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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인간 1
김성진 지음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1. 인터넷 검색하다가 발견하고 헌책방에서 산 책이다. 가룟 유다의 배신을 중심 주제로 하고 있는 소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라는 소설이다. 현대를 기본으로 하여 예수님 시대를 함께 엮어가는 ‘액자 소설’의 형식도 똑같고, 중간 중간 나오는 내용들도 상당히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이 가룟 유다를 바보로 만들었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65p)는, [사람의 아들]에서 예수님이 아하스페르츠를(워낙 오래 되어서 정확한 이름인지는... --;) 바보로 만든 장면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작가가 그 책을 염두에 두고서 저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읽는 입장에서는 그 흡사함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흥미 있게 읽었다. 결론이 용두사미처럼 끝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2. 작가의 전제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 사실 2권으로 된 책을 다 읽은 후에 보게 된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지켜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로 보건대 저자는 그리스도인으로 보인다. - 다음과 같은 내용은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방향 짓는 중요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것은 소설 속의 ‘최바울’이 하는 말인데, ‘하나님은 믿지만 진리는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란 권력의 소산물이요, 성경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27p). 결국 작가는 이 부분에 있어서 ‘하나님’과 ‘진리’를 분리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렇게 해야 이 소설의 내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분과 관련하여 올바른 ‘성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성경이 비록 인간 저자의 손에 의해서 기록되었다 할지라도 성경의 참 저자는 하나님이시며 하나님의 영감(inspiration)이 작용했다는 점, 성경은 어떤 회의나 교단에 의해서도 ‘결정’되어진 적이 없다는 점, 성경은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받아들여졌다는 점... 등에 대한 불확실한 태도는 결국 성경에 대한 의심과 불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3. 무엇보다도 이 책이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증명하고자 하는 논저(論著)가 아니라 ‘소설’이라고 하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여러 문제점들은 그런대로 쉽게 간과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배우기도 했고, 신학적 성경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점들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1) 세리 출신인 마태가 제자들 가운데서 ‘회계 담당’ 자리를 거절하는 장면(150p 이하)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2) 예수님의 제자들과 세례 요한의 제자들과 관련하여, 각각의 추종 세력의 재편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183p) 역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서 매우 타당성 있게 생각된다.
3) 가룟 유다가 자신의 ‘운명’(?)에 대한 두려움을 ‘예정’과 관련하여 이야기하는 대목(211p)은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 대한 ‘복선’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예정’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는 밝히지 않고 통속적인 의미로만 사용한다. ‘예정’은 분명 ‘결정론적인 운명론’과는 다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부분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4) 하나님의 예정(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김반장’과 ‘최전도사’가 대화하는 내용(226p 이하)은 앞의 3)항목에서 지적한 것과는 달리 그 ‘통속적’인 선을 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님이 어떤 사실을 아시지만 사람을 그리로 몰아가시지는 않는다는 지적(230p) 등은 작가의 꽤 수준 높은 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5) 예수님이 제자들을 두 명씩 짝 지워서 파송하신 전도 여행과 관련하여, 작가는 가룟 유다와 짝이 된 시몬(이 책의 예수님 시대의 이야기, 즉 ‘가룟 유다에 대한 보고서’라는 책의 저자는 시몬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그 부분은 시몬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되고 있다)이 전도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바라바 등과 회의를 하러 갔다고 하는 부분(238p)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그것은 성경의 기록과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이 때에 가룟 유다 역시 복음을 전하고 이적을 행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