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아랫자리는 안 그렇지만, 모든 자리는 능력을 통해서 두드러지는 것이지 무능력을 통해서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P70
이 창백하고 덩치가 큰 물건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얼룩으로 더러워진 식탁에 앉는다. 8학년 식탁에, 소녀의 동급생들 틈에. 아무도 반대할 수 없다. 설혹 누가 반대한다고 해도 그것은 기껏해야 식탁 언저리, 8학년 식탁 언저리에서 이루어지는 조롱일 뿐이다. 그것은 식탁의 내부 전선戰線을 명확히 긋자는 것이요, 악의적인 인정의 변형으로 나타난다. 이 먹보야 하는 큰 소리로 소녀를 영접하는 것도 그런 인정의 표시다. 소녀의 음식에 누군가 침을 뱉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렇지만 소녀는 혼자 앉아 있으면 안 된다. 괴짜나 특별한 존재가 될 수는 없다. - P72
자기한테 나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 다른 아이들이 자기한테 착하게 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벌써 수많은 기회에 입증되었건만 소녀는 놀랄 정도로 빨리 그것을 잊어버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돌을 던져 넣은 물웅덩이가 그 즉시 다시 지구 중력에 의지해 평평한 평면을 이루듯이 소녀도 그처럼 땅에 가까운, 침울해질 수 없는 품성을 지녔다. 그러므로 어떤 장난이든 효과적이어서 헛일이 되지 않으려면 그만큼 거칠어야 한다. - P75
다른 아이 들은 어떤 속셈을 세우고 여러 가지 일들을 비교하여 결론을 얻으면서 생활하는 동안, 소녀는 잊어버리는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 P76
소녀는 갑자기 짝의 이름을 안다. 석 달 동안이나 옆에 앉았으면서도 기억하기는커녕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다른 아이들 이름도 잊지 않을 것이다. 같은 방을 쓰는 여학생들 이름은 만다, 니콜, 바베트다. 복지원의 많은 아이들이 그런 이름을 가졌다. 마치 그들이 세상에 나올 때 공짜로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런 이름들뿐이었다는 듯이.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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