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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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너지며 써내려간, 인간이라는 병의 기록-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깊이 있게 다루며,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반영한 작가 디자이 오사무는 심리적 고뇌를 통해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둔 작품을 많이 집필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인간 실격""사양"이 있으며, 이 두 작품은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적 특성과 주제의식을 더욱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문장들은 절망과 고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구원을 담고 있습니다. <디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속이면서도, 이상할 만큼 아무 상처도 남지 않는다. 심지어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맑고도 유쾌하게 속고 산다. 그런 눈부시게 선명한 불신의 풍경이, 인간의 삶 곳곳에 가득한 듯하다. - sentence 018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실격>의 첫 문장입니다. 소설의 내용뿐 아니라 작가 디자이 오사무 그의 삶도 함축하는 문장입니다. 자전적 소설로 주인공 요조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회적 부적응을 이야기 합니다. 이 작품은 디자이 오사무 자신의 고뇌와 절망을 그대로 담아내어 독자에게 충격을 준 처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나는 인간이 되지 못했다.”

 

이후 1948년 출간된 마지막 작품 <사양>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전후 일본 사회의 혼란과 가족의 붕괴를 그린 작품으로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된 작품이었습니다. 디자이 오사무의 짧은 생애게 말해주듯 그의 작품도 평범하지 않고 그의 문학 세계는 그의 복잡한 생애와 깊은 고뇌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의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며 작가의 유서와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좀 더 일찍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단 하나, 엄마의 사랑, 그걸 생각하면 죽을 수 없었다. 인간은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언제든 스스로 죽을 권리도 가지고 있다. - sentence 013

 

디자이 오사무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극단적인 감성과 자기파괴적인 삶을 살았지만 동시에 섬세한 문체와 날카로운 인간 통찰력을 통해 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여러 번의 자살 시도와 약물 중독, 연애 문제, 가족과의 갈등 등 혼란스러운 삶을 살았으며 우정과 신뢰를 주제로 한 작품 <런주>는 디자이 오사무의 작품 중 유일하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일본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나는 괜찮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디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여정입니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책에서 불완전한 삶에서도 의미를 포기하지 않기를, 자신을 회복해 나가길 소망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작품 속 문장을 다시 한번 책에서 확인해 보며 <디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속에는 작품 속 명문장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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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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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동물이다

왜 우리는 자연과 어긋나는가

 

인간은 생물학적 동물이지만 그렇다고 그저 동물에 불과한 존재는 아니라며 최신 과학 논의와 철학적 사유를 넘나들며 가브리엘은 <인간이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 마르쿠스 가브리엘 작가의 책 <인간은 동물이다>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영리한 동물들은 벌써 알아채지, 해석된 세계 안에서 우리가 그리 편안히 지내는 건 아님을.

--- 첫 문장중에서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생각은 우리는 우리의 동물임에 대한 자기 탐구를 통해 우리 안팎의 자연이 낯설기 그지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더없이 낯선 자연을 지배할 수 없으며 또한 지배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절대로 자연을 완전히 해독하여 우리의 통제 아래 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해독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와 세계에 대한 책임을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존재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제시한 내용으로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인간의 참된 목적은 존재하기가 아니라 살기다. 나는 나의 삶을 연장하려는 노력으로 나에게 주어진 나날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끝내 타오를 것이다. -잭 런던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동물의 일종이라는 것은 현대인에게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독일의 철학자인 저자는 인간이 동물인 동시에 동물이 아니라는 역설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자연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발맞춰 살아가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스스로를 자연과 분리해 이해하고 어떤 것이 의미 있는 삶인지를 성찰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연을 벗어나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저자는 인간이 동물이자 동물이 아닌 존재라고 정의했다는 것입니다. 동물권 논의가 확장되고 있는 시기에 영화 주폴리스(Zoopolis)가 현재 상영중입니다. 이 책을 읽으니 영화가 생각 났습니다. 인간과 비인간동물이 공존하는 새로운 정치공동체를 상상하게 되는 이 영화는 기존의 동물보호 담론을 넘어 동물을 정치적 주체로 바라보는 혁신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들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배척해야 할 오류이기 때문이다. 우선 제각각 단지 동물이고 그 다음에 추가로 다른 무언가인, 그런 동물들 따위는 없다. 그러므로 <인간>이라는 생물의 정신성이 우리를 동물계 안에 편입하는가 아니면 동물계 위로 격상하는가>라는 물음은 범주 오류다. ---p.179 1장 우리, 그리고 다른 동물들 중에서

 

 

저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독일 라이프치히 출신 철학자로 29세에 본대학에서 인식론과 근현대 철학을 가르치는 석좌교수로 임명됐고 당시 독일 최연소 교수로 임용돼 주목받았으며, 현재는 국제철학센터와 과학 및 사상 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시대에도 도덕은 진보한다'와 같은 윤리학·철학 서적을 다수 출간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 삶과 생존의 의미, 무지와 앎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고찰해 주어 인간이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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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세계 지도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최선웅 글.지도, 이병용 그림 / 진선아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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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눈에 펼쳐보는 세계 지도 그림책2026년 개정판이 진선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21개국 주요 국가의 정보를 자세한 지도와 재미있는 그림으로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G20 정회원국이 된 아프리카 연합(AU)부터 대륙별로 새롭게 구성된 세계 유산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자연과 인문 정보를 최신 자료로 업데이트하고 지도에 반영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어린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새해 선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가 제작한 정확하고 상세한 지도!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시리즈!

 

 

세계 지리 퀴즈와 세계 유산 수록!

 

기원전 3000년에서 2000년 사이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사 시대의 거석 기념물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국 솔즈베리 근교에 있는 선사 시대의 거석 구조물로, 무게 무려 50톤에 달하는 거석 80여 개가 세워져 있는 곳, 이 유적은 영국의 기후와 지형에 적합한 대형 돌을 사용하여 건설된 것으로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건축 기술과 노동력을 엿볼 수 있는 증거가 됩니다. 선사 시대의 환상 열석 유적 스톤헨지입니다. 책에는 이처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유산이 실려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가 궁금하다면!

세계지도 그림책으로 신나고 즐거운 세계 여행을 떠나요. 출발!!!

그림지도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세계 여러 나라 여행

각 나라의 지리적 특징과 알찬 정보가 가득!

 

러시아 국토의 4분의 3을 차지하며 잠자는 땅이라는 곳은? 아시아와 유럽을 구분하는 러시아에 있는 산맥의 이름은? 똑똑해지는 세계지리 퀴즈로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문제들이 실려 있습니다.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시리는 제목 그대로 한눈에 펼쳐보며 각 나라의 주요한 나라별 국기와 인구, 면적, 자연환경, 경제 등 알찬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G20 정회원국이 된 아프리카 연합(AU)부터 대륙별로 새롭게 구성된 세계 유산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자연과 인문 정보를 최신 자료로 업데이트하고 지도에 반영했다고 하니 유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모님이 자녀와 함께 보면서 서로 이야기하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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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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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우리가 지구를 먹어치우는 방식은 주로 거대한 글로벌 식량 시스템의 결과라고 합니다. 이 시스템은 대량 생산에 적합한 작물을 키우고 오래 보관 가능한 음식을 세계 곳곳으로 운반하여 소비자에게 가장 빠르고 싼 선택지를 권장합니다. 고기 생산에 투입되는 농경지의 80% 이상이 투입되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대사증후군과 같은 건강 문제를 초래하고 메탄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간편식과 패스트푸드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지금 간편하고 편리함을 쫓는 시스템에 갇혀 있습니다. 먹을 것이 많이 부족했던 시대에 태어난 독자는 지금 먹거리가 풍족한 세대를 살고 있습니다.

 

 

고기는 어디에서 우리 식탁으로 올까요? 생각 없이 구매 해 먹는 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서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저자가 젊었을 때 밀집 사육식 돼지농장에서 일했던 친구가 들려준 경험담 이야기입니다. 끔찍해도 일을 해야 하니까 금방 적응하는 거야. 값싼 베이컨을 만들 때는 더럽고 비좁은 우리에서 죽은 돼지를 끌어내고, 똥 묻은 손으로 담배도 피웠어. 그냥 익숙해진다고 할까. 나야 금방 무감각해졌지.”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말야야 한다.“ 영국 철학자 로저 스크러턴이 에세이 동물의 권리와 잘못에서 쓴 글입니다. 집중 사육 방식은 가축에게만 나쁜게 아니라 일부 국가에서 사용하는 항생제를 동물의 건강과 상관없이 가축 사료에 일상적으로 섞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재앙이 되어버린 배부름에 대하여"

내 몸을 무겁게,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나쁜 식사

 

오늘날 우리의 식습관은 식품의 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거대한 글로벌 식량 시스템의 결과라고 합니다. 이 시스템은 대량 생산에 적합한 작물을 키우고, 오래 보관 가능한 음식을 세계 곳곳으로 운반하며, 소비자에게는 가장 빠르고 싼 선택지를 끊임없이 권합니다. 70년 전, 기아를 해결하려던 식량 시스템의 혁신이 왜 비만과 환경 파괴로 이어졌습니다. 대공항 시기 작은 농가에서 자란 노먼 볼로그는 굶주린 사람들이 거리에서 음식을 구걸하고 식량 때문에 난동 피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굶주림과 싸우겠다는 사명감을 키워 식물병리학을 공부해 생산성 높은 밀 품종을 개발하는 결실을 맺었습니다.그는 줄기가 짧고, 놀라운 수학확량 자랑하는 밀 품종을 길러 수확량이 같은 면적에서 3배가 넘었다고 합니다.

 



현대의 식량 시스템 때문에 아프지 않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것이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p.300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레옹(Leon)의 창립자이자, 학교 급식 개선 운동으로 영국 훈장을 받은 식품 정책 전문가 헨리 딤블비가 제미마 루이스와 함께 이 잘못된 식탁을 바꿀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요식업계의 내부자이자 식품 개선 운동을 이끌어온 실천가이기도 한 헨리 딤블비는 이 책에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식사의 주도권을 되찾는 가장 현실적인 길을 담았습니다. 미래에 식량 시스템의 회복력은 실질적 다양성과 이념적 다양성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식량을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은 한 부분이 재난으로 타격을 받아도 다른 부분에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됩니다. 미래의 도시에서는 유기농 종장과 태양광 고층 온실이 공존하면서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자연환경이 풍부한 고지대 농장은 물론, 야생 경관을 위한 공간도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 기술로 토지에 다하는 압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시스템에 갇힌 현대인!

 

저자는 지금 우리 세상에 필요한 것은 훨씬 더 근본적인 적응력이라고 합니다. 식량 시스템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생산, 가공, 유통, 판매하는 모든 요소의 총합입니다. 이 시스템은 그 안에 수많은 작은 시스템을 포함하며, 토양 속 박테리아부터 슈퍼마켓 진열대의 배치까지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식량 시스템은 규모가 방대하고 널리 퍼져 있어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창의력을 발휘해 식량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재구성해서 우리와 지구가 더 이상 병들지 않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먹는 음식이 앞으로의 미래에 어떠한 재앙으로 우리에게 돌아올지 깊이 사유하게 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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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3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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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다산북스로부터 도서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진 것이 없었어도 분명 행복했던 시절은 있었습니다. 그때 자유는 분명 존재했으니까요.

고물과 면포와 시탄이면 족하였던 종전까지의 서민들, 어떤 세월, 태평성대라던 치하에서도 그런 것들은 충분했을 리 없었을 텐데 하물며 일제에게 강토를 빼앗겼고 인성이 유린당하는 민족적 수난 속에서 없어도 생존이 가능한 것들이 서민들 생활에 기어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4부의 시작은 강쇠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김환의 심복으로 지리산에서 숯 굽는 천민으로 덩치가 크고 순박하고 의리가 있던 그는 일본인에게 대항하다 경찰서에 붙잡혀 온갖 시달림을 당하다 겨우 풀려나 송관수를 찾아가 하소연을 합니다. 마음으로 육신으로 고통받는 자만이 누더기를 벗고 깨끗해질 것이라는 그런 말들이 김환이 살았을 때 이미 다 들었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김환은 이제 없습니다.

 

 

부산에서 며칠을 묵은 뒤 산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을 한번 보고 눈을 감으려 했던 일, 열 살 난 딸애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일, 마치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죽음의 사자가 급작스럽게 달려와 숨 돌릴 새도 없이 일을 끝내버린 일이 파노라마가 되어 스치듯 지나갑니다. 모친의 초상 때 해도사가 와서 장례를 도와준 일은 또 고마웠습니다. 안면은 있었으나 이삼 년 만에 한 번씩 거쳐를 옮긴다는 해도사라는 인물에 마음이 갔습니다. 딸에게는 짝쇠와 채귀에 쫓겨 산으로 도망 온 안또병이 산비탈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고 강쇠는 영혼이 빠져나가고 없는 죽은 사람의 눈처럼 유리알 같았다고 작가는 표현했습니다. 사연 없는 사람하나 없는 토지 속 인물들 강쇠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고단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용과 임이네 사이에서 난 아들 이홍은 아버지 무덤을 찾아왔습니다. 아버지 이용이야말로 멋진 사내였다 스스럼없이 생각하고 열사도 우국지사도 아니었고 그저 농부에 지나지 않았던 한 사나이의 생애가 아름다웠고 자신의 존엄성을 허물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자식이 인정을 하니 헛되이 살지는 않았나 봅니다.



 

서희는 장성한 두 아들들이 어려워졌고 품 밖에 나가버린 아들에 대한 어미로서의 외로움도 있었으며 어두운 현실과 찬란한 삶을 마주하여 저 혼자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투쟁의 차비를 차리는 아들을 보면서 무섭고 끈질겼던 집념은 다 어이로 갔는지 이제 서희는 이를 악물며 열 손톱이 닳아빠져도 기필코 탈환하리라 맹서하였던 평사리의 옛집, 추억은 살아서 구석구석에 능소화가 지천이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서글픈 마음이 드는 건 감추지 못했습니다.

 

남의 불행을 쪼아먹고 사는 까마귀, 희번득이던 눈빛은 소름끼치도록 기분 나쁜 것이었다.”

 

자신이 행한 일, 생각하는 일을 이해하지는 못하여도 열심히 들어줄 거란 기대같은 것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 학생이 아니면 소년으로 제외되기 일쑤였고, 집안에서는 귀한 도련님, 주변에선ㄴ 부잣집 아들, 가슴을 터놓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환국이 집에 데리고 온 김제생을 쌍계사까지 데려오기는 했으나 막상 와 보니 터놓고 얘기해 볼 만한 중이 없어 난감한 상황에 자신은 서울로 떠나야 하는 이기적인 마음에 괴로워하며 내가 약한 거는 항상 상대들이 약한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고 내가 강하고 싶어서 강해진 거는 아니고 부잣집 아들, 일등으로 졸업하고, 얼굴도 잘생긴 동경 유학생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자신의 약점은 아버지가 옛날 하인이었다는 것 그래서 어릴 적 순철의 머리통을 깨버린 일을 장 서방에게 이야기하며 짐제생을 그에게 맡긴 채 크고 작은 일부터 하나씩 처리해가자 마음먹습니다. 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는 일입니다.

 

죽음이 두려운 본능 앞에 세워진 살아야 하는 명분, 그것은 위장의 생애를 강요당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이 문장은 죽음이 두려운 본능 앞에 소지감이 가문을 잇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강요된 상태를 말하는 문장입니다. 소지감은 이범준의 이종사촌형이면서 의병에 가담한 형이 포살당하고 을사보호조약 체결을 본 부친이 자결했을 때 가문의 존속을 위해 살아남아야 했던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어디가나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실질적인 영주로서 군림해온 최참판댁을 둘러싼 갖가지 불행한 내력과 불길한 사건은 마을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공포로 남아 있었지만 누구하나 입으로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그 집에서 비명횡사 안한 사람이 거의없고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날지 그런 것에 대한 염려나 두려움은 담을 쌓은지 오래지만 설령 귀신이 찾아왔다 하더라도 날 잡아 잡수하는 심정으로 미래도 희망도 욕망도 두려울 것도 없이 다만 심란한 심정으로 도식에게 구천이 이야기까지 합니다.

 

 

한편 조용하는 명희와의 이혼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리고 형수를 좋아하는 용하의 동생 찬하까지 넘어야 할 일들은 첩첩산중이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인생들이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 여옥과 명희는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밭에서 김을 매고 있던 반백의 할머니의 단 한가지 걱정을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땀이 흐르는 얼굴에는 평화스러웠으며 앉은뱅이 아들 그것이 걱정일 뿐이었습니다. 4부의 시작은 각기 다른 사람들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속 사정은 다 알수 없으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보면 다 힘든건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우리의 길상이 아직 풀려나지 않아 걱정이네요.

 

1930년대 조선의 사회적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민중의 의식 구조와 서양 문물의 유입, 일본의 폭력적 지배를 세밀히 묘사해 준 점이 13권이 인상깊에 느껴졌습니다. 작품 속 강쇠가 회상하는 김환의 이야기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몰락을 보여줍니다. 후반부에 그려지는 여성 서사의 이야기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뇌를 생각하게 합니다. 14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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