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드나 퐁텔리에는 로베르와 함께 해변으로 가고 싶으면서도 왜 처음에 그것을 거절하려 했는지 그 다음엔 왜 서로 모순되는 마음 가운데 한쪽에 순응해서 그를 따라갔는지 이 두가지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내면에서 희미하던 어떤 빛이 분명해지는 순간 이는 금지된 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스물 여덟살 여자의 영혼이 깨닫기에는 너무나 심오한 지혜처럼 보일 수 있었습니다.

 

[각성]은 부도덕한 소설에서 페미니즘 소설의 대표 고전으로 케이트 쇼팽 작가 사후 60여 년 만에 빛을 본 걸작으로 선구적 페미니즘 작가 케이트 쇼팽의 대표작품입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46번째 책입니다. 주로 19세기 후반 미국 남부 여성들의 삶과 그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투쟁을 담은 작품들을 남긴 케이트 쇼팽은, 오늘날 미국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는 작가입니다. 결혼한 상류층 여성인 28세의 젊은 부인 에드나 퐁텔리에가 여름휴가로 머물게 된 섬 그랜드 아일에서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되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독립적인 자아를 찾아 나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통과 편견이라는 평원 위로 날아오르려는 새는 강한 날개를 가져야 해요. 약한 새들이 상처 입고 지쳐 날개를 퍼덕이며 다시 지상으로 낙하하는 모습은 서글픈 광경이에요. ---p.174

 

자유로운 창작의 세계는 작가의 고유 권한이고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건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빛을 보지 못한 작가의 작품을 잃고 있습니다. 당시 사회가 페미니즘에 일찍 눈을 떴더라면 아까운 작가를 일찍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각성이 출간되었을 때, 당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도덕관념이 없는 소설이자 병적이고 천박하며 공감할 수 없는 소설이라고 비판했고 금기시되던 여성의 성적 욕망과 일탈을 다루며 당시 여성상에 맞지 않는 가치를 조장 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에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부유한 사업가와 결혼하여 겉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에드나에게 여행을 떠난 별장 주인의 아들 청년 로베르는 매력적으로 에드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본질적이지 않은 거라면 나도 포기할 수 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돈도 포기할 수 있고, 목숨도 바칠 수 있어요. 하지만 나 자신을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휴가지에서 집으로 돌아온 에드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로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 소설은 에드나의 행복에 주목하게 됩니다.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나요 그 사람의 머리카락이 갈색이고 관자놀이 옆으로 자랐고 그 사람이 눈을 떴다 감았다 깜빡이고 코가 약간 삐뚤어진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습니다. 에드나는 로베르가 돌아온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사회규범에 비춰 보면 자신은 사악하지만 그런 자신도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누르고 있던 감정은 자아에 눈을 뜨면서 독립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변화되어 갑니다. 이런 변화에 에드나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로베르와의 사랑은 영원할까요.

 

바다의 잔물결이 에드나의 하얀 발에 거품을 일으키며 밀려들어, 똬리 튼 뱀처럼 발목을 감싼다. ---p.242

 

 

5살 때 열차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할머니, 외증조할머니 3대가 사는 외가에서 자란 저자는 미국 역사의 격동기인 남북전쟁과 가족들의 비극적 죽음으로 홀로 남게 된 평범하지 않은 과거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

 

 

에드나를 이해 못하는 로베르 미국의 청교도 사회에서 여성이 세상을 거슬러 자아를 실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쇼팽의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는게 고통스럽긴 해도 평생 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이 바보처럼 사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을 선택한 에드나 해피엔딩을 처음부터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당시 금기시한 여성의 성적욕망과 부도덕한 일탈에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결혼제도, 가부장적인 문화 폐쇄적인 미국 남부의 사회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한 한 여성을 조금은 이해하고 싶어졌습니다. 쇼팽 사후 60년이 지나 1970년대 여성해방 운동 이후에서 잊혀진 고전으로 재평가 되었다는 점 현대는 페미니즘 소설로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