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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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살면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한권 두권씩 읽고 있는 문학책 406번은 세피아빛 초상입니다. 저자이사벨 아옌데 (Isabel Allende) 1942년 페루 리마에서 태어나 외교관이었던 의붓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성장해 열일곱 살 때 칠레 산티아고에 정착,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주인공 아우로라 델 바에의 특별한 출생의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며 1880년 가을 어느 화요일 샌프란시코의 외할아버지 댁에서 태어나면서 소설은 시작됩니다.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빛은 사진의 언어이고 세상의 영혼이고, 그림자 없는 빛이 없고 고통 없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불의에 맞서 투쟁하고 주체적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연대기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큰 작품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만큼 자유로운 게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파울리나는 남편의 출입을 막고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열여덟 어린나이에 남편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 망가질 때로 망가진 자신의 몸이 부끄러웠고 놉 힐의 새 저택으로 이사한 것을 구실로 파울리나는 자기 방에서 제일 반대쪽 끝에다 남편의 방을 정해주고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궜으나 마음만은 아직도 여전히 유쾌하고 정열적이며 다소 낭비벽이 있는 호방한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 순간까지 그들은 부럽게도 불한당 패거리 같은 공범 관계로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부부란 그런 것이군요.

 

 

 

좋은 사진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하나의 장소, 하나의 사건, 하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그래서 수십 장의 글보다 더 강력하단다. ---p.304

 

빛은 사진의 언어이고 세상의 영혼이다. 그림자 없는 빛이 없고 고통 없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우로라가 사진에 열광하고 예사롭지 않게 달라지는 몸의 변화에 당황하는 동안 파울리나 할머니는 페니키아인 같은 머리로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하며 마티아스를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그 기운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우로라가 사진에 몰두하게 된 것은 아름다움을 담기 보다는 악몽의 영상을 카페라 안에 가두면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바람에서일까 남편 디에고의 외도를 알아차리는 일이 카메라에 찍히면서 사랑과 민음의 상실을 치유하여 온전한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남자들만 의사가 된다고 생각하는 시대 리밍은 역사상 최초의 여자 중의가 될 것입니다. 엘리사 솜스는 그렇게 어린나이의 손녀딸과 의학이론으로 머리를 채우는 걸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리밍은 중국인들보다 더 기회가 많은 백인들 세계에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두사람의 생각은 같았습니다. 이사벨 아옌데는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페미니즘적인 테마를 중심으로 세피아빛 초상을 썼습니다. 클라라와 그녀의 남편 에스테반 트루에바 모두 작가는 그들의 딸, 손녀에 이르기까지 칠레의 여성들과 여러 하층민 여성들을 통해 칠레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운명의 딸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세피아빛 초상 사이의 연작성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라고 합니다. 아우로라의 유년의 고통을 사진찍기라는 것으로 할아버지의 상실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소설속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사랑과 결혼, 중국인과 칠레인, 칠레의 신흥 부르주아와 구지주 계층의 결혼과 칠레 아이를 입양하는 영국인 이민자, 도시 기업가 가문과 농촌 지주 가문의 다양한 결혼을 이야기하면서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문학으로 불의에 맞서 투쟁하고 주체적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연대기로 영혼의집, 운명의 딸과 삼부작을 완성해 냈습니다. 1999년 출간되었음을 생각하며 사회문제와 시대상을 감안하고 작품을 읽는다면 기나긴 역사를 이해하는데도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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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히너 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247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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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바보이고, 누구도 타인에게 자기만의 고유한 어리석음을 강요할 권리가 없어. 인간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해 ---p.16

 

18351월에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한 달 만에 끝냈다는 <당통의 죽음>18세기말 시대상을 잘 반영한 작품으로 프랑스 혁명이 배경이 됩니다. 왕정의 불합리성, 신분제 사회의 불평등, 빈부 격차,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혁명 지도자 동지였던 당통과 로베스피에르의 갈등이 잘 표현되어 있는 극작품입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작가 뷔히너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게오르크 뷔히너상은 현재 독일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물세 살에 요절한 비운의 작가가 남긴 작품은 단 네편 뿐이지만 독일 문학사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진영은 나뉘게 되어 있습니다. 에베르파와 당통파 이들은 깃발의 색깔도 다르고 가는 길도 천차만별입니다. 에베르파가 승리했더라면 공화국은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을 테고 전제 정치가 횡행했을 것입니다. 정치가에게 청렴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지 과연 당통은 어떤 사람인지 그는 어떤 정치를 펼칠지 궁금합니다.

 

인간이 아름다운 건 자유롭게 의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야. ---p.158

 

보이체크를 읽으니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떠오릅니다. 인간은 왜 존재할까요? 만일 신이 인간을 만들지 않았다면, 농민과 칠장이, 구두장이, 의사는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겠습니까 걱정합니다. 보이체크는 가장 비천한 계층 출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독일 최초의 비극이라고 했습니다. 타인과의 소통이나 세계 해석면에서 제한된 능력을 보이며 고결하게 말을 할 재주도 없고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법도 모릅니다. 보이체크가 사회와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 가는 과정은 사회의 책임도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는 일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세상 모든 일이 지루함에서 나온 게 아닐까! 삶의 무료함에 찌든 페터왕의 철부지 아들 레옹스 왕자는 따분한 궁중 생활이 싫었고 왕위를 물려 받는 것도 부왕이 정해 준 공주와 결혼할 마음도 없었고 마음속에 둔 여인 로제타와 자유롭게 사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뷔히너의 작품중 유일한 희곡 레옹스와 레나는 안락한 현실에 젖어 삶의 지루함으로 가진자의 배부른 투정을 표현했습니다. 왕이 되면 하루 종일 마차를 타고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사람들의 모자를 수없이 벗게 해서 닳게 할 수도 있고 착실한 사람들 군인으로 만들어 세상을 왕자님이 원한는 대로 할 수 있다고 발레리오는 왕자를 설득하는데 당시 사회상과 정치적인 환경에 대한 실랄히 비판해 주며 절대 왕정의 부조리함과 비합리적인 현실을 통해 상류층에 대한 의식을 잘 알수 있는 희곡입니다. 권력을 이용해 국민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한 그 나라는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이 듭니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 의학자이기도 한 뷔히너가 인간의 광기를 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렌츠>입니다. 뷔히너의 작품 중 정치색이 없는 유일한 것으로 인간의 내면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사랑에 실패한 렌츠가 17781월 포게젠 지방의 산골 마을 발트바흐로 사는 길 친구의 권유로 오벌린 목사를 찾아가는 길은 겨울산을 뚫고 현실에 내쫓기듯 살아온 삶에 완전히 지친상태였습니다. 마을에 도착해 오벌린 가족은 렌츠를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오벌린에게 자신이 연인을 죽였다고 고백하여 광기에 의한 망상이 지속됩니다. 미움이나 사랑, 의망은 없어지고 끔찍한 공허와 고통과 불안만 남았습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사유해 보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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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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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나 퐁텔리에는 로베르와 함께 해변으로 가고 싶으면서도 왜 처음에 그것을 거절하려 했는지 그 다음엔 왜 서로 모순되는 마음 가운데 한쪽에 순응해서 그를 따라갔는지 이 두가지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내면에서 희미하던 어떤 빛이 분명해지는 순간 이는 금지된 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스물 여덟살 여자의 영혼이 깨닫기에는 너무나 심오한 지혜처럼 보일 수 있었습니다.

 

[각성]은 부도덕한 소설에서 페미니즘 소설의 대표 고전으로 케이트 쇼팽 작가 사후 60여 년 만에 빛을 본 걸작으로 선구적 페미니즘 작가 케이트 쇼팽의 대표작품입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46번째 책입니다. 주로 19세기 후반 미국 남부 여성들의 삶과 그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투쟁을 담은 작품들을 남긴 케이트 쇼팽은, 오늘날 미국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는 작가입니다. 결혼한 상류층 여성인 28세의 젊은 부인 에드나 퐁텔리에가 여름휴가로 머물게 된 섬 그랜드 아일에서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되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독립적인 자아를 찾아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통과 편견이라는 평원 위로 날아오르려는 새는 강한 날개를 가져야 해요. 약한 새들이 상처 입고 지쳐 날개를 퍼덕이며 다시 지상으로 낙하하는 모습은 서글픈 광경이에요. ---p.174

 

자유로운 창작의 세계는 작가의 고유 권한이고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건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빛을 보지 못한 작가의 작품을 잃고 있습니다. 당시 사회가 페미니즘에 일찍 눈을 떴더라면 아까운 작가를 일찍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각성이 출간되었을 때, 당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도덕관념이 없는 소설이자 병적이고 천박하며 공감할 수 없는 소설이라고 비판했고 금기시되던 여성의 성적 욕망과 일탈을 다루며 당시 여성상에 맞지 않는 가치를 조장 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에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부유한 사업가와 결혼하여 겉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에드나에게 여행을 떠난 별장 주인의 아들 청년 로베르는 매력적으로 에드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본질적이지 않은 거라면 나도 포기할 수 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돈도 포기할 수 있고, 목숨도 바칠 수 있어요. 하지만 나 자신을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휴가지에서 집으로 돌아온 에드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로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 소설은 에드나의 행복에 주목하게 됩니다.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나요 그 사람의 머리카락이 갈색이고 관자놀이 옆으로 자랐고 그 사람이 눈을 떴다 감았다 깜빡이고 코가 약간 삐뚤어진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습니다. 에드나는 로베르가 돌아온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사회규범에 비춰 보면 자신은 사악하지만 그런 자신도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누르고 있던 감정은 자아에 눈을 뜨면서 독립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변화되어 갑니다. 이런 변화에 에드나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로베르와의 사랑은 영원할까요.

 

바다의 잔물결이 에드나의 하얀 발에 거품을 일으키며 밀려들어, 똬리 튼 뱀처럼 발목을 감싼다. ---p.242

 

 

5살 때 열차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할머니, 외증조할머니 3대가 사는 외가에서 자란 저자는 미국 역사의 격동기인 남북전쟁과 가족들의 비극적 죽음으로 홀로 남게 된 평범하지 않은 과거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

 

 

에드나를 이해 못하는 로베르 미국의 청교도 사회에서 여성이 세상을 거슬러 자아를 실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쇼팽의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는게 고통스럽긴 해도 평생 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이 바보처럼 사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을 선택한 에드나 해피엔딩을 처음부터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당시 금기시한 여성의 성적욕망과 부도덕한 일탈에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결혼제도, 가부장적인 문화 폐쇄적인 미국 남부의 사회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한 한 여성을 조금은 이해하고 싶어졌습니다. 쇼팽 사후 60년이 지나 1970년대 여성해방 운동 이후에서 잊혀진 고전으로 재평가 되었다는 점 현대는 페미니즘 소설로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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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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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대상수상작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습니다. 그 중 고객을 응대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고객의 불편하고 궁금한 내용을 해결해 주는 직업이 있습니다. 고마운 도우미 콜센터 상담원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9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한 이예은 작가의 에세이 <콜센터의 말> 입니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초보 상담원으로서 겪은 고충을 글로 전했습니다. 저자는 2015년 한국에서의 호텔 홍보 일을 그만두고 일본에 살기 시작해 20201, 일본 여행사의 콜센터에 입사 했습니다. 한국어를 일본어로, 일본어를 영어와 한국어로 옮기던 이력을 바탕으로 상담원으로 일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목소리 만으로 타인과 마주하는 콜센터 상담원이자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인 저자가 바라본 습관적 말들 속에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궁금했던 책입니다.

 

고객이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펼치더라도 이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다. 라는 태도로 경청하고 공감하려 애썼다. 그러다 고객의 기분이 누그러졌다 싶을 때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하고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짐심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사과를 거리낌 없이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한번 익숙해지고 나니 든든한 무기가 됐다. ---P.45

 

 

불완전한 기업이 만든 제품을 불완전한 소비자가 사용하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다시 불완전한 콜센터 상담원이 해결하려 애를 씁니다. 소비자가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자는 의도된 잘못을 감싸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씩 이해의 폭을 넓힐 이유가 된다면 콜센터 상담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거나 사회적 시선을 변화시키기는 힘들어도 상대방의 말 한마디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는 상처를 주는 말보다 얼굴은 모르지만 조금더 상냥하게 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자는 콜센터의 일로 일본어가 훨씬더 편해졌고 일본어로 통화하거나 이메일을 쓸 때 콜센터에서의 일한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담원으로 일했던 콜센터에 고객이 되어 전화를 거는 어색한 기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버티고 버티다 선택한 이직 온종일 몇 마디 하지 않는 평범한 사무직 회사원의 삶이 평화롭게 느껴졌다고 하니 그간의 고충이 얼마나 심했을까요.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수 없습니다. 코로나 시국 일본 여행사 근무라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린 한국인의 이야기입니다. 헤드셋 속 불쾌한 소음에 압도되어 주눅이 들었던 일 꼭 콜센터의 일만은 아닙니다. 사회 곳곳에서 웃으면서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수많은 직업이 있습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진상 고객의 갑질 행동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아직 세상에는 더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요. “상담원님,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 ”상담원님,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 상담원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는 인사가 누군가에게는 힘든 하루가 즐거운 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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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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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 작가 황경신의 이야기 노트 <달 위의 낱말들>이 출간되었습니다. <밤 열한 시>, <초콜릿 우체국>,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등 다양한 감성을 담은 이야기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가입니다. 스물여덟의 단편은 작가와 얽힌 사물들이 소재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 줍니다. 우리의 아픈 것들은 시간이 흘러 바람을 타고 달로 올라가 지구라는 환경에서 싹을 트지 못하고 썩은 열매들이 환한 달까지 날아가 언젠가는 싹을 트고 말 것이라는 작가의 소망이 담긴 책입니다.


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오르다, 안녕, 기적, 인연 어느 적막하고 쓸쓸한 밤, 당신이 그리워 올려다본 하늘에 희고 둥근 달이 영차 하고 떠오릅니다. 달이 무슨 말을 전하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바라본다는 저자는 스무살에 사랑이 찾아옵니다. 어디선가 사과꽃 향기가 풍겨오기도 합니다. 하늘 위 달을 쳐다보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무언가 소원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일상에 녹은 단어들과 사물들을 통해 행복을 간직하는 법을 배우고 몸에 맞는 옷처럼 편안하던 삶이 문득 거칠어질 때 떠오르는 얼굴과도 인사하게 됩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고 안부를 묻는 연락 한통 없이 핸드폰이 하루 종일 조용한 날 그런 여름 하루가 지나갑니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런 날들이 좋아지는건 왜 일까요. 아픈 곳도 없이 머리가 맑게 지는게 이건 분명 행복한 날입니다.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것이야 말고 진정 행복이 아닐까요.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텔레비전을 틀면 각종 사건사고가 쏟아져 나오는걸 차단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첫 번째로 소유했던 컴퓨터, 운전 면허는 취득했으나 기아에서 갓 출시한 하얀색 스펙트라가 회사로 배달되었으나 운전을 할 수 없었던 에피소드, 새로 산 전축에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베토벤에 심취한 아버지의 이야기, 초등학교 2학년때 치기 시작한 피아노 어느날 퇴근 후 집으로 온 아빠는 딸의 손을 잡고 피아노가게를 간건 4,5학년 쯤 엉겁결에 받게 된 피아노 때문에 할 수 없이 피아노를 계속 쳤어야 했던 웃지 못한 이야기 등 저자 황경신의 낱말들은 추억이 가득한 사물들이 있었습니다. 책은 일상에 녹은 단어와 사물들을 저자의 이야기로 끌어들입니다.


평범한 경험, 수수한 사물은 작가의 손길이 닿음으로써 소중한 순간, 특별한 존재가 되어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분명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인생에 켜켜이 담아둔 소중한 낱말들이 머릿속에 뱅뱅 돌아다닐 것입니다. 그동안 잊고 있던 나만의 낱말들 속 단어와 사물을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황경신 저자가 직접 찍은 다양하고 다체로운 꽃과 하늘, 노을 풍경들과 직접 그린 컴퓨터와 빨강 전화기, 청소기와 카메라 등 그림과 사진이 수록되어 작품을 한껏 더 빛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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