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 2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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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발라와 정신분석의 유사성(401p)을 지적하는 부분은 생각해봄직 하다. 종교와 과학은 어느 정도의 일치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저자의 모든 종교를 동일하게 보는 입장(428, 436p)이나, 환생과 진화론을 결합시킨 것(564p) 등은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2. 막심의 꿈(“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들을 더욱 멀리 꿈꾸도록 만드는 것이다.” 580p)은 멋지다!

3. “그렇게 끝없이 새로 시작한다는 관점에서 힌두교 사상가들은 얼마간 싫증을 내고 있다. 사상가들이 죽음과 환생을 끊임없이 거듭하는 그 고통스런 게임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 하는데 반해 대중들을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알렉산드라 데이빗 닐).” 640p). ‘환생’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상당히 통찰력 있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4. “분재란 식물에 대한 잔학 행위가 예술의 수준으로 승화된 것이다.”라는 문장(644p)과 이어지는 설명은 내가 전부터 생각해오던 내용을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베르베르는 ‘분재’를 중국인들의 ‘전족’과 연결시키고 있다. 분재는 예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잔학 행위다!

5. “예전에도 착한 사람들은 있었어요. 그들은 자기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착한 일을 했어요. 그들은 착한 것과 악한 것 중에서 착한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모두가 착해요. 그건 순전히 맹목적인 집착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모두 저승에서 치를 시험에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그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648p).

스테파니아의 이 말은 선과 악에 대한 선택권 즉, ‘자유의지’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 생각이 의미하는 뉘앙스는 매우 미묘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전적으로 옳다고 말하기 쉽지만, 그 가운데는 또 다른 함정이 숨어 있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나타난 현상(스테파니아가 문제 삼는)은 분명 문제가 있으며 거기에는 순수한 ‘자유의지’가 발동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스테파니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위험스러운데, 그것은 선과 악을 동일선상에 놓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 의지로 ‘선’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6. 명언 몇 가지

“인간이 점점 더 성스러워지거나 점점 더 영리해 지거나 점점 더 행복해 진다고 해서 그걸 진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진보의 요체는 깨달음이 점점 더 깊어지는 데에 있다(샤프트렘).”(410p)

“이미 진리를 찾아낸 사람은 바보이고, 진리를 찾고 있는 사람은 현자다.”(544p)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화를 낼 때, 그는 사실, 당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것이다.”(552p)

7. 작가는 라울이고 미카엘이다(746, 747p).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영계’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들을 비신화화(de-mythologie)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새로운 신화를 제시한다!! 즉 재신화화(re-mythologie)한다.

* ‘소설’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레 넘어갔던 문제... “그들은 과연 같은 것을 발견했을까?” 베르베르는 영계 탐사라는 주제 앞에서 결국 모든 종교는 같은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아마도 이것은 베르베르의 ‘종교관’의 반영이겠지. 하지만 C. S. 루이스의 글을 읽으며 다시 질문하게 된다. “그들은 과연 같은 것을 발견했을까?” 루이스는 그의 [개인기도]에서 ‘신비 경험’에 있어서의 유사성은 일부분 인정한다 할지라도, 그러한 ‘신비 경험’이라는 항해를 통하여 결국 어디에 상륙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그가 신비주의를 실천했다는 사실이 그의 거룩함을 입증하지는 못한다.” 동일하게 우주 공간에 나갔어도 한 사람은 거기서 하나님을 발견했고 다른 사람은 하나님을 발견하지 못했다. 우주의 핵심 부분에 도착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동일한 것을 발견한다는 것은 베르베르만의 ‘가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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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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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번역된 단어들도 흥미를 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종종 나와서 국어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었는데, 우리말을 새롭게 배워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2. 저자는 ‘영계 탐사’를 ‘경이로운 대륙의 탐사’로 부르며 16c 개척자들의 신대륙 탐사와 같은 부류로 본다(94p). 이것은 이미 처음 등장했을 당시 라울이 가지고 있던 불만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27p). 그리고 이것은 베르베르의 책들 모두에 깔려있는 모티프(‘알려지지 않은 세계로의 탐험’)로 작용한다.

3. 이야기는 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진다. ‘죽음이라는 현실’에서 ‘죽음에 대한 신화’로, 다시 ‘죽음에 대한 과학’으로... 여기에는 세계의 신화와 과학적인 사실들, 신비주의와 종교의 내용들이 오밀조밀하게 섞여 들어가 있다. 영혼의 세계에 대한 탐구가 결국 블랙홀과 화이트홀이라는 천문학적인 세계로 연결되는 부분은 상당히 기묘하게 여겨진다.

4. 기억하고 싶은 몇 가지 명언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 하나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고, 또 하나는 책을 읽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야.”(28p)

“독실한 신자의 경건한 열정으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녀야 할 관심으로서 영혼 불멸의 문제를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다(블레즈 파스칼).”(56p)

“질문을 하는 사람은 잠깐 동안 바보처럼 보이지만,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 바보로 남게 된다.”(112p)

“삶은 잠을 통해서 우리를 죽음에 길들이고, 꿈을 통해서 또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운다(엘리파스 레비).”(229p)

“죽음은 삶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있는 더 흥미로운 것이려니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해요.”(320p)

“정신이 유체의 노예로 전락하면 육체적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듯이 육체가 완전히 정신에 순종할 때는 마땅히 영적이라고 말해야 한다(예로니모).”(3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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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룟 유다의 고백
몰리 캘러한 / 한솔미디어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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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번역이 매우 어색하다.

2. 절반은 사족(蛇足)! 정작 유다 이야기는 책의 중반을 넘어서야 나오기 시작한다.

3. 작가는 매우 많은 부분에서 성경의 진술에 반하는 내용들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작가가 성경 지식이 빈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1) 작가는 “베드로가 사람들을 지도하였고, 요한은 무척 부드러웠다. 하지만... 나와 예수님의 관계와는 달랐다.”(154p)며 가룟 유다가 예수님과 가장 가까웠던 것으로 묘사한다. “베드로가 사람들을 지도하였고” 정도는 대충 넘어가 줄 수 있지만, “요한은 무척 부드러웠다”는 묘사는 전혀 성경의 진술과 맞지 않는다. 이때의 요한은 거칠고 난폭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야고보와 요한 형제에게 ‘보아너게’(우레의 아들들)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셨던 것이다!

2) 소설 속의 가룟 유다는 나사로의 부활을 의심한다. “과연 그는 정말 죽어 있었을까?”(160p). 하지만 나사로는 죽은 지 4일이나 지나서 썩는 냄새가 났다고 하지 않는가!

3) 작가는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예수님이 유다에게 빵을 주신 의미를 모두가 알도록 밝히셨다고 말하지만(163p) 그것은 공개적인 것이 아니었다.

4) 예수님의 체포 장소가 겟세마네 동산이 아니라 식사하던 집이라고 한다(165p).

5) 유다가 예수님을 팔고서 받은 대가는 은 13냥이라고(165p) 말한다.

6) 작가는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창에 찔려서 죽게 되었다고 묘사하지만(212p), 창으로 찌른 것은 죽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지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4. 작가는 예수님에 대해서나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오해’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작가는 천국의 하늘(heaven)과 이 땅의 하늘(sky)조차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예수님께서 천국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하늘에 있다면 날아다니는 새들이 알 것이며, 물속에 있다면 물고기가 가까이 있을 거라고 하셨다.”(156p)

2) 작가는 곧 이어서 ‘천국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은 곧 ‘신(神)이 마음속에 있다’는 이야기라고 ‘비약’하고 있다.

3) 그는 예수님이 체포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도 말한다(157p).

5. 또한 작가는 자신이 나름대로 세운 ‘가설’을 진실인 듯 이야기하는데, 그것의 성경적인 근거란 찾아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성경의 진술과는 반대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1) 작가는 유다와 예수님의 사이가 각별했다고 말한다(144p).

2) 작가는 예수님의 제자들은 물론 다수의 사람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하지만(146p) 성경은 전혀 그런 기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3) 작가는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님이 연인 사이였던 것으로 묘사한다(155, 159p). 이것은 소위 ‘성배 전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이 그것까지 묘사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과 상당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4) 작가는 가룟 유다야말로 예수님의 말씀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고, 다른 제자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한다(158p).

6. 작가가 가룟 유다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수님을 사랑했기에(159p), 예수님의 암시적인 부탁에 따라 자신은 원치 않지만 배신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162p).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가설’아닌가?

바쁜 중에 띄엄띄엄, 그리고 정신없이 읽었다. 어색한 번역, 난삽한 이야기의 진행, 근거 없는 억측, 사실에 대한 무관심... 책을 보며 떠올린 생각들이다. [금지된 인간]에 이어서 읽은 책이어서 계속 그 둘이 비교되어 보였다. [금지된 인간]이 상당한 타당성을 보이면서 전개되었따면, 이것은 그나마 그런 것도 없이 작가의 횡설수설로 채워져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애와 추악한 배반 사건을 새롭게 조명한 소설”이라는 copy는 결국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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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인간 2
김성진 지음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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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서 이야기하던 내용(작가적 상상령에서 동의하고 배웠던 부분과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이어가도록 하자.

6) 오병이어 사건과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던 시도를 ‘므나헴’과 연결시킨 것(30p 이하)은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꽤 재미있는 대목이었다. ^^;

7) 오병이어 사건이 당시의 민중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을 것인지에 대한 지적(40p) 역시 매우 타당성 있는 묘사라고 생각된다.

8) 가룟 유다나 시몬 등이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대목(171p)은 조금 아쉬웠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그리고 이 소설 전체적으로도) 제자들의 시각과 입장을 순전히 ‘정치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해석한다. 물론 이런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분명 그런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적 의도’만이 전부였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9) 야고보와 요한이 보좌 좌우편에 앉게 해달라고 요청한 부분에서 작가는 예수님이 매우 노하셨다고 묘사한다(200p). 하지만 성경의 기록을 보면 정말 예수님이 그처럼 극도로 분노하셨다고 확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는 화가 나셨을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책망하시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느 정도 인정하시는 듯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10) 최후의 만찬 시의 상황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너무 시몬 위주로 기록하다 보니 성경에 기록된 일반적인 시각을 놓치고 있다. 물론 1인칭 시점으로 기록하다 보면 의도적으로 그렇게 기록할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예를 들어 제자들 전부가 결코 예수님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대목 같은 것은 여기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소설 속의 시몬은 어딘가 제3의 장소에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점들을 빼먹은 것은 사실상 1인칭 시점이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변명할 수 없는 것 아닐까?

11) 겟세마네로 예수님을 체포하러 온 사람들 가운데 ‘로마군’(237p)은 없었다. 성경은 한결같이 그들이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에게서 파송된 큰 무리’(마 26:47),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에게서 파송된 무리’(막 14:43), ‘대제사장들과 성전의 군관들과 장로들’(눅 22:52), ‘군대와 및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서 얻은 하속들’(요 18:3)이라고 기록한다. 여기 나오는 ‘군관’ 혹은 ‘군대’는 대제사장에게 속한 성전 경호를 맡은 유대인들이지 로마의 군사들이 아니다.

12) 여기에서 이 책이 주제로 삼는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 나온다. 과연 가룟 유다는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을 한 것 뿐일까?(244p) 하나님의 ‘예정’을 그렇게 운명론적, 결정론적으로 본다면 가룟 유다가 “왜 나냔 말이야?”(254p)라고 절규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예정’에 대한 신학적인 입장이 그것을 허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주권/예정과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주제는 신학적으로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으니, 그것이 소설에 의해서 완전하게 설명되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 것이다. 아니면 그냥 ‘소설’로 치부하고 간과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

13) 작가는 민중의 태도 돌변(예루살렘 입성 시 그렇게 환영했던 사람들이 4일 만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주장하게 된 것)의 이유로 예수님이 민중을 배신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제시한다(248p). 이것은 소설의 스토리상 매우 타당하고 자연스러운 묘사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 역시 ‘너무 정치적’인 쪽으로 치우친 해석이 아닐까?

한편, 이 부분에서 작가가 ‘예수님의 배신’과 ‘가룟 유다의 배신’을 함께 다루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한다.

14) 작가는 빌라도가 민중이 바라바를 요구할 것을 미처 예상치 못했다고 묘사한다(249p). 하지만 성경은 빌라도가 먼저 바라바와 예수 중에서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고 기록한다.

* 이 부분에서 ‘성경’을 소재로 한 ‘소설’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성경이 분명하게 이야기 하지 않는 ‘행간’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것은 스토리의 진행상 ‘타당성’만 있다면 굳이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경이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을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하거나, 그것을 무시하고 전혀 새로운 내용을 제시한다면, 그것이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것이 순수하게 작가의 상상력에만 근거하는 픽션과 역사적인 실제 사건과 관계를 맺는 팩션 사이의 차이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일반적인 역사 사건을 ‘왜곡’했다는 식으로 공격 받을 수 있는 것이 팩션이라고 한다면, ‘성경의 기록’을 왜곡한 것으로 욕먹을 수도 있는 것이 성경과 관련된 팩션의 ‘운명’(?)이 아닐까? 성경의 내용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도 작가적 상상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성경을 기본으로 한 소설’은 불가능한 것일까? 이전에 봤던 김성일의 [제국과 천국] 같은 책은 이러한 딜레마를 상당히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1권 ‘독서 일기’에서 지적한 것처럼... 책의 마무리가 상당히 허전하다는 점이다. 좀 더 완만한 결말을 위해서는 약 반권 정도의 분량이 더 할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 또한, 사건의 결말을 꼭 그렇게 ‘장안나’와 ‘장목사’ 사이의 수치스러운 문제로 이끌어가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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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인간 1
김성진 지음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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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검색하다가 발견하고 헌책방에서 산 책이다. 가룟 유다의 배신을 중심 주제로 하고 있는 소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라는 소설이다. 현대를 기본으로 하여 예수님 시대를 함께 엮어가는 ‘액자 소설’의 형식도 똑같고, 중간 중간 나오는 내용들도 상당히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이 가룟 유다를 바보로 만들었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65p)는, [사람의 아들]에서 예수님이 아하스페르츠를(워낙 오래 되어서 정확한 이름인지는... --;) 바보로 만든 장면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작가가 그 책을 염두에 두고서 저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읽는 입장에서는 그 흡사함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흥미 있게 읽었다. 결론이 용두사미처럼 끝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2. 작가의 전제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 사실 2권으로 된 책을 다 읽은 후에 보게 된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지켜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로 보건대 저자는 그리스도인으로 보인다. - 다음과 같은 내용은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방향 짓는 중요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것은 소설 속의 ‘최바울’이 하는 말인데, ‘하나님은 믿지만 진리는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란 권력의 소산물이요, 성경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27p). 결국 작가는 이 부분에 있어서 ‘하나님’과 ‘진리’를 분리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렇게 해야 이 소설의 내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분과 관련하여 올바른 ‘성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성경이 비록 인간 저자의 손에 의해서 기록되었다 할지라도 성경의 참 저자는 하나님이시며 하나님의 영감(inspiration)이 작용했다는 점, 성경은 어떤 회의나 교단에 의해서도 ‘결정’되어진 적이 없다는 점, 성경은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받아들여졌다는 점... 등에 대한 불확실한 태도는 결국 성경에 대한 의심과 불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3. 무엇보다도 이 책이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증명하고자 하는 논저(論著)가 아니라 ‘소설’이라고 하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여러 문제점들은 그런대로 쉽게 간과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배우기도 했고, 신학적 성경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점들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1) 세리 출신인 마태가 제자들 가운데서 ‘회계 담당’ 자리를 거절하는 장면(150p 이하)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2) 예수님의 제자들과 세례 요한의 제자들과 관련하여, 각각의 추종 세력의 재편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183p) 역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서 매우 타당성 있게 생각된다.

3) 가룟 유다가 자신의 ‘운명’(?)에 대한 두려움을 ‘예정’과 관련하여 이야기하는 대목(211p)은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 대한 ‘복선’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예정’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는 밝히지 않고 통속적인 의미로만 사용한다. ‘예정’은 분명 ‘결정론적인 운명론’과는 다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부분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4) 하나님의 예정(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김반장’과 ‘최전도사’가 대화하는 내용(226p 이하)은 앞의 3)항목에서 지적한 것과는 달리 그 ‘통속적’인 선을 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님이 어떤 사실을 아시지만 사람을 그리로 몰아가시지는 않는다는 지적(230p) 등은 작가의 꽤 수준 높은 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5) 예수님이 제자들을 두 명씩 짝 지워서 파송하신 전도 여행과 관련하여, 작가는 가룟 유다와 짝이 된 시몬(이 책의 예수님 시대의 이야기, 즉 ‘가룟 유다에 대한 보고서’라는 책의 저자는 시몬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그 부분은 시몬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되고 있다)이 전도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바라바 등과 회의를 하러 갔다고 하는 부분(238p)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그것은 성경의 기록과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이 때에 가룟 유다 역시 복음을 전하고 이적을 행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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