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양 열강에 가려졌던 비유럽 과학자들의 이야기.지금까지 알던 과학사가 반쪽에 불과했다니!

읽을수록 놀라운 <과학의 반쪽사> 흥미로운 과학 세계사가 블랙피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과학의 다른 반쪽의 역사를 담은 이 책 <과학의 반쪽사>는 과학이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지 알아보고 과학이 어느 한 나라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세계적 교류를 통해 그리고 권력 관계가 매우 불평등한 상황에서 발전해왔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책입니다.

 

15세기 사마르칸트에서 연구했던 알리 쿠시지는 지구가 행성 궤도의 중심에 있지 않다고 가정하며 행성의 운동을 모형화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조차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p.92 2장 천상과 지상 세계중에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유럽 출신으로 아이작 뉴턴, 갈릴레오 갈릴레이, 찰스 다윈 등 널리 알려진 과학자들입니다. 왜 과학 천재는 모두 유럽에서 태어난 걸까? 여러 언론 매체들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며 찬사를 보낸 과학의 반쪽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책은 총 48장으로 이어지며 광범위한 과학의 세계사를 살펴 볼 수 있고 각 장마다 내린 결론을 통해 핵심을 다시 짚어보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대 과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순간들과 함께 살피는 것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는 과학자들이 발견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과학적 발견과 지리적 발견이 함께 이루어진 16세기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은유라고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고대 문헌과 모순되는 새로운 증거에서 나온 결과물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만남이 일군 산물이었습니다. 저자는 과학의 보다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하고자 노력했고 지중해의 해적들에게 붙잡힌 오스만제국의 천문학자, 남아메리카의 농장에서 약초를 캐는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 베이징을 공격한 일본군으로부터 도망친 중국 물리학자,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서 혈액 샘플을 모으는 멕시코의 유전학자까지 그동안 몰랐던 과학자들의 면모와 노력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된 책입니다.

 

 

 출판사 제공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소리 수확자 시리즈 3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 수확자에서 이미 세상은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가지만 그래도 죽음의 낫을 쥐고 싶지 않았던 젊은이들이 파멸을 막고 세상을 제대로 변화시킬 듯 보이며 로언의 고통스러운 희생과 시트라의 값진 승리를 통해 부패의 물결은 2권 선더헤드에서 강력하게 돌아왔습니다. 이제 수확자 시리즈의 마지막 종소리에서는 유토피아라는 신기루는 존재하는가에 대해 그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두려움과 설레임 동시에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은 인류의 오랜 꿈이자 현대 의학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수확자 시리즈는 노화를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고 죽은 사람도 다시 살릴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지만 여기에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수확자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전쟁도 없고 질병도 굶주림도 없다면 단순히 생각하면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숨이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면 매일 매일이 불안에 떨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 사람을 죽일 권리를 부여받은 유토피아의 이야기는 실로 놀라웠습니다. 생존을 위해 한모금의 물을 찾아 헤맷던 닐 셔스터먼의 전작 장편 재난소설드라이의 감동으로 저자의 작품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보다 더한 큰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닐 셔스터먼만의 작품은 강렬한 캐릭터와 시의 적절한 주제에 도처에 놓인 윤리적 선택의 기로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생존 상황 마지막 종소리로 마무리 됩니다.

 

 

종소리가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 늦게 자는 사람들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종소리가 계란을 먹는다는 것이 풍요 의식이 필요하다는 암시는 아니었다. 그리고 하루 종용히 생각한다는 것이 영원한 침묵 맹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172

 

 

세상을 이렇게 망가뜨린 것이 인간이라면 되살릴 길을 찾는 것도 인간이어야 합니다. 끈질긴 우리의 주인공들은 긴 여정을 헤쳐 나가면서 많은 위기를 해결하고 승리하기도 또는 패배하기도 합니다. 종소리는 선더헤드의 뜻에 따라 음파교 예언자로 나선 그레이슨을 카리키는 동시에 결말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소인 환초를 뜻하며 앞서 일어난 모든 일의 대가, 희생자의 수를 가리킵니다. 고더를 막으려고 했던 시트라와 수확자 퀴리가 테러에 희생되는 점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신질서의 수장 고더의 일탈은 인간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살인을 즐기고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약자에게는 한없이 비열한 존재들의 한 부류입니다. 저자 닐 셔스터먼의 작품은 인간에게 경종을 주는 이야기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완벽한 세상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노력한다면 거기에 가까운 미래는 열려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지, 왜 원주민들은 유라시아인들에 의해 도태되고 말았는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는지,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을 인류 역사와 문명 분석에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책,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쇠 시작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약한 인간은 자연환경과 싸워야 했고 다른 생명체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해야 내 안전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총,,쇠를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니 내용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전반적인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같은 인간이라도 문명의 발달 수준이 차이가 난 이유는 각 지역이 가진 지리적, 환경적인 특징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리적, 기후적인 차이 때문에 식량의 생산량에 차이가 생기면서 생존이나 종족번식 등 각 지역의 전반적인 문명발달의 수준이 벌어졌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때문에 경제력이나 문명발달 수준의 차이는 지리나 기후 등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지 인종별 선천적 능력의 차이가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p.31

 

모든 사회는 각종 사회적 변화나 변덕을 겪게 마련이며 그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쓸모없는 것들이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고 유용한 것들이 일시적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p.363

 

책은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천 년간 석기시대 수준의 문명을 유지해오다 갑자기 서구 문명을 만나버린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의 예가 소개됩니다. 비록 원주민인 아버지는 돌도끼만 차고 다녔지만, 아들은 현대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서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다.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표현해야 맞을까요. 그만큼 학습을 받고 안받고의 차이를 설명해 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이것은 원시적인 부족사회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유전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기회와 환경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발달된 문명사회의 인간만큼 혹은 그보다 높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도시나 발달된 문명사회에서의 삶에 익숙해진 문명사회의 인간이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오는 부족사회의 삶에 적응하는 것을 가정하면서, 무엇이 먹을 수 있는 야생식물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원시적인 도구로 야생동물의 사냥조차 하지 못하는 등 충분히 덜떨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현대문명의 인간이라고 해서 원시생활을 하는 인간보다 지적으로 뛰어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환경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친구 얄리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유럽인이 뉴기니인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종적, 유전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문명의 수준 차이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진화생물학자이며 많은 수식어가 붙는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합니다. 광범위하게 나타난 역사으니 경향을 실제로 만들어낸 환경적 요소들을 밝혔고 인종주의적 이론의 허구를 벗겨낸 장본인입니다.

 

뉴기니 원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 현대 유럽인과 일본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인간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지리적 시기별로 무엇을 채집하고 어떤 곡식들을 심어 생활했는지 그리고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바꿨는지 들여가 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만약 내가 그 시기에 그 위치에 있었다면 가정하고 읽는다면 더 깊게 들여가 볼 수 있습니다. 책이 우리나라에서의 인기에 실감했는지 한국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13천 년간의 과정이 우리의 역사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지 5 - 2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상현과는 의남매로 남기로한 서희

 

모던 타임스가 나온 지 80년이 넘었는데 어떤 일터의 풍경이 그대로라는 사실이 섬뜩했다. 고 어느 유명 작가가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근로자 노동자들의 삶은 어떤가요? 69시간 근무제가 도입된다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게 현실입니다. 이 이야기를 생뚱맞게 서두에 하는 이유는 토지를 읽으면서 시간이 참 느리게 간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지친 마음의 여유를 잠깐이라도 즐기게 되는 책입니다. 스토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의 성격과 각자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다체롭게 전개됩니다.

 

 

1911년 오월 용정촌 대화재로 건물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해 서희 일행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서희는 할머니에게 받은 금.은괴를 밑천으로 용정촌의 토지를 매점 매석해 부를 축척하는데 되는데 이는 월선의 백부인 공노인과 길상의 도움이 컸습니다. 성인이 되어 결혼적령기가 된 서희는 길상과의 감정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둘 사이에는 이동진의 아들 상현이 있었고 그가 서희와 간도행을 원했지만 결국 서희는 의남매로 지내자고 상현의 가슴에 비수를 꽂듯 말하자 그는 상처를 받고 조선으로 떠납니다. 서희는 아직 길상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바위 같은 길상은 어떤 마음일까요?

 

 

사리(事理) 는 어찌 되었든 불행은 사리를 따져가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p.146

 

무당 월선네의 딸로 백부 공노인이 사는 용정으로 서희 일행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 월선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나 공노인은 서희에게 가게를 넘겨 주라고 빙빙 돌려서 말을하자 그것이 또 서희의 고약한 성질을 건드렸나 봅니다. 계속 느끼는 일이지만 서희를 여자라고 가볍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임이네의 질투와 탐욕에도 불구하고 월선이는 용이를 닮은 홍이를 위해 참고 헌신을 하고 , 간도에 나타난 김평산의 큰아들 김두수는 일제의 밀정으로 등장 독립운동가 박재수를 총살하고 그의 동생 박재연에게 쫓기며 살고 있습니다. 김두수는 살인자의 아내로 낙인찍혀 스스로 자결한 함평댁을 보며 세상에 대한 원망과 함께 인간에 대한 원망이 가득합니다.

 

책에서는 용정에서 만주에서 활동중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라를 잃은 백성들이 타국에서 다시 한번 나라를 걱정하는 이야기에 다소 우울한 스토리에 희망을 줍니다. 1911년 우리 조상들은 나라를 잃고 희망도 없는 삶을 살았구나 다시 한번 생각 해봅니다. 다행히도 서희네 일행은 용정 생활에 그닥 큰 어려움은 없어 보입니다. 토지는 동학혁명, 식민지 시대, 해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한 많은 근현대사가 폭넓게 그려져 있다고 하니 빨리 해방을 맞이하는 그날의 감격적인 모습도 생생히 그려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제 6권으로 넘어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가장 우리에게 친숙한 저자 레프 톨스토이는 죽음과 삶의 의미를 가장 사실적으로 보며주는 대표적인 작품 이반일리치의 죽음은 나다운 삶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번 현대지성 클래식 49에는 톨스토이 단편 3편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죽음이 깨달음과 구원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어 죽음이라는 말을 듣기조차 싫어했던 과거보다는 세상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독자는 생각됩니다. 죽음은 두려워하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진정한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삶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어쩌면 독자는 내가 살았어야 하는 방식으로 살아오지 않고 그냥 앞만보고 달려왔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영어책을 번역한 것이 아닌 러시아 원전을 직접 번역한 것으로 원작의 의미를 더욱 충실하게 전달 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판사로서 어느 날 가벼운 부상을 당합니다. 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이 상처는 그를 돌이킬 수 없는 죽음으로 몰아넣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원인 모를 병을 앓으며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동안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단순하고 평범했던 삶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야 다른 세계를 들여다 보며 지나온 과거도 돌아보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반적인 일일것입니다.

 

죽음은 끝났다.’ 그는 속으로 말했다. ‘죽음은 더 이상 없어’ ---p.92

 

사흘 밤낮 동안 끔찍한 고통과 죽음, 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어. 바로 지금, 언제라도.’---p.18

 

단순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이반 일리치는 마흔다섯 살을 일기로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설은 동료들과 가족 친지들이 이반 일리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망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동료들에게 통보되자, 이들은 그를 애도하기보다는 그의 죽음이 자신들에게 가져올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데에 열중하는 인간의 본심을 느낄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반 일리치의 삶과 발병,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이반 일리치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러시아 사회의 일반적 삶의 기준대로 살아온 이반 일리치는 죽음 앞에 이르러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가를 거듭 묻습니다. 죽음이 억울해서 였을까요? 아니면 아직 못다한 일이 많아서일까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자신이 죽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이반 일리치는 무능한 의사들, 이기적이고 무심한 가족들, 그리고 신과 운명을 저주하며 고통에 몸부림칩니다. 모든 것을 타인의 잘못으로 돌리며 원망하는데 마지막 시간을 허비하는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그가 다르다고 느낀 마지막은 결국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반 일리치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눈을 감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죽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레프 톨스토이는 두 살 때 어머니를, 아홉 살엔 아버지를 27세에는 셋째형이 31세에는 막내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평생 힘든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톨스토이에게 죽음이란 아주 가깝게 평생 따라다니는 숙제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유일까 그의 세 작품에서 죽음관, 종교관, 윤리관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책에는 이반일리치의 죽음 3일전의 일이 시간 단위로 세분화 되어있습니다. 병의 진행이 빠를수록 더 시간에 매달리는 인간의 본성과 적극적으로 영적 탐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은 죽음을 끔찍할 정도로 명확하게,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죽음에 진정으로 반응하는 법,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독자에게 묻습니다. 살면서 남에게 베풀고 타인을 용서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지 못한 사람들을 꾸짖는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새로 깨어나고 성장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의 순간에 영적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그 답을 얻기 어려우나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