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 예언하는 새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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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3 공기를 생각하자, 죽음이 절실하고 절박한 것으로 내 머리에 똬리를 틀었다. 그것은 까만 물처럼 소리도 없이 다가와, 내 의식을 축 적셨다. 그때까지도 아사의 가능성은 생각해 봤지만, 거기에 이르려면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다.

 

 

가사하라 메이는 그렇게 부주의하고 경솔한 인간이 아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면서 도오루를 불안에 벌벌 떨면서 우물안에서 버려진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요? 우물에 갇혀 있는 동안 세계의 시계는 멈추어 있는 듯 천천히 죽어 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사하라 메이가 찾아와 죽은 내 모습을 발견하는 광경도 상상해 보았다.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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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체험판 (25주년 기념 서평 수록)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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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9 오래도록-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나는 태엽감는새로 존재했다. 하지만 나 자신이 태엽가는 새여도, 나느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물론 태엽 감는 새로 하늘을 나는 것은 즐거웠다.

가사하라 메이가 찾아와 우물 뚜껑을 절반 열자 머리 위로 빛이 쓱 비쳤다. 여름날 오후의 눈부신 햇살이었다. “아저씨 아직 살아있어요? 살아 있으면 대답해 주세요?” 이건 무슨 경우인가. 만약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라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소멸되지 않고 나이를 먹지도 않고 이 세상에서 계속 건강하게 영원히 살수 있다면 그래도 인간은 여전히 ,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것처럼 열심히 이것저것 생각할까요? 라고 가사하라 메이는 물어 보았다. 도오루는 혼자 조용히 집중해서 생각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고 우물이라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다리가 있을 경우에 말이다. 이제 그녀에게 간절히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우물밖으로 나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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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가난해서
윤준가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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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가난이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 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거리두기가 더 강화되어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자영업자 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대체로 가난해서]는 소박하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수명이 늘고 100세 시대를 맞았지만, 우리사회는 빈부의 격차가 날로 심각해졌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서민들은 빚을 내서 집 한채 장만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1960년대 산업화 시대를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불평등한 소득분배와 열악한 사회복지로 가장 빈곤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지하철역에는 노숙인들이 구걸을 하기도 하구요.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로 이미 들어섰고 우리사회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p.79 너저분할지라도 어떤 인간들에게는 자기만의 물건이 꼭 필요하다. 겉보기에 더럽고 너저분하다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혹은 너무 빨리 판단해버리기 전에 조금만 더 넓은 마음으로 생각해주면 어떨까? 더러워서 가난한 것도, 가난해서 더러운 것도 아니고 더러워 보일 수밖에 없는 , 그런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알게 된 마흔 언저리였다.

 

p.84 일정 수준을 갖춘 물건들을 많이 가져보고 사용해봐야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이건 왜 좋고 저건 왜 싫은지 알 수 있으니까. 이런 경험을 어렸을 때부터 해봐야 성인이 되어서 취향이 확립된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 ‘선택’을 못하는 삶을 살다 보면 이렇게 몰취향의 인간이 되는 건지도.

 

 

 

작가는 가난이란 사실 대단하고 엄청난 무언가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난이 있지만 에어컨 없이 무더위에 견뎌야 하고 치과 진료나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이 망설여지는 것 이런 것을 가난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펜데믹으로 상황은 급속도로 더 나빠졌고 생활고로 일가족이 목숨을 끊기도 하구요. 책에서는 가난을 부끄러워 하지 말고 거리낌없이 이야기하기를 희망합니다. 꾸준한 연대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라면서 지금 시대에 꼭 한번은 읽어볼 만한 에세이였습니다.



책은 미래의창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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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성철 2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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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일제가 불교를 탄압하고 조선총독부 미나미 지로 총독에게 정면으로 맞선 마곡사 주지 스님이었던 본관은 여산, 본명은 송도암, 법명이 월면, 법호가 만공인 만공스님은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무자가 무언인지을 화두에 짊어지고 다녔고 이땅에 불보살들이 많아서 처량하다고 느끼셨습니다. 이렇게 성철은 간월암에서 선정에든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수마는 여전히 물러가지 않았습니다. 만공스님이 말하는 경지에 오르고 싶었지만 번뇌 망상은 성철을 힘들게 했습니다.

 

P.19 “선의 본질이 무었이야? 거스르지 않고 강물처럼 그저 흘러가는 것이다. 그 물줄기를 거슬러서는 설령 그분들에게서 길을 찾는다 하더라도 결코 종착점에 이를 수가 없느니라.”

 

P.27 “내 차라리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삼촌 三春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노라.”

 

p.253 넓고 넓은 우주, 한없는 천지의 모든 것이 다 부처님입니다. 수없이 많은 이 모든 부처님께 정성을 다하여 섬기는 것이 참 불공입니다.

 

성철은 경허 스님이 1899년 해인사에서 영호남 사찰을 중심으로 수선경사와 선원재건운동을 펼쳤다는 말을 만공 스님에게 듣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성철은 깨달음과 깨침은 분명히 다른 사상임을 알게 되었고 깨달음이 지식, 즉 앎을 종자로 하는 것이라면 깨침은 앎을 비워내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선의 세계라는 것이다.

 

상봉이라는 이름을 갖고 한평생을 살아온 어머니의 머리를 깍은 이는 성원 노스님이었다. 아들을 찾아 천릿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도 없이 출가를 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정취암에서 자운 스님으로부터 보살계를 받고 초연화라는 법명까지 받은 후였고 아버지는 맏아들 성철에 이어 아내까지 통탄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신심은 강철처럼 단단했습니다. 성철이 어머니의 성품을 닮은 것 같았습니다.

수행이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모질면 모질수록, 비정하면 비정할수록 그리움은 더 가까이 다가오는 법이다. 비구의 가슴속에 일고 있는 본능적 그리움은 결단력이나 오기로는 이겨낼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성철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도 인간이었습니다. 불공의 대상은 무궁무진하여 미래겁이 다하도록 불공을 하여도 끝이 없습니다. 부처님을 모시고 불공을 하며 살 수 있는 우리는 행복이라 하였습니다.

 

리딩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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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김주경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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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 지역 출신 안톤, 독일 출신 니노, 우쿠라이나 국적의 안나 이렇게 세 명의 트리오는 러시안 바종목으로 세계에서 뛰어난 5개 팀중 하나이고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의 중심 인물입니다. 무대감독 레옹을 중심으로 화자인 나탈리는 30명의 무대의상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의상의 대부분은 중국의 전통 복장이나 중세 유럽의 왕족 혹은 성직자 복장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하고 나에 대한 그들의 신뢰가 자부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엘리자 수아 뒤사팽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는 신뢰와 친밀감을 중요시하는 서커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품입니다.

 

 

P.68 붉은 벨벳으로 둘러싸여 있는 무대를 중앙에서 트리오의 모습은 마치 횡격막처럼 보였다. 밖으로 내뱉으려다 다시 들이마시는 숨결이 폐를 꿈틀거리게 하듯 안나의 움직임에 따라 리듬을 타는 진동.

 

p.83 “난 말이죠, 관객이 오는 건 그저 서커스가 아직도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디까지 버티는지 보려는 거죠. 사람들은 꿈을 원하지만, 솔직히 그들이 바라는 건 흠을 찾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서 단점이나 결함 같은 걸 발견할 때, 오히려 자신은 안심하게 되거든요.”

 

p.131 당신들을 믿고 쓰러지라는 거야? 난 속으로 화가 났다. 아무 보호 장비도 없이 바닥에서 1미터 60센티나 떨어진 데 떠올라 있다니! 등 뒤에서 니노로부터 계속 지시가 떨어졌다.

 

 

충분히 높이 올라가서 3회전 할 시간을 가지려면 다리에 훨씬 더 힘이 들어가야 하고 안나는 며칠 전 다친 다리의 통증의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며 훈련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안톤의 벌어진 어깨 근육에 나탈리는 치수를 재고 노트에 기록했다. 서커스에서 가장 힘든건 신뢰라는 단어였다. 서로를 이해하고 안전벨트를 제거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뢰를 쌓았다면 유연성과 기술력, 청중들의 반응, 의상도 한 몫을 하게 됩니다.

 

 

서커스장에서의 배우들은 평범한 일반인과 다름이 없습니다. 다만 목숨을 걸고 공연을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러시안 바라고 하는 서커스 종목을 통해 의사소통을 이루고 서로 간 신뢰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섬세하고 감미로운 소설입니다. 아들의 끔찍한 사고를 겪은 안톤, 사랑하는 곡예사 여인을 따라 러시아에 왔다가 배신을 당해 싱글이 된 레옹, 최고 스타였던 이고르의 빈자리를 대신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안나 모두 상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식당에 앉아 테이블 위에 바를 올려놓고 바를 감고 있던 흰 붕대를 자르니 이어 붙인 바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체크하지 않았다면 누군가에게는 또 위험이 닥쳐왔겠죠.

 

 

책을 읽으니 영화 조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서커스 아티스트들의 두꺼운 화장 뒤에 숨어 있는 왠지 모를 약간의 서글픔과 털이 없는 바짝 여윈 고양이 벽이 불러일으키는 애처로움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공연장엔 러시안 바가 요구하는 신뢰를 조금씩 서로 쌓아가고 있습니다. 다음날 내가 온지 38일째 되는 날. 안나는 도중에 내려오지 않고 계속 바 위에서 공중제비 트리플 4회를 성공시킨 세계 최초의 여자가 되었습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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