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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룟 유다의 고백
몰리 캘러한 / 한솔미디어 / 1996년 11월
평점 :
품절
1. 번역이 매우 어색하다.
2. 절반은 사족(蛇足)! 정작 유다 이야기는 책의 중반을 넘어서야 나오기 시작한다.
3. 작가는 매우 많은 부분에서 성경의 진술에 반하는 내용들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작가가 성경 지식이 빈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1) 작가는 “베드로가 사람들을 지도하였고, 요한은 무척 부드러웠다. 하지만... 나와 예수님의 관계와는 달랐다.”(154p)며 가룟 유다가 예수님과 가장 가까웠던 것으로 묘사한다. “베드로가 사람들을 지도하였고” 정도는 대충 넘어가 줄 수 있지만, “요한은 무척 부드러웠다”는 묘사는 전혀 성경의 진술과 맞지 않는다. 이때의 요한은 거칠고 난폭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야고보와 요한 형제에게 ‘보아너게’(우레의 아들들)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셨던 것이다!
2) 소설 속의 가룟 유다는 나사로의 부활을 의심한다. “과연 그는 정말 죽어 있었을까?”(160p). 하지만 나사로는 죽은 지 4일이나 지나서 썩는 냄새가 났다고 하지 않는가!
3) 작가는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예수님이 유다에게 빵을 주신 의미를 모두가 알도록 밝히셨다고 말하지만(163p) 그것은 공개적인 것이 아니었다.
4) 예수님의 체포 장소가 겟세마네 동산이 아니라 식사하던 집이라고 한다(165p).
5) 유다가 예수님을 팔고서 받은 대가는 은 13냥이라고(165p) 말한다.
6) 작가는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창에 찔려서 죽게 되었다고 묘사하지만(212p), 창으로 찌른 것은 죽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지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4. 작가는 예수님에 대해서나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오해’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작가는 천국의 하늘(heaven)과 이 땅의 하늘(sky)조차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예수님께서 천국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하늘에 있다면 날아다니는 새들이 알 것이며, 물속에 있다면 물고기가 가까이 있을 거라고 하셨다.”(156p)
2) 작가는 곧 이어서 ‘천국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은 곧 ‘신(神)이 마음속에 있다’는 이야기라고 ‘비약’하고 있다.
3) 그는 예수님이 체포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도 말한다(157p).
5. 또한 작가는 자신이 나름대로 세운 ‘가설’을 진실인 듯 이야기하는데, 그것의 성경적인 근거란 찾아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성경의 진술과는 반대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1) 작가는 유다와 예수님의 사이가 각별했다고 말한다(144p).
2) 작가는 예수님의 제자들은 물론 다수의 사람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하지만(146p) 성경은 전혀 그런 기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3) 작가는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님이 연인 사이였던 것으로 묘사한다(155, 159p). 이것은 소위 ‘성배 전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이 그것까지 묘사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과 상당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4) 작가는 가룟 유다야말로 예수님의 말씀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고, 다른 제자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한다(158p).
6. 작가가 가룟 유다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수님을 사랑했기에(159p), 예수님의 암시적인 부탁에 따라 자신은 원치 않지만 배신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162p).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가설’아닌가?
바쁜 중에 띄엄띄엄, 그리고 정신없이 읽었다. 어색한 번역, 난삽한 이야기의 진행, 근거 없는 억측, 사실에 대한 무관심... 책을 보며 떠올린 생각들이다. [금지된 인간]에 이어서 읽은 책이어서 계속 그 둘이 비교되어 보였다. [금지된 인간]이 상당한 타당성을 보이면서 전개되었따면, 이것은 그나마 그런 것도 없이 작가의 횡설수설로 채워져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애와 추악한 배반 사건을 새롭게 조명한 소설”이라는 copy는 결국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