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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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워낙 경제 쪽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던 터라, 아주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내용 외에는 접한 적이 거의 없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를 읽으면서 경제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석훈의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경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흥미 있게 보았고, 내친김에 이 책까지 보게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또 읽어가면서 점점 마음이 힘들어졌다.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에도,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애국심이 투철해서는 아니다. 아주 단순하게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이기에 경제적인 이유나 전쟁이 날 것이라는 이유로 나라를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40중반에 다다른 나이를 먹어가면서 처음으로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이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저자는 “서울 밤하늘을 지배하는 고층 아파트 옥상의 조명을 보면서 필자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가 아파트라는 새로운 신을 모시기 시작한 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19p)고 밝혔다. 저자가 “‘아파트신’과 ‘빌딩신’과 ‘토지신’을 믿는…” 하는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해도 그냥 ‘원론적인 동의’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웬걸! 갈수록 태산이다. 원래가 통계 같은 것을 싫어하는 내 앞에 이런 저런 통계 수치와 도표들(저자는 그것도 한참 줄인 숫자라고 했지만)을 쏟아 내놓기 시작하는데, 나에게는 그것을 ‘현실’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는 내용들뿐이다.

서민들의 주택 마련을 위해 많은 집을 지어서, 이제는 국민 모두가 집을 한 채씩 소유해도 100만 채나 집이 남은 이 상황 속에서, 아직도 국민의 절반이 셋방살이를 떠돌아야 하는 현실. 한 사람이 최고 1,083채를 소유하고 있는 나라. ‘투기 불로소득’을 얻으려 집을 여러 채씩 소유한 이들에게 법과 제도로 세금 특혜까지 주고 있는 국가. 주거 상황이 개선되었다는 기분 좋은 통계는 한마디로 ‘무의미한 평균치’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돈, 내 땅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떵떵거리는 외침 앞에 주눅들 수밖에 없는 나, 우리, 현실… 하지만 그것이 꼭 ‘상대적’인 박탈감에 불과한 것일까?

저자는 외면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도록 나를 몰아세운 후에, 끝에 가서야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책을 덮지 않고 끝까지 읽기를 잘한 걸까?) 나름대로 몇 개의 계급으로 나눈 후 부동산 정책은 제1계급을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외칠 때에, 전/월세 사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10년은 이사 가지 않아도 되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줘야 하며, 전/월세 인상률이 5% 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속이 후련함을 느꼈다. 좋은 제안들이다!

하지만 다시금 엄습해 오는 불안함!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역대의 정권들이 모두 수박 겉핥기식의 부동산 정책을 해왔는데, 새로이 정권을 잡은 이들은 이전의 어느 정권보다도 더 1계급에 가까운 이들인데 이들에 의해서 이러한 정책이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개혁 의지를 가졌다 할지라도 특권 계층의 반대를 뿌리치고 이러한 정책을 실현해 낼만한 지도자가 누구인가? 정치는 백성들 ‘모두’가 배부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저자가 군데군데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땅은 물이나 공기처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이나 토지 단일세와 같은 것들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던 것은 아쉽다.) 문제의 분석과 대안의 제시는 좋았지만 그것의 실천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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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8-10-1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당선작이었군요. 늦게나마 축하합니다^^

자유혼 2008-10-2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사합니다! ^^ 모르고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