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푸른빛이었다 -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우주로 가는 길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지음, 김장호.릴리아 바키로바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1. 담담하게 그리고 친밀하게 우주로 떠나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드문드문 우주여행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것을 위한 훈련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일면 우주여행에 대한 막연한 ‘낭만적인 환상’을 깨뜨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가린 자신은 그 모든 것을 견디어 내고 우주여행에 성공한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들이 책의 곳곳에 나타난다. 그의 강인함과 열정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도전 정신과 불굴의 의지가 나를 자극한다. 과연 그는 최초의 우주 비행사답다!

2.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원한다.”(40p). 변화! 정말 그렇다. 그 두려움을 깨치고 일어나는 사람만이 변화를 누리게 될 것이다!

3. 한편으론 베르베르의 [파피용]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우주선에 대한 구상, 그것의 복잡한 건조 과정 등이…

4. 황정민 씨가 ‘밥상…’ 운운했던 것도 떠올랐다. 물론 최초의 우주비행사로서의 가가린의 노력도 높이 평가되어야 하지만, 그 뒤에서 그런 ‘밥상’을 차리기 위해 애썼던 이들에도 관심이 기울어진다. 기초적인 작업으로부터 고도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을 맡았던 사람들… 그들의 공로와 소중함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5. 가가린이 “하늘에 올라가 봤더니 하나님은 없더라”고 했다는 말을 수차례 들어왔는데 이 책에는 그런 말은 물론이요 어떠한 종교적인 부분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부분 부분 사회주의를 옹호하고 절대적으로 따르는 모습들은 나타나고 있다. 그런 점들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어느 정도의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책을 보면서 가가린이라는 사람이 참 인간적이고 상당히 친밀하게 느껴졌다.

6. 오타. 85쪽 3째 줄에 ‘유라’은 ‘유리’가 맞는 듯.

 

*****(읽으며 메모한 것들, 괄호 안의 숫자는 페이지)*****

1. 1934년생인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쟁이었다. 일곱 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들어간 해 9월, 고향은 전쟁터가 되었다.(16) - 일곱 살 때 일어난 전쟁,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게 된 것이 전쟁이라니! 안타깝다는 생각, 그리고 가가린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갖게 한 첫 번째 내용.

2. 소위로 임관한 나는 북방지역 근무를 자원했다. 제일 힘들다는 곳에 가기로 한 것은 내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18) - 가가린의 도전 정신을 볼 수 있는(그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적인 연출이리라는 생각도 없진 않지만…) 부분이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앓고 있었다.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병, 우주를 동경하는 병을 앓고 있었다.(25) - 그가 온갖 어려운 과정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이러한 우주에의 동경, 병을 앓을 정도의 강렬한 동격이었으리라.

4. 우주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열정, 민첩한 두뇌, 강인한 정신, 불굴의 의지, 지구력,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경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주비행사는 복잡한 상황 아래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상황변화에 시시각각 대처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27) - 우주비행사의 자격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있다. 우주비행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까다롭고도 완벽한 조건을 요구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5.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군의관은 우주공간을 비행하는 동안 생체 조직이 직면하는 여러 가지 요소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여러 요소들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 첫 번째는 우주 공간 자체의 물리학적 특성과 관련된 요소이다. … 두 번째는 로켓 비행과 관련된 것이다. … 세 번째는 우주선 내의 인공대기, 제한된 선실 크기…(35) - 이런 세세한 소개는 우주비행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깨뜨려 주어 실제적으로 생각하게 해준다.

6.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원한다.(40) - 가가린의 생애와 인류 역사를 이렇게 요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7. “유리 알렉세예비치, 당신은 커다란 책임을 맡았습니다. 훌륭하지만 공산당원은 티끌 하나만 몸에 묻어도 모두들 쳐다보는 존재랍니다.”(58) - ‘공산당원’이라는 말을 ‘그리스도인’이라는 말로 바꾸어 보았다. 정말 그렇다! 티끌 하나 가지고서도 쳐다보는 존재!

8. 완전한 고독에 접어들면 인간이란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고, 지난 인생을 다시 돌이켜보게 된다. 그러나 나는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려 했고, 주변의 신뢰를 한 몸에 받으며 우주로 날아가는 날만을 생각했다.(74) - 나는 여기서 가가린의 강인함과 불굴의 의지를 본다.

9. 인간을 로켓에 태우고 탄도궤도로 올려 보낸다는 미국의 발사계획은 실질적으로 우주비행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에 논란이 되었다.(87~) - 우주 비행을 놓고 소련과 미국이 경쟁했기 때문에, 이런 신경전은 불가피하리라. 게다가 이런 분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가가린의 이 지적이 ‘사실’을 기술한 것인지, 반대 체제에 대한 ‘비판’을 기술한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소련의 우주 비행 역시 처음에는 이와 같은 탄도궤도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을 시작하지 않았던가? 미국은 소련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초보적인 부분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것을 굳이 자신들의 형편에 비추어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이념적’인 부분들이 책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10. 그들은 내가 우주비행을 마치고 지구 위에서 최초로 만난 사람들이었다. 평범한 소비에트인, 콜호스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친족처럼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154) - 이런 부분들이 가가린을 인간적인 존재로 보게 만든다.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아 보이는 소박한 모습과 태도…

11. 역사상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간 최초의 동물 라이카, 그리고 가가린이 이룬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 최초의 여성우주비행사 테레시코바, 최초의 우주유영,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 본격적인 우주정거장 미르…(171) - 구소련의 우주 개발의 빛나는 성과들에 대한 역자의 소개이다. 역자의 지적처럼 동서냉전의 결과로 말미암아 이런 성과들이 가려지고, 왜곡되며, 진실과는 거리가 먼 상태로 알려졌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비난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비난할 수 있다. 사회주의 혁명으로 혼란되고 피폐한 가운데 어떻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는지를 비난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조차 우주계획이 민생을 저버린 지나친 출혈이라는 비난이 나왔으니(190p)… 하지만 업적과 성과는 그것 자체로 인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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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2008-08-1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적하신, 유라가 아니라 유리란 지적...러시아어는 이름과 성을 부를 때 남성, 여성에 따라 어미가 다르고 게다가 격변화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유리가 유라로 부를 수도 있습니다.
관심있게 보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역자

자유혼 2008-09-1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 감사합니다. 그런데 가가린은 남자니까 유리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