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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평점 :

74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 작가 황경신의 이야기 노트 <달 위의 낱말들>이 출간되었습니다. <밤 열한 시>, <초콜릿 우체국>,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등 다양한 감성을 담은 이야기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가입니다. 스물여덟의 단편은 작가와 얽힌 사물들이 소재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 줍니다. 우리의 아픈 것들은 시간이 흘러 바람을 타고 달로 올라가 지구라는 환경에서 싹을 트지 못하고 썩은 열매들이 환한 달까지 날아가 언젠가는 싹을 트고 말 것이라는 작가의 소망이 담긴 책입니다.
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오르다, 안녕, 기적, 인연 어느 적막하고 쓸쓸한 밤, 당신이 그리워 올려다본 하늘에 희고 둥근 달이 영차 하고 떠오릅니다. 달이 무슨 말을 전하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바라본다는 저자는 스무살에 사랑이 찾아옵니다. 어디선가 사과꽃 향기가 풍겨오기도 합니다. 하늘 위 달을 쳐다보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무언가 소원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일상에 녹은 단어들과 사물들을 통해 행복을 간직하는 법을 배우고 몸에 맞는 옷처럼 편안하던 삶이 문득 거칠어질 때 떠오르는 얼굴과도 인사하게 됩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고 안부를 묻는 연락 한통 없이 핸드폰이 하루 종일 조용한 날 그런 여름 하루가 지나갑니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런 날들이 좋아지는건 왜 일까요. 아픈 곳도 없이 머리가 맑게 지는게 이건 분명 행복한 날입니다.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것이야 말고 진정 행복이 아닐까요.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텔레비전을 틀면 각종 사건사고가 쏟아져 나오는걸 차단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첫 번째로 소유했던 컴퓨터, 운전 면허는 취득했으나 기아에서 갓 출시한 하얀색 스펙트라가 회사로 배달되었으나 운전을 할 수 없었던 에피소드, 새로 산 전축에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베토벤에 심취한 아버지의 이야기, 초등학교 2학년때 치기 시작한 피아노 어느날 퇴근 후 집으로 온 아빠는 딸의 손을 잡고 피아노가게를 간건 4,5학년 쯤 엉겁결에 받게 된 피아노 때문에 할 수 없이 피아노를 계속 쳤어야 했던 웃지 못한 이야기 등 저자 황경신의 낱말들은 추억이 가득한 사물들이 있었습니다. 책은 일상에 녹은 단어와 사물들을 저자의 이야기로 끌어들입니다.
평범한 경험, 수수한 사물은 작가의 손길이 닿음으로써 소중한 순간, 특별한 존재가 되어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분명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인생에 켜켜이 담아둔 소중한 낱말들이 머릿속에 뱅뱅 돌아다닐 것입니다. 그동안 잊고 있던 나만의 낱말들 속 단어와 사물을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황경신 저자가 직접 찍은 다양하고 다체로운 꽃과 하늘, 노을 풍경들과 직접 그린 컴퓨터와 빨강 전화기, 청소기와 카메라 등 그림과 사진이 수록되어 작품을 한껏 더 빛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