과 겉모습이며, 세상만사는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가르친다. - P129

어떤 생각에 대한 나의 반응이 즉각적일 때,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수년간 전문 지식을 쌓아 온 사람이 아니라면 그 반응은 얄팍하고 별 볼 일 없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즉시 나에게 동의하느냐 아니냐는 내가 하는 말이 옳은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 - P131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경험에 푹 빠져든다. 사회적 상황을 그려보고, 깊고 복잡하게 타인과 그들의 경험을 상상한다. 키스 오틀리 교수는 그러므로 소설을 많이 읽으면 책 밖에서도 실제로 타인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어쩌면 소설은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우리가 가진 가장 풍성하고 귀중한 형태의 집중)을 키워주는 일종의 공감 체육관일지 모른다. - P133

실험 결과는 명확했다.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냈다. 막대한 영향이었다. 이것은 그저 교육을 잘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비소설 독서는 공감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 P135

레이먼드는 우리 각자가 오늘날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작은 일부만을 경험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경험은 소설을 내려놓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중에 현실에서 사람을 만나면 그들의 삶을 더욱 잘 상상할 수 있다. 사실 정보를 읽으면 아마 더 박식해지겠지만, 이처럼 공감 능력이 길러지지는 않는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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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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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이 혈육이 아닌 이에게 소중한 베풂을 입었듯 그의 사소한 생각들이 모여 사소하지 않은 커다란 행동을 하는 것, 용기를 낸다는 것, 어쩌면 위대한 첫 걸음을 디딘 것일 수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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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 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Barrow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 P11

가끔 펄롱은 딸들이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걸 보며–예배당에서 무릎 절을 하거나 상점에서 거스름을 받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이 애들이 자기 자식이라는 사실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한 기쁨을 느끼곤 했다. - P20

"그 사람들 중에는 스스로 제 무덤 판 사람도 있는 거 알지?"
"애 잘못은 아니잖아."
"화요일 날 시노트가 술에 취해서 공중전화 부스에 있는 걸 봤어."
"불쌍한 사람, 뭐가 그렇게 괴로울까." 펄롱이 말했다.
"술 때문에 괴로운 거야. 눈곱만큼이라도 자기 애들 생각을 한다면 그러고 돌아다니진 않겠지. 딱 끊고 정신 차렸겠지."
"그러고 싶어도 못 그럴 수도 있어."
"그렇겠지." 아일린이 손을 뻗고 한숨을 쉬며 불을 껐다.
"어디든 운 나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 - P21

가끔 펄롱은 이렇게 아일린 곁에 누워 이런 작은 일들을 생각했다. 어떤 때는, 종일 무거운 짐을 날랐거나 타이어가 펑크 나서 길에서 시간을 버렸거나 비를 만나 흠뻑 젖었거나 한 날에는,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한밤중에 깨어 아일린이 곁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걸 느끼며 누워 있다 보면 생각이 빙빙 맴돌며 마음을 어지럽혀 결국 아래층으로 내려가 주전자를 불에 올리고 차를 끓여야 했다. 펄롱은 찻잔을 손에 들고 창가에 서서 거리를 내려다보고 멀리 보이는 강을 바라보고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일을 구경했다. 떠돌이 개가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물을 찾고, 튀김 봉지와 빈 깡통이 비바람에 이리저리 날려 구르고, 느지막이 술집에서 나온 남자들이 비틀비틀 집으로 걸어갔다. 비틀거리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때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와 웃음소리가 터질 때면 펄롱은 긴장했다. 펄롱은 자기 딸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 남자들의 세계로 나가는 상상을 했다. 벌써 길에서 딸들한테 눈길을 주는 남자들이 있었다. 펄롱은 마음 한편이 공연히 긴장될 때가 많았다. 왜인지는 몰랐다. - P21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멀리 가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 다녔고 시내에서, 시 외곽에서 운 없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고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해 창고보다도 추운 집에서 지내며 외투를 입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들은 매달 첫째 금요일에 아동수당을 받으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우체국에서 줄을 섰다. 시골로 가면 젖을 짜달라고 우는 젖소들이 있었다. 젖소를 돌보던 사람들이 갑자기 다 때려치우고 배를 타고 영국으로 떠나버린 탓이었다. 한번은 세인트멀린스에 사는 남자가 차를 얻어 타고 시내로 요금을 내러 왔는데, 그 사람 말이 지프를 팔아야 했다고, 빚을 생각하면, 은행에서 압류가 들어올 걸 생각하면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어느 이른 아침 펄롱은 사제관 뒤 쪽에서 어린 남자아이가 고양이 밥그릇에 담긴 우유를 마시는 걸 봤다. - P22

길 저편에서 나타난 덩치 크고 뚱뚱한 산타를 보고 로레타는 뒤로 물러섰고 겁먹은 듯 울음을 터뜨렸다.
"무서울 것 없어." 펄롱이 달랬다. "그냥 아빠 같은 사람이야. 의상만 입은 거지."
다른 아이들은 작은 동굴 같은 곳에 자리 잡은 산타에게 선물을 받으려고 줄을 섰지만 로레타는 바싹 긴장한 채 펄롱의 손에 매달렸다.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아가." 펄롱이 말했다. "아빠랑 같이 있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펄롱은 다른 아이들이 그토록 반기는 것을 겁내는 자기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고 이 아이가 용감하게 세상에 맞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P27

"너희 지금 산타 할아버지한테 편지 쓰지 그러니?"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버터와 설탕을 섞어 크림을 만들면서도 펄롱의 생각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일요일, 아내와 딸들과 함께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일, 그리고 누구한테 받을 돈이 얼마인지, 주문받은 물건을 언제 어떻게 배달할지, 누구한테 무슨 일을 맡길지, 받을 돈을 어디에서 어떻게 받을지에 닿아 있었다. 내일이 저물 때도 생각이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또다시 다음 날 일에 골몰하리란 걸 펄롱은 알았다. - P29

내 아버지는 어디에 있을까? 가끔 펄롱은 자기도 모르게 나이 많은 남자를 쳐다보면서 닮은 구석이 있는지 찾거나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힌트를 얻으려고 했다. 동네 사람 중에 분명 펄롱의 아비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또 사람들은 말을 하다 보면 반드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뭘 아는지를 드러내기 마련이니, 누군가는 펄롱 앞에서 무언가 한마디라도 흘릴 것 같았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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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땀의 원천인 몸뚱이에서 철철 넘쳐흐른다. 계절풍의 이 무더위는 미치게 한다. 생각들은 더 이상 모이지 않고, 그것들은 타오르며 서로 반발한다. 공포, 단지 공포만 지배한다. - P237

하늘은 낮게, 겨울 새벽 같은 황색 섞인 회색으로 드러난다. 누군가가 노래 부른다. 조금 전과 같은 노래. 입안에 날 생선을 가득 문 채, 그녀는 노래 부른다. 조금 전, 이 노래가 안-마리 스트레테르를 깨웠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길게 누워 길에서 들려오는 이 노래를 듣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가까운 어느 날 밤의 최초의 기억이 있다. 나아 가고, 찾고, 걸인 여자의 노래 위에 내려앉는 대가 긴 한 송이 꽃의 기억. - P237

"그런데 당신의 배속지는?" 협회장이 묻는다.
"내 생각에는, 요 며칠 내로 무슨 소식이 있을 것 같소." 부영사가 말한다.
"어디일지 짐작 가는 바가 있습니까?"
"내 생각에, 그건 아무래도 봄베이가 될 것 같소. 나는 오만 바닷가의 긴 의자 위에서 끝도 없이 사진 찍힐 나를 거기서 봅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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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해변까지 가지 않고 산책로에 길게 눕는다. 손바닥에 머리를 받치고, 땅에 팔꿈치를 기댄 채, 독서하는 여인의 자세로 조약돌을 주워 멀리 던진다. 그리고 조약돌 던지는 일을 멈춘다. 그녀는 팔을 펴고 이 뻗은 팔 위에 얼굴을 묻는다. 그녀는 거기에 머물러 있다. - P230

황량한 거리에 가로등이 꺼진다. 그녀는 지금 델타의 상어들을 막기 위해 세워진 큰 철책 뒤에서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초록빛 물속의 우윳빛 그림자. 샤를 로세트는 바라본다. 별장에도 정원에도 사람이라곤 없다. 그녀는 헤엄치고 물 위에 머무른다. 파도마다 물속에 잠긴다. 아마도 잠이 든 채 혹은 바닷속에서 울고 있는 채로.
돌아가 그녀를 다시 볼까? 아니다. 인격을 박탈하는 것은 눈물일까?
샤를 로세트는 동시에 그녀도 욕망도 박탈당한 상태에 놓인다. - P231

그는 대로를 빠져나가려고 애쓴다. 옆으로 난 길로 접어 든다. 걸인들을 막기 위해 세워진 철책에 이르고, 돌아와 여전히 찾는다. 마침내 이 철책 안에서 문을 발견하고 나간다. 그가 막 공포를 느꼈음을, 그의 가장 큰 안전을 위해 제공된 섬의 이 구역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터무니없는 공포를 느꼈음을 알아차린다.
[…]
여기 바다는 두 개의 긴 반도 사이에 갇혀 있다. 나무라고는 없다. 거기에는 몇몇 방갈로가 있다. 파도는 약하다. 이것은 석호다. 그것을 따라 길이 하나 나 있다. 해안은 진흙 투성이고, 바다는 조금씩 해안을 핥는다. 초록 바다, 아주 아름답다. 샤를 로세트는 호텔로 가는 방향으로 접어든다. 그는 안-마리 스트레테르에게서 멀어진다. - P232

사람들은 생각한다. 대체 그는 누구를 닮았을까, 라호르의 부영사는?
피로가 다시 몰려온다. 그는 힘겹게 앞으로 나아간다. 더운 바람이 갠지스강의 메소포타미아 위에 불기 시작한다, 작은 바람. 나는 아직 취해 있어, 샤를 로세트는 생각한다.
그는 대답을 듣는다. 나를 닮았어요, 안-마리 스트레테르가 말한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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