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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할 권리 -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가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효형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이탈리아에서도 출간되지 않은 글들로, 세계 최초 출간
일일 확진자수가 24,751명, 지인들을 만나면 어떻게 코로나의 감염을 피했는지 다들 궁금해 합니다. 그것도 사회생활을 하는 저한테 말이죠. 사람 좋아하기로 소문난 저는 모여서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거의 3년 동안 대인관계 단절이나 다름없이 지냈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타인과 만나고, 그들의 표정을 읽고, 함께 축하하고 추억을 남기는 기념일마저도. 파수꾼이여, 지금의 밤은 도대체 무슨 색입니까? 저자 아감벤의 말입니다. 아감벤은 북유럽과 아시아의 툰드라에서 서식하는 15센티미터 크기의 설치류 ‘레밍’은 바닷가 절벽에서 집단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우리를 레밍에 비유하며 인류를 향해 경고하는 <얼굴없는 인간>의 뒷 이야기 <저항할 권리>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을 멈추는 행위, 즉 ‘인간으로서 죽는 것’을 멈추는 행위 역시 인간성에 대한 논의에 포함된다는 걸 잊은 것이다. 역사의 종말과 관련해 인간의 동물적 본능 혹은 인간성이 완성되었다는 가설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불완전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p.127 천사와 악마 중
과학이 행복에 대한 우리 요구에 결코 답을 줄 수 없다면, 이는 과학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말하는 존재가 아닌 침묵하는 생물학적 존재로 전제하기 때문입니다.---p.105
이탈리아 정부는 2021년1월11일부터 각 지역을 코로나 19확진자 수에 따라 흰색,노란색.주황색.빨간색으로 구분했습니다. 감염도가 가장 낮은 흰색 지역이 되려면 주민 10만 명당 감염자가 50명 미만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감벤은 불편한 진실 혹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하기 두려운 무언가로 우리를 끊임없이 다그칩니다.
역사의 종말, 포스트 휴먼, 포스트역사 시대의 도래 책을 읽어보면 솔직히 마음이 착찹하고 미래가 두려운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우리를 역사 속의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지, 천사가 된다는 착각으로 결국 악마가 될지 모른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마지막 글 「천사와 악마」를 통해 전합니다. 아감벤은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경고가 결국 철학의 언어이고 시어라고 했습니다. 약도 백신도 아닌 철학의 언어, 시어가 인간 존재를 밝히는 마지막 성냥이라 외칩니다. 아감벤의 언어를 통해 인간이 진보와 번영이라는 가치만 지향한다면 인류에게 위험은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깊이 사유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소중한 도서는 효형출판사에서 보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