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창세기 - 사회들의 기원에 대하여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김성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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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창세기: 사회들의 기원에 대하여(Genesis: The Deep Origins of Societies)

 

 

창세기라 함은 전세계 모든 인간의 조상, 최초의 아담과 하와가 등장하며 그의 자식들인 카인과 아벨 이렇듯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경이 먼저 생각납니다.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에 따른 수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생태학과 생물 다양성 연구의 기초을 닦았다는 점에서 현대 과학계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7세때 사고로 눈의 시력을 잃었고 10대 때부터 고음역의 소리를 듣지도 못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현대 생태학과 생물 다양성 연구의 기초를 닦은 생물 지리학을 개척했고 곤충들이 페로몬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자연선택이 곤충과 동물의 사회성 행동을 진화 시킴을 입증한 저자는 이 책에서 진사회성의 기원등 그의 핵심 주장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더 이상 진화를 하나의 이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입증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p.17

 

인류는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다른 진사회성 동물들과 본질적으로 같은 정보를 거텨 오스트랄로피테신 계통에서 탄생했다. 사회 진화의 주요 추동력은 집단간의 경쟁이었다. ---p.124

 

인간 조건을 다루는 철학이 제기하는 모든 질문은 세 가지로 귀결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무엇이 우리를 창조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궁극적으로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가? 입니다. 우리는 가끔 생각합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여기서 창조의 이야기는 신학자뿐 아니라 과학자 철학자 대부분이 처음 믿었던 바와는 상당히 다름을 알려줍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의 계통이 진화해 온 역사에 부합 한다고 저자는 보고 있습니다. 이타성과 협동에 바탕을 둔 발달된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것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기원을 찾아 인류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지 3000년 동안의 역사 시대, 신석기 혁명이 이루어지는 동안 시작되었던 1만 년에 걸친 문명와 호모 사피엔스의 출연과 더불어 시작된 20만년 동안 우리 종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다소 광범위 하지만 기대되는 책입니다.

 

 

진화과정을 파악하려면 크기, , 개성, 지능 그리고 문화와 같은 측정 가능한 어떤 형질의 변이에서 얼마만큼 유전에 기인한 것인지 얼마만큼 환경에 기인한 것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눈 색깔은 거의 100퍼센트의 유전율을 갖고 의외로 피부색은 100퍼센트의 유전율을 갖지 않는다고 합니다. 새로운 창세기는 그가 시력을 잃지 않은 왼쪽 눈으로 작은 거미와 개미를 채집하고 관찰하던 9세 때부터 시작된 진사회성(眞社會性, eusocial)과 그 기원에 대한 그의 연구와 통찰을 응축해 놓고 있습니다.

 

 

진사회성 집단이 일부 진화 계통에서만 나타났고 거의 육지에서만 나타났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최고의 생물학자 개미 생물학의 일인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은 개미를 비롯한 동물의 집단생물학, 동물행동학, 진화생물학과 사회생물학 등 20세기 생물학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신을 대체하고 인간을 지구의 정복자로 만든 사회성의 기원을 찾는 <새로운 창세기>를 통해 우리는 마지막 모험을 떠나면서 인간의 본성, 환경 위기, 과학과 인문학을 성찰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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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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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몇 세기동안 눈앞에 펼쳐져 있었지만 누구도 해독하지 못했던 여성문학의 암호가 드디어 풀립니다. 남성 중심의 문학사를 여성 문학이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쓴 새로운 시대의 책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오만과 편견, 프랑켄슈타인,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등 여성 작가들의 걸작이 쏟아져나온 19세기 이 시대를 해독하고 나자 문학과 여성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일제히 환호를 보낸 책이라고 합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여성이 작가가 된다는 것이 남성들이 전유해 온 기존 문학사의 이론으로는 힘든 시기였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미국 대법원에서 폐기되고 이란의 여성들이 히잡을 벗어 던지기 위해 목숨을 건 시위를 하는 시대에 이 책은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두 저자는 기존의 문학 이론이나 분석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며 공통적으로 미친 분신이나 감금과 탈출의 이미지 등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성 작가들이 남성 작가들이 겪지 않는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근원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습니다.

 

 

조앤 디디온이 말했듯이 글쓰기란 공격이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하나의 강제이며[...] 누군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을 침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p.99

 

앤 핀치와 앤 엘리엇부터 에밀리 브론테와 에밀리 디킨슨에 이르는 자부심 강한 여성들이 남성 작가의 텍스트라는 유리 관에서 나와 여왕의 거울을 포기했을 때 오래전 침묵 속에 추었던 죽음의 춤은 승리의 춤, 언어를 향한 춤, 권위의 춤이 되었다.---p.137

 

 

자율성과 내면성을 빼앗긴 자기안의 백설 공주를 혐오해 죽이려던 여왕이 실패하고 자멸한다는 1장 여왕의 거울편 백성공주의 이야기에서 여왕이 의존하는 거울의 목소리는 왕의 목소리며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여왕은 왕의 목소리라는 가부장 아래 끝내 미처 버리고 순진하고 멍청한 백설공주가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작품 속 가부장적 왕국에서 여왕의 인생이 딸의 아름다움 때문에 그야말로 위태로와진다는 것은 사실이며, 그런 위험을 내포한 여성의 취약성을 감안한다면 가부장제에서 여성이 유대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 거울의 목소리가 여자들을 반목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여자들은 갈등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동화 백설공주의 여왕은 전략가, 술책가, 음모자, 마녀, 예술가, 분장가라는 사실로 정리가 될까요?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방법에 그동안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순종하고 침묵하는 죽음의 삶 대신 좁은 다락방에 갇혀 미친 취급을 받더라도 펜을 드는 삶을 택한 여성 작가들의 투쟁 정신 이 책은 40년 전 감금, 폐쇠, 거식증, 가스라이팅에 대해 1974년 가을 인디애나대학 여성 문학 수업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책으로 자아, 예술, 사회를 다시 바라보기를 기대해 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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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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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이 있다고. 지상에서 72천 킬로미터 위에 사람이 남아 있다고.” 판타지, SF, 호러 미스터리, 복수 스릴러를 통해 아스라이 피어오른 파란의 역사와 회복의 갈피

 

5.18민주화운동, 제주4.3, 노동권 투쟁등을 SF, 고전 설화, 호러 미스터리, 복수 스릴러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파란의 역사와 회복의 갈피를 이야기 하는 책 <바늘 끝에 사람이>는 상상된 결말 또한 작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반드시 당사자분들이 원하는 방향, 인간의 존엄을 향한 정의로운 방향이어야 할 것이라는 목적으로 작가는 이 점을 기억하고, 사안에 정중하게 접근한 책입니다.

 

지상에서 72천 킬로미터 위, 정지위성퀘도의 두배 높이에 세워진 거대한 궤도 엘리베이터 터미널과 여기에서 지상까지 탄소나노튜브로 연결된 리프트가 물자며 우주선이며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동안 원심력과 구심력의 평형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길고 아득한 무게추인 카운터웨이트, 이곳은 아무리 기계 몸으로 버틴다고 해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지 모르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회사는 사람을 산채로 고립시키고 그대로 버티다가 그곳에서 죽어 꼬들꼬들 잘 마른 미라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다행히도 기계 몸은 생체보다 튼튼했고 이곳에도 작업자들을 위한 예비용 초도당 앰풀은 남아 있었습니다.

 

 

농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한 일, 평원고무공장 사장의 일방저인 임금 삭감에 항의해 으릴대 지붕 위에 올라가 노동대중을 대표해 죽음을 명예로 알겠다라고 외치던 을밀대상의 체공녀 강주룡이 아니고, 가발 수출 업체였던 YH무역이 방만한 경영 끝에 여공들을 쫓아내자 항의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게 맞아 죽은 스물 두 살의 김경숙이 아니었다. 1981년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한 여성 최총의 용접공으로 부당해고에 반발하여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이 아니었다.

 

 

기계가 몸의 7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와 내동료들은 여전히 사람이라고, 짗밟고, 무시하고, 때려잡고. 굶겨 죽이고, 사람을 절망의 궁지로 몰아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어도 우리 모두는 너희와 같은 사람이라고, 여기 사람이 있다고 지상에서 72천 킬로미터 위, 카운터웨이트 꼭대기에 사람이 남아 있다고. ---P.30

 

먼 옛날 피부색이 다른 것이, 아직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아이인 것이, 일할 사람은 차고 넘치게 있다는 것이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아도 될 좋을 이유였던 것처럼, 이제 그들은 몸의 상당 부분을 기계로 교체한 사이보그 노동자들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세상이 말하는 투사라면, 나를 투사로 만든 것은 바로 세상이었다.

--- p.50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추천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록으로 연대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소설의 장점은 이야기의 결말을 현실과 다르게 상상할 수 있다는 측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하니포터로 한겨레출판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출판사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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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영원 옮김 / 새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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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1845년작 단편소설. 원제는 'The Black Cat'이다.

 

가장 먼저 읽은 추리소설이 검은 고양이로 기억됩니다. 끔찍한 실수로 아내를 죽이고 벽 안에 묻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주인공 그리고 자신이 애지중지한 고양이를 함께 가둬 버리는 잔인하지만 유명한 스토리의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미국에서는 시인, 소설가로 한국에서는 추리소설의 시초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듯 그도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고 사후에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그의 글을 우연히 보고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전집을 출판하여 유명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포의 재발견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과 다른 유럽으로 퍼지며 미국이 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를 다시 보게 되면서 미국에서도 유명해진 작가입니다.

 

 

포는 특히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에 관심이 많았고 검은고양이나 어셔가의 붕괴 같은 그의 대표작들은 바로 인간은 어두운 본성을 다룬 공포, 호러 영역에서 탄생된 작품입니다. 특유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인간 내부 깊숙한 곳에 자리한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인 심리를 꿰뚫어 보는 그의 필력이 포의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시체의 머리 위에 늘어난 붉은 입과 불타는 듯한 외눈을 가진, 교활함으로 내가 살인하게 만들고 그 울음소리로 나를 교수형의 집행인에게 보낸 흉측한 짐승이 앉아 있다 라는 표현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주인공의 면면을 보면 정신병이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그 고양이에 대한 불길함에 그는 신경질적으로 난폭하게 변해갔고 그래도 예전 일이나 그 고양이의 목에 난 반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속으로 억누르며 참고 또 참아 직접적인 학대는 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주인공이 싫어할수록 더욱 주인공에게 달라붙어 집착하기 시작하고, 고양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받은 끝에 주인공은 사람조차 믿지 못하는 피해망상증에 빠진 반 폐인이 되고 맙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주인공의 스트레스 풀이 대상은 고양이가 아닌 항상 그의 아내였습니다.

 

 


 

 

 

귀족 친구인 로드릭 어셔의 집을 방문한 화자는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어셔와 함께 지내게 되고 어셔는 화자를 위해 기타에 맞춰 '유령의 집'이라는 자작곡을 불러주고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그 주위의 숲의 배치가 이 집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며, 감각이 병적으로 과민해져 결국 죽을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화자가 방문한 날 어셔의 여동생인 매들라인이 특수한 병을 앓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게 되자 어셔와 화자가 같이 시신을 매장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어셔의 여동생은 생존해 있었으며 병마에 시달리다 가사상태에 빠진 것을 어셔가 사망했다고 착각한으로 화자와 함께 시신을 가매장 할 때 어셔는 여동생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셔는 그것을 화자에게 말하지 못했으며 결국 생매장을 해버렸습니다.

 

 

화자가 소설을 읽을 때 들렸던 이상한 소리들은 모두 어셔의 여동생의 관이 쪼개지고 지하실을 빠져나오려는 소리였던 것입니다.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습니다. 검은 고양이를 비롯해 포의 유명한 <어셔 가의 몰락>입니다. 이 책은 공포와 추리소설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의 섬찟하고 기지 넘치는 10편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포의 관심있는 독자라면 작가의 작품을 여러편 읽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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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사의 코로나
임야비 지음 / 고유명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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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일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34개월만에 정부가 511일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이제 풍토병으로 관리하겠다고 위기 상황은 끝난 것으로 판단 내렸습니다. 답답하고 어두운 길고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온 것 같습니다. <그 의사의 코로나>는 암울하고도 먹먹했던 그 날들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또한, 코로나 전장의 사투를 생생하게 담은 증언 문학이라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수없이 많은 이름이 숫자가 되어 사라졌고, 사라진 숫자에 이제 더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일상이 되버렸습니다. 일일 확진자수가 만명이 넘는 지금 코로나는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사서 하는 고생치고는 너무 멀고, 너무 중하며, 무엇보다도 너무 위험했다. 게다가 환자들은 의사소통이 불가하고, 행동 제어가 전혀 안 되는 정신과 환자였다. ---p.24

 

 

저자는 코호트 격리된 병동을 토마스 만의 마이산 속에 비유했습니다. 전국의 버려진 폐교 10개를 한곳에 모아 놓은 듯한 모습이 을씨년스러웠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코로나 진료 봉사 의사가 되었습니다. 저자의 나이 마흔셋이었던 2019년 의사를 그만두고 일년후 팬데믹이 세상을 덮쳤고 누구나 그렇듯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습니다. 중수본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외진 산속에 있는 정신 병원에서 지옥과 같은 의료봉사를 하며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약자들 만났습니다.

 

 

제 발로 그 험악한 곳에 뛰어든 것은 대단한 사명감이나 드높은 봉사 정신의 발로가 아니었다라는 표현에 수많은 의료계 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저자의 생생한 기록은 늦게 얻은 막내아들,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의사 아들인 그는 정작 어머니의 죽음 앞에 너무나 무력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허망하게 어머니를 보낸 지 단 100일 만에 아버지마저 숨을 내려놓았습니다. ‘힘들게 낳고 뼈 빠지게 키운 아들이 의사면 뭐 하나, 제 부모 목숨 하나 살려내질 못했는데.’ 자책일지, 속죄일지, 도망일지 알 길이 없으나 감당하기 힘든 상실을 메꾸기 위해 작가는 1년 전 의사를 그만두면서 버려두었던 의사면허증을 다시 꺼내 그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습니다.

 

슬픔이 을 데리고 다니듯 기쁨은 짧음을 수반한다. 더군다나 큰 기쁨은 매우 짧다.”

 

 

 

소장 천공을 거뜬히 이겨냈던 작가의 어머니는 대장에 생긴 작은 천공에는 꼼짝없이 숨을 빼앗기고 만다. 독소는 아주 작은 틈을 노려 순식간에 온몸을 초토화했다. 코로나 역시 작은 틈을 노려 순식간에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 장 한 장 꽃잎 지듯 목숨이 졌고, 어제까지 함께 숨 쉬던 수많은 이들의 호흡이 오늘 우리 곁에서 조용히 끊겼다. 중환자실에서 홀로 버티던 어머니와 폐섬유종을 앓던 아버지 모두 하늘로 보내드렸습니다.

 

걸려서 죽은 사람은 숫자가 되었고, 걸렸다 나은 사람은 숫자를 보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환자의 세포, 환자의 정신, 음압 격리 병실, 폐쇄 병동이라는 4중 잠금장치를 두르고 있었고 저자는 가장 밖에서부터 바이러스까지 접근하려면 여러개의 열쇠가 필요했습니다. 소현정신병원은 모두가 달려들어 겹겹의 문을 따고 부숴서 나를 코로나바이러스 앞에 데려다 주었고 그리고 최전선에서 싸웠습니다. 그렇게 최전선에 싸우며 세상은 이제 지나온 지옥 같은 날들을 과거에 버려두고 이제는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지옥의 한가운데서 스스로 수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아직 그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전직 의사가 쓴 코로나 이야기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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