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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5월
평점 :

인사동은 ‘피의 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그 어느 곳보다도 ‘유린된 전통’을 증명하는 고발이 통째로 들어있다. 17년 전 티베트를 여행할 때, 나는 우리의 과거를 똑똑히 보았다. 중국군이 포탈라궁을 수탈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티베트 탕카들이 유럽인, 일본인, 한국인 함께 없이 그들의 손을 통해 속속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은밀히 값을 흥정하는 그 티베트인의 눈에서 나는 우리의 과거를 읽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 인사동은 ‘메리의 골목’으로 새 단장을 하기 위해 일대 변모를 했다. -책속에서
소나무는 떡갈나무에게, 바다는 모래 해변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겠는가? 자연은 그렇게 서로의 결핍을 보듬는다. 그것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나무는, 들판은 강은 서로의 결핍을 휘감는다. 그러니 명당이라는 것은 참 허망한 노릇이다. 세상에 완전한 땅이 어디 있겠는가, 좋은 땅이란 그 자체 의미보다 땅을 둘러싼 다른 땅과 바람과 빛의 관계일 뿐이다.
영추문 길은 모든 사물이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다. 경복궁 도담길과 건너편 보도가, 거대하게 솟은 나무와 나무가, 다닥다닥 모인 기와의 지붕과 지붕이 그렇다. 어느 비 개인 날 오후, 겸재가 영감을 얻어서 그린 <인왕제색도>의 풍경이 그대로 실재하고 북악산의 용눈이 낙산 방향으로 향해 나 있는 풍수지리의 형국론이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보이는 것도 영추문 길을 걷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책속에서
서울에서 태어나 오십년이 넘게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독자는 이 책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집에서 직장으로 매일 같은 일상 같은 공간 도시속에서 현대인의 삶은 빌딩숲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래도 생각하면 좋았던 어릴때 기억들, 잊지 못할 서울의 골목골목이 눈에 아련하네요. 건축가이자 시인인 함성호작가는 이 번잡스런 서울이라는 도시가 복잡스런 활력이 있어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어릴 때 소꿉놀이하던 연희동 골목을 찾아 간 적이 있었는데 많이 변해서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책속에는 제가 유년기를 보내고 사춘기를 보내 성인이 되기까지 일곱식구 대가족이 살던 곳, 친구들과 놀던 동네도 있습니다.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추억도 회상하면서 또 역사가 서려있는 곳을 따라가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